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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마지막 인사

돌아온 <원스 어게인>, 내가 사랑한 음악 영화들

 

 

<원스 어게인> 닉 어그스트 페르나,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크리스 답, 2012

 

시놉시스 : 2007년 <원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인이 된 ‘스웰 시즌’의 멤버 ‘글렌 핸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영화가 예상 외의 흥행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주목 받으며 최고의 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2년 여의 걸친 세계 투어를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원스> 존카니, 2007

 

시놉시스 :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 그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그녀 덕에 그는 용기를 얻게 되고,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선율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그녀가 만드는 음악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음악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앨범이 완성 되는 만큼 서로의 매력에 빠져드는 두 사람. “그녀는 나의 노래를 완성시켜준다. 우리가 함께 하는 선율 속에서 나는, 나의 노래는 점점 그녀의 것이 되어간다.” 한 곡, 한 곡 완성되는 음악처럼 그들의 감정은 점점 깊어져 가고…
  영화제 소개글 : 베이시스트 출신의 존 카니 감독과 영국의 실력파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 보컬인 글렌 한사드, 그리고 더 프레임즈의 게스트로 앨범작업을 함께 한 체코 출신의 어린 소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주인공으로 참여, 뮤지션 출신의 감독과 주인공들이 최고의 음악영화를 탄생시켰다. <원스>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영상미와, 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감성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음악으로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금세기 최고의 음악영화(by 시카고 트리뷴), 현대의 가장 위대한 뮤지컬영화 중 하나(by 빌리지보이스)라는 평을 얻으며 인디 음악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보석 같은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치코와 리타>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2012 

 

시놉시스 :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가스까지, 사랑과 꿈을 쫓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플레이> 남다정, 2011

 

시놉시스 : 준일은 우연히 카페에서 헌일의 음악을 듣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며 함께 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여기에 드러머 헌재가 합류하게 되고 모던 락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음악 속에 자신들의 꿈과 머뭇거리는 사랑, 불안하지만 빛이 바라지 않는 청춘의 시간들을 감성적 멜로디로 담아낸다. 세 사람은 세계적인 뮤지션 ‘스웰시즌’의 공연에서 버스킹을 하기로 결심하고, 이 버스킹은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데…

 

 

 

 

 

 

 

 

 

<어거스트 러쉬>커스틴 쉐리단, 2008

 

시놉시스 : 매력적인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 받는 첼리스트인 ‘라일라’(케리 러셀)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그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에 의해 둘은 헤어지게 되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아기를 출산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를 유산하였다는 거짓말을 한다.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들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는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가진 특별한 아이로 자란다.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혼자 뉴욕으로 향한 어거스트는 우연히 낯선 남자 ‘위저드’(로빈 윌리엄스)를 만나게 되고, 위저드로 인해 길거리에서 자신만의 천재적인 연주를 펼쳐보이기 시작한다.
  이별 후 첼리스트의 길을 포기했던 라일라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뉴욕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를 찾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첼로 연주를 시작한다. 한편, 밴드 싱어로서의 삶을 버렸던 루이스 역시 11년 전의 운명적 사랑과 음악에의 열정을 쫓아 뉴욕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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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내 맘대로 2011년 베스트 영화 추천!

 

 

  2011을 아래 5편의 영화로 정리하고 싶다. 좋은 영화들이 더 있어으나, 이 5편이 결국은 나의 2011년을 꽉꽉 채워주었다는 생각이다. 2011년의 막바지에 만나게 된 <기적>부터, 초반에 만나서 1년 내내 끙끙 알았던 <만추>까지. 참 고마운 영화들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2011

 

 

 

 

  영화는 시종일관 눈물과 불안이 아닌 웃음과 희망으로 말하고, 바라보며 다가간다. 그런데 그 웃음 끝에는 어느새 작은 눈물이 남게 된다. 하지만 이 눈물이 웃음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고 매력이다. 터무니없이 엉뚱한데 허를 찌르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자지러지게 웃다보면 어딘지 모르고 애잔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 눈물이 결국 가 닿는 것은 희망이라는 사실이 또한 더욱 뭉클한 것이다.

 

 

 

  그 희망 자체가 어쩌면 말도 안 되는 기적일지 모른다. 상황은 언제 최악이 될지 모르고, 아이들은 천천히 차근차근 상처 받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기적 같은 것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희망한다. 가면 라이더가 되도록,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할 수 있도록, 강아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화산이 폭발할 수 있도록. 아이들은 그것을 희망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일들은 기적이며 일어 날 수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은 어른들 뿐이다. 아이들로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가족이 아닌 '세계'를 택하고야 마는 아이에게서 후회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삶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어린 아이들의 작은 미신으로도 이렇게 삶 전체를 끌어올려 뒤흔들 수 있는 영화의 힘을 지켜본 것도 어쩌면 기적이다. 누군가는 끝끝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자전거 탄 소년>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같은 날 보게 된 두 편의 영화는 똑 닮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태도는 굉장히 달랐다. (물론 여러모로 다른 상황이지만)<자전거 타는 소년>이 내내 위태롭고 날카로웠다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이런저런 애잔함을 삼켜버리는 따사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이 더욱 좋다, 라는 것보다는,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을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지 못하였던 듯하다. 돌아오던 길 의문과 자책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제야 다시 좋은 글을 읽으며 다시 골몰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이것도 나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이다. 12월의 문을 열어준 영화들이 좋아, 짧았던 우울도 금세 날아가버렸다.

 

 

 

<북촌방향> 홍상수, 2011

 

  평소보다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대중적이거나 친절한 영화는 또 아니다. 전작에 비해서는 깊이가 한 36배정도는 깊어진 느낌이니까. 허나, <하하하>보다도 즐겁게 보았다. 웃고 또 웃고. 어이없어서 웃고, 황당해서 웃교, 명쾌해서 웃고, 솔직해서 웃고. 그러게 웃다보니 어느순간 감독이 하고자 했던 묵직한 말이 온몸으로 와닿는 순간을 만날수도 있었다. 시간, 우연, 필연, 운명, 사람... 7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극히 제한된 장소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우주적이랄까, 굉장히 크고 깊어 평가하거나 말하기로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꼭 손안에 쥔 모래알이나, 비눗방울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입 밖으로 내비치는 순간, 그것은 마치 환상처럼 사라질 것도 같다. 그 느낌을 조금 더 오래 남기고 싶다면 속으로 곱씹고, 떠올리고, 생각하는 수밖에.

 

  그냥 정말이지, 올 겨울, 북촌의 술집 '소설'에 가서 우연과 필연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혜화,동> 민용근, 2011

 

  영화는 스물 셋의 혜화만큼이나 예민하고 섬세한 영화였다. 그래서 보는 내내 신경이 곤두선 체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그 담담한 영화가 가슴으로 닿아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열여덟, 자신과 한수의 아이를 갖게 된 혜화는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이 탄생시킬 새 생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을 달랐다. 혜화와 한수의 생명을 누구보다 두려워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 어른들, 도망을 가버린 한수, 자신 또한 두려워진 가운데 혜화는 아이를 잃게 된다. 하지만, 혜화가 작게 읇조렸던 대사처럼, '세상에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어?' 맞다. 누구나 무섭다. 다만 그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내는 가는 자기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겁과 두려움과 위선으로 가득찬 '어른'이라는 존재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혜화를 힘들게 한다.하지만 또 그렇게 혜화를, 겨울에서 봄으로 이끌 듯, 어른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유기견과 10대의 임신이라는 소재를 적절하고 조화롭게, 끈질기게 이어서 꾸려나간다. 컷 하나, 하나와 작은 소재 하나에도 굉장한 정성을 쏟은 것이 느껴지는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출은 역시 돋보인다. 또한 배우 유다인의 배우적 감수성은 매우 눈에 띄었다. 눈빛이 특히, 참 깊었다. 독립영화의 즐거운 발견이었다.

 

 

 

<파수꾼> 윤성현, 2011

 

  또래 친구들과 다름 없이 방과후 함께 야구를 하고, 여자 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던, 누가봐도 친한 세명의 소년. 서로를 바라보며 짓던 그 말간 미소는 그들의 관계의 파국을 전혀 암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작은 오해는 관계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그 틈은 매워질 생각을 하기는 커녕 더 큰 오해들이 속속 파고든다.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이제는 처음을 찾기도 힘든 순간까지 와버렸기에 ‘미안하다’라는 사과는 그 의미도 가려진 체 부서져 내린다. 그리고 끝내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감독은 자신의 소년기를 추억하거나 회상하듯이가 아닌, 마 치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년 자체가 된 듯 영화를 그려냈다. 이런 영화의 매력은 세밀하고 밀도 있는 연출과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몫이 가장 컸던 영화라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생각할 것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배우에게 내맡겨질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였고, 세 명의 굉장한 배우들은 몫을 그 이상으로 해낸 것 같다. 자칫 잘못했다면, 청소년들의 치기 어린 감정 싸움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었을 영화였지만 배우들은 진지하고 사실적이고 신선한 호흡으로 연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쉽고 가볍게 넘겨버릴 수가 없게 된다. 특히 기태 역의 이제훈은, 많은 이들의 말처럼, 발견 중 발견이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로 존재했던 과거의 어떤 순간인지, 혹은 동윤의 바람이 담긴 상상인지 알 길이 없다. 동윤이 정말 기태에게 최고라 말해주었는지, 웃어주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것이 끝내 떠나버린 기태에 대한 동윤의 진심어린 사과였고, 후회와 고통으로 끝을 모르고 부서져내린 자기 자신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되돌릴 수 없을만큼 와버린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기태에게 쏟아냈던 날이 잔뜩 선 비수의 말들에 대한. 후회와 고통으로, 힘겹게 지어보이던 미소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우리 마음을 오랫동안 요동치게 만들었다.

 

 

 

<만추> 김태용, 2011

 

  영화를 보고 난 후 타이틀이 오르기 전의 첫 장면과 크레딧이 함께 흐르던 엔딩장면이 아주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볼 수 있었던 여운이었고, 감동이었다.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던, 실제는 푸른 멍으로 가득하던 애나의 얼굴, 위태롭던 몸짓과 발걸음, 거리를 걸어 가까이 다가오다가 다시 어디론가 달려 들어가고, 쓰러져 있는 누군가의 옆에서 수많은 편지를 주워 정리하고, 사진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씹어먹고, 경찰차 소리는 가까워만 지고... 그 불안하고 위태롭던 첫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뇌리에 남아 내 마음을 움켜쥐었다 풀어주었다를 반복하였다.

  또 엔딩은, 2년이 지난 후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밖이 내다보이는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는 자동으로 고개가 꺽이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찻잔을 잡고, 그를 어떻게 맞이할지 연습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 그 모습은 정말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 영화는 중간 중간의 장면들이 순서를 잊은 체 조각 조각 떠오르다가도, 결국은 첫장면과 끝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안개가 가득 낀 눅눅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시애틀. 안개가 가시는 날이 드문 시애틀에서 빛을 잃은 그녀가 7년만에 세상과 마주한다. 그것도 특별 휴가를 얻은 72시간 짧은 시간동안. 화장기 하나 없는 맨 얼굴 만큼이나 긴 사연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여주인공 애나는 다소 껄렁거리는 제비로 살고 있지만 순간 순간 깊이 있는 진심이 엿보이는 훈을 만나게 된다. 시애틀이라는 도시 속에 둘은 이방인이다. 또한 애나는 수감 생활 동안 도무지 생경해져버린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아물지도 못한 상처에 덧입혀진 시간이라는 비겁함을 시시각각 보여주고 있다. 그 짧은 시간조차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가장 따뜻할 가족에게조차도 큰 안정감을 얻지 못했던, 무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던 가슴 시린 상처를 가진 여자 애나. 그런 애나가 신기하게도 처음만난 한국인 남자에게서 마음을 풀어놓고, 또 진심어린 위로를 받게 된다. 나는 그것을 애나가 중국말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하고, 훈이 하오(좋다)와 화이(안좋다)만으로 대화를 나누던 장면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애나가 얻은 특별 휴가 72시간동안 작은 도시 안에서 애나와 훈은 우연히 혹은 필연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함께 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서로 다른 언어로도 가능했던 깊은 교감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안개가 자욱해 좀처럼 햇살을 찾을 수 없었던 시애틀에서 안개가 거치던 찰나의 순간 속에 빛을 만났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을 담아내는 영화가 그렇듯이 굉장히 강렬수 있도 있지만, 또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추>는 강렬하지는 않다. 그런데 지루지도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시애틀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 나가듯, 무거운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그렇게 잔잔하게 스며온다. 그렇게 잔잔히 스며든 감정들은 가슴 속에 차곡 차곡 남아, 오래도록 지속된다. 천천히 스며오는 것이 한 순간에 빵, 터지는 무엇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김태용 감독이 이 영화의 장면 장면에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영화가 긴장감을 가지지 못하고 흘러가던 중반(애초부터 크게 긴장감이 필요하지도 않던 영화란 생각이지만), 지루함을 줄 수도 있을 법한 부분에서조차 나를 매료시켜버린 데에서 느낄 수 있다. 사실 영화는 유독 강렬했던 첫 장면 이후 매 장면 장면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애나가 길을 걷다 발견한 쇼윈도의 화려한 옷을 입어보는 장면도 그러했고, 애나가 훈과의 정사를 나누지 못하던 장면도 그러했고, 유원지에서의 판타지가 가미된 장면도 그러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애나의 어머니 장례식 후 식당 장면에서였다. 시종 답답하리만큼 절제되어있었기에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애나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남의 포크를 썼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에서 시작된 장면이 어떻게 그렇게 지독하게 슬플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그 외에도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 관객을 집중시키고 끌어들이는 힘이 상당했다. 김태용 감독이 얼마나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영화는 고스란히 김태용 감독을 닮아있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김태용 감독의 영화적 감수성이 참 좋다. 이 영화에서도 그것은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탕웨이라는 배우의 눈빛과 연기에 대해서는 첫장면에서부터 감탄을 해왔다. 그리고 완전히 절제 되어있으면서도 모두가 드러나던 그 눈빛과, 표정은 시종 나를 안타까움에 몸서리 치게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탕웨이가 연기하는 애나의 감정만을 따라가다 보면 자욱한 안개 속 아주 특별하지만 가슴 먹먹한 빛을 만나고 올 수 있다.(지루하다, 심심하다 느낄 틈이 없다. 그 복잡하고 오묘하고 먹먹한 감정에는) 현빈, 훈은 애나에 비해 무겁지 않아 좋았고, 그래서 애나의 그 무거운 사연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캐릭터여서 영화에 적절하게 녹아있었다. 그런데 나는 애나가 휴가를 마치고 다시 감옥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그녀가 훈에 대해 마음이 전부 열린 것인지 아닌지 알지 못했다. 사실은 알 지 못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마지막 장면에서 끝내도록 그를 기다릴 그녀의 모습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굉장한 안타까움이었다. 첫사랑에게도, 남편에게도, 세상에게도 버려졌던 그녀가 또 훈에게조차 버려졌다 생각해버릴까 끝끝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영화, 멜로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구석이 있는 영화다. 장르가 멜로, 애정, 로맨스, 드라마라고 되어있던데, 나로서는 이 영화가 애나라는 한 여자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또한 사람과 사람의 깊이 있는 교감을 보여주는, 서로 다른 언어로도 가능했던 진심어린 소통의 영화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 동안의 아주 긴 이야기를 정성스레 들려주는 여운이 참으로 긴 영화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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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으로 찾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

 

  일본이 거장으로 손꼼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전작들의 깊이는 그대로 간직 한 체 한 없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해진 그의 영화를 보니, 그의 예전 영화들이 저절로 생각난다. 이 추운 겨울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따뜻한 감성으로 이겨내 보자.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나는 비로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 되고야 말았다. <걸어도 걸어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렇게나 유쾌해질 수 있을지 몰랐다. 화면이 담아내는 무게감과 그 깊이, 애 어른 할 것 없이 눈짓이 하는 수 많은 말들에는 변함이 없는 가운데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졌다. 아직도 놀랍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눈물과 불안이 아닌 웃음과 희망으로 말하고, 바라보며 다가간다. 그런데 그 웃음 끝에는 어느새 작은 눈물이 남게 된다. 하지만 이 눈물이 웃음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고 매력이다. 터무니없이 엉뚱한데 허를 찌르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자지러지게 웃다보면 어딘지 모르고 애잔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 눈물이 결국 가 닿는 것은 희망이라는 사실이 또한 더욱 뭉클한 것이다.

  그 희망 자체가 어쩌면 말도 안 되는 기적일지 모른다. 상황은 언제 최악이 될지 모르고, 아이들은 천천히 차근차근 상처 받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기적 같은 것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희망한다. 가면 라이더가 되도록,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할 수 있도록, 강아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화산이 폭발할 수 있도록. 아이들은 그것을 희망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일들은 기적이며 일어 날 수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은 어른들 뿐이다. 아이들로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가족이 아닌 '세계'를 택하고야 마는 아이에게서 후회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삶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것이야 말로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어린 아이들의 작은 미신으로도 이렇게 삶 전체를 끌어올려 뒤흔들 수 있는 영화의 힘을 지켜본 것도 어쩌면 기적이다. 누군가는 끝끝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걸어도 걸어도> 2009

 

시놉시스 : 현대 일본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사랑과 원한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한 가정의 이야기. 15년 전 끔찍한 사고로 죽은 맏아들의 기일날 온 가족이 모이면서 그간 숨겨져 있던 비밀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아무도 모른다> 2005

 

시놉시스 : 가을.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네 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온다. 집주인에게는 식구가 적은 척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12살 장남 아키라는 몰래 동생들을 짐 속에 숨겨 들여온다. 엄마는 아이가 넷이나 딸린 싱글맘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 것, 밖에 나가지 말 것 등등의 규칙을 정한다. 또 이 철없어 보이는 엄마는 아이들(심지어 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만 갇힌 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간다. 어느 날, 엄마는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이제부터 아무도 모르게 네 남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험이 시작된다.
  겨울. 엄마가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네 아이들은 집안의 특별한 규칙을 지키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아무렇지않게 엄마는 선물을 사 들고 불쑥 나타난다. 하지만 머무는 것도 잠시, 그녀는 서둘러 짐을 챙겨가지고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서지만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섣달 그믐까지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 주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지만,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알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만 동생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다.
  봄. 엄마가 보내온 돈도 바닥나고 편지도 끊기고, 밀린 세금 영수증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네 남매가 더 굳게 뭉쳐야 한다고 느낀 아키라는 더욱 적극적으로 동생들을 돌본다. 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고 공원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여름. 이제 아이들은 매일매일 공원을 찾는다.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겼기 때문에 공원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학교를 빼먹고 벤치에 않아있는 소녀 사키가 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녀는 아키라와 친해지고 네 남매의 친구가 된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굶기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절망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데…

 

 

<공기인형> 2010

 

시놉시스 : 어느날 갑자기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공기인형 ‘노조미’. 바깥세상이 궁금한 그녀는 주인 몰래 외출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말과 행동을 배우기 시작한다. 우연히 찾게 된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 ‘준이치’를 보고 한눈에 반하는 노조미.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문구를 보고 찾아온 사람으로 착각한 준이치로 인해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날부터 노조미는 주인이 퇴근하고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인형이 되고, 아침이 되어 주인이 출근하면 평범한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자신을 꾸미며 준이치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DVD를 정리하던 노조미는 모서리에 팔이 찢기는 사고를 당하고, 몸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준이치에게 들켜버리고 마는데…
 영화제 소개글. '사람이 되어가는 인형'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멜로환타지물. 공기인형이 어느날 갑자기 감정을 갖게 되면서 주인 몰래 바깥세계를 다니며 여러 사람과 교감을 하게 되고 비디오 렌탈가게 점원 준이치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픔을 겪게 되는 내용의 영화.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 공기를 주입해 넣는 실물크기의 인형이 주인과 함께 아파트에서 쓸쓸한 날들을 보낸다. 어느 날 인형에게 생명이 불어 넣어지고, 그 인형은 비디오 가게 직원 준이치와 사랑에 빠진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인형이 우연히 손을 베이면서 준이치 앞에서 공기가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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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어리숙함의 매력, 조셉 고든-레빗의 영화 추천

<50/50>, <500일의 썸머>, <인셉션>  

   

   <50/50> 조나단 레빈, 2011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 의 중요성을 또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영화였다. 소재 자체만 보았을 때(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충분히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암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웃음을 가진 코미디로 흐른다. 하지만 억지스럽거나 무작정 가볍지는 않다. 중간중간 적절한 무게감과 깊이를 주며 영화의 완급조절을 잘 해냈다.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우세요, 슬퍼하세요, 하는 시간을 도통 주지도 않는다. 주인공 애덤 또한 울고 불고할 생각은 없이 50%의 확률을 안고 수술까지의 그 시간을 지낼 뿐이다. 특별히 뭘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내는 것이다. 그 와중에 여자친구와의 이별도 겪기도 하고, 친구 카일은 시종 여자를 꼬시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극성인 엄마를 이해하려 하기도 하고, 상담치료사와도 미묘한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 과정이 담담히 웃음을 안고 흐르는 동안 이상하게 관객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이렇다 할 허점 없이, 이렇다 할 감정의 폭발 없이 담담히, 잔잔히 흐르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장면. 우선 오프닝, 조깅을 하다가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를 파란 불로 바뀌기 전까지 절대 건너지 않는 모습으로 애덤 캐릭터설명 완료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그리고 치매인 아버지(정말, 슬퍼지려면 작정하고 슬퍼질 수 있는 소재인데... 그러지 않았다. )와의 몇 안되는 대화들, 친구가 죽을 수도 있다는데 여자 꼬실 생각밖에 없어보이던 카일의 화장실에서 밑줄과 별표가 쫙쫙 그어진 함께 이겨내요 암, 이라는 책을 발견한 모습 등은 꽤 오래 짠했다. 그리고 역시 조셉 고든레빗은 미국 영화의 보물이란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매력있는 것의 7할 이상은 조셉 고든 레빗 때문일 것이다.  



<500일의 썸머> 마크 웹, 2010   

시놉시스 :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 순수청년 ‘톰’, 어느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신의 반쪽임을 직감한다. 이후 대책없이 썸머에게 빠져드는 톰.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남자친구도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로 인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녀를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2010    

  이 영화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꽤나 분명하고 진중하다. 그런 메세지에 비해 무척 애매모호한 결말로 끝이 난 이 영화에 대해 정말, 여러 가지 견해가 나오고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이 영화가 한 평범한 사내의 한낮 백일몽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재미없는 분석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게 꿈이 됨으로서 영화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영화는,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할 수 있게 된다. 꿈의 설계와 조작, 공유라는 소재를 통해 시종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정말 ‘픽션’그 자체이다. 그 ‘픽션’이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영상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너무나도 사실적인 나머지 관객들은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된다. 하지만 꿈속의 꿈과 또 그 속의 꿈을 헤매던(이것 또한 다중으로 이어졌지만 영화적 눈속임일 뿐 한 가지의 복잡한 꿈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 외에도 토템이라든가 림보 등의 설정은 모두가 맥거핀 효과라고 단정하고 싶다.) 코브는 마지막 비행기에서 깨어나 아무렇지 않게 공항을 빠져나가 가족과 재회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신 돌고 있는 토템을 보여주지만,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 일까? 영화는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말했는데. 영화는 다시 돌리거나 빨리 다가갈 수 없고, 또한 조작할 수 없는 우리들의 과거와 미래, 기억에 대해 우리에게 따끔하게 충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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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어!!!!
슈슈님!!! 이 사람은 저의 조셉 고든 레비...빗이군요 ㅠㅠㅠ
우와 여기서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우와 50/50은 신작인가봐요... 아 신작을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ㅠ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1주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추천 

 

  아버지는 참 이상한 존재이다. 한없이 무섭고 권위적이시다가도 뒤돌아 걷는 모습은 또한 한 없이 작고 슬프다. 이런 아버지의 부정(父情)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더욱 자신의 아버지의 등이 작아보일 것이다. 아래 여섯편의 영화들을 보며 이 쌀쌀한 가을, 따뜻한 아버지를 느껴보고, 아버지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 <비우티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1

시놉시스 : 나는 마약을 사고 팔고 밀입국자들을 짝퉁가방 공장에 알선하는 인력브로커다. 고질병 때문에 찾아간 병원에서 암이란다. 남은 시간 3개월.. 엄마의 우울증 때문에 못난 아빠와 함께 사는 나의 착한 두 아이는, 아직 어리다. 죽은 자와 대화할 수 있는 나의 특별한 능력은… 불행히도 나의 죽음을 보게 한다.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마지막 순간, 실패한 인생이라 불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처럼, 험한 세상을 남겨질 나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억을,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 3개월.. 한달.. 하루.. 한 시간.. 일분.. 나의 아이들아,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 <뮤직네버스탑> 짐 콜버그, 2011 

시놉시스 : 어느 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 가출한지 20년이 된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아들을 만난 기쁨도 잠시, 오랜 노숙자 생활을 했던 아들은 뇌종양 수술로 기억이 15년 전에서 멈춰져 있다. 부모들에겐 대화조차 불가능해진 아들과의 만남은 기쁨보다는 가슴 아픈 슬픔으로 다가온다. 
 아들의 간병 중, 뇌기능 손상 환자에게 음악이 좋은 치료가 된다는 기사를 읽고 아버지는 어린 시절 아들과 함께 들었던 추억 가득한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노래에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제, 기억이 멈춘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눈물 겨운 락앤롤 정복기가 시작된다.

 

 

 

 

 

 

 

 

 

 

- <인생은 아름다워> 로베르트 베니니, 1997

시놉시스 : 1930년대 말, 천진난만한 시골 청년 귀도가 아저씨를 찾아 도시로 온다. 그는 아름다운 아가씨 도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귀여운 아들 조슈아까지 얻었지만 파시즘이 팽배하던 이태리는 귀도와 도라를 마냥 행복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독일군이 이태리를 점령하면서 귀도와 조슈아는 수용소에 끌려가고 귀도는 아들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 이 모든 것이 1,000점 먼저 따기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웃음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를 끝까지 존재하도록 이끌어주는 위력을 갖고 있다고 한 로베르트 베니니의 생각 그대로의 유쾌하고 아름다우며 감동적인 코미디다. 2차 대전 유태인 학살의 현장과 코미디의 만남을 이토록 즐겁게 그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빛이 난다. 아카데미는 물론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 대상 수상작이다.
 

 

- <존큐> 닉 카사베츠 2002

시놉시스 : 단란한 한 가정의 아버지 존 큐. 어느 날, 그의 아들 마이크가 야구 게임 도중 쓰러지고, 병원에서는 당장 심장 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온다. 그러나 보험 혜택은 물론 정부 지원금도 기대할 수 없고... 그는 더욱 절망적이 되고 마는데... 죽어가는 아들을 버린 미국의 정책에 망연자실한 아버지... 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아들의 수술을 진행할 병원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그가 목숨을 걸고 내건 요구 사항은 단 하나! 아들의 이름을 심장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그의 요구를 무시하고 베테랑 네고시에이터 프랭크 그림을 투입하면서 존 큐의 인질극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언론은 이 특별한 인질극을 시시각각 보도하고, 특별 기동대 SWAP까지 동원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SWAP에서는 존 큐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는데...

 

                   

 

 

 

 

 

 

 

 

 

- <마이파더> 황동혁, 2007

시놉시스 :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지원한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지만 자신의 친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만은 떨쳐버리지 못한다. 결국 주한미군으로 자원해 고국을 찾은 제임스는 카투사 친구의 도움으로 입양 전 잠시 머물렀던 춘천의 한 보육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이 공은철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방송을 통해 친부를 알고 있다는 한 신부님과 연락이 닿은 제임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가족,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가 10년째 복역중인 사형수(김영철)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서먹한 첫만남을 갖게 된다.
  해외 입양아와 사형수 아버지의 만남이란 기사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된 그들. 면회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연민의 감장이 싹트게 되지만,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사형수와 제대 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제임스의 만남은 안타깝기만 한데. 


- <플라이대디> 최종태 2007

시놉시스 : 인생과 주먹을 마스터한 열아홉 싸움고수 승석. 한가롭게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양복 입은 샐러리맨 아저씨가 나타난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키지 못한 서른아홉 완전소심 가장 장가필은 상심 끝에 승석에게 특훈을 요청한다. 과묵한 승석은 단호히 거절하지만, 가필은 목숨을 걸어도 좋다며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결국 승석은 스승과 제자의 예를 깍듯이 지킨다는 전제 하에 가필을 제자로 들이는데...
  제한 시간은 딱 40일. 10분 만에 남산 주파하기, 철봉에 매달려 ‘L’자 버티기, 시속 10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피하기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승석의 스페셜 특훈이 줄줄이 이어진다. 뱃살이 출렁이던 가필은 어느 새 12Kg이 줄은 날씬한 근육질의 몸으로 탈바꿈하지만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 가필의 정신도 단단하게 다지려는 승석의 최종 코스는, 진정한 영웅만이 볼 수 있는, 이름 하여 ‘공포의 저편’ 이라는데...
  약속한 40일이 지나고, 드디어 돌아온 결전의 날. 하지만 가필은 아직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승석은 과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영웅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가필은 최강의 상대를 맞아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자존심과 행복을 건 한 판 승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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