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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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처음으로, 거꾸로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느지막히 읽어보기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앞서 읽었던 세권의 책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3권에 담겨 있는 우리 땅 구석구석의 문화재들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경주나 수없이 많이 접했던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의 문화재들에서는 정겨움과 반가움마저 진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부처님들은 보통의 불상에서 느껴지는 근엄한 절대자의 모습 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이다. 삼불 김원용 선생은 그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삼존불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본존불의 둥글고 넓은 얼굴의 만족스런 미소는 마음좋은 친구가 옛 친구를 보고 기뻐하는 것 같고, 그 오른쪽 보살상의 미소도 형용할 수 없이 인간적이다. 나는 이러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창한다."

지난해 봄에 충청도 일대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초 다른 것은 못 보더라도 서산 마애삼존불은 꼭 보고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무엇에 쫓겼던 지 그냥 스쳐 지나왔던 것이 이제 와 생각하니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진다. 만약 내가 삼존불을 보게 된다면 나 역시 그 옛날 선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침묵의 찬사를 이 명작에 보내게 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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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뭔가가 느껴진다. 유홍준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그것이 그들이 지켜온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에서 연유한 것이든, 아니면 답답하게 느껴질 지도 모를 고루한 고집인 것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안동 사람이 지켜 온 그들의 땅과 문화는 분명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재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나마 그들의 오래된 역사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온, 그리고 이 시간에도 지독하게 고수해가고 있는 안동 양반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안동, 의성, 영양, 봉화지역의 문화재들은 대부분 직접 보아온 것들이지만 책을 통해 모르던 것들을 새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말인데,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지만, 전에 모르던 사실을 새로 알고 바라보는 문화재들은 분명 그전과는 다르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봉정사와 병산서원도 소개되어 있다. 특히나 병산서원은 언제나 마음속에 두고 그리워하는 곳이기도 해서 책을 읽을 때도 그 마음이 각별했다. 지금은 오를 수 없는 병산사원 만대루의 모습은 한편 안타까움을 준다. 넓직한 만대루 누각에 앉아 말없이 흘러가는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고요함에 빠져들던 그 옛날이 이젠 모두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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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이상을 살았던 경주는 지금도 내겐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조지훈 시인이 작사한 나의 모교 교가에도 나오는 이 '마음의 고향'이란 말이야 말로 경주가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 싶다.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재라면 역시 불국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게 불국사는 절이라기 보다는 관광지의 이미지가 강해서 매번 갈 때마다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 이번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불국사에 대한 오해는 좀더 깊어졌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오해가 불국사가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그동안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유홍준 교수 역시 경주 불국사가 전문가로부터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건축을 논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찰건축을 거론해야 하고, 그 중 뛰어난 절집이라면 당연히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경주 불국사가 손꼽힌다고 얘기하고 있다.

불국사는 산자락을 타고 올라앉았으면서도 비탈을 평지로 환원해 돌축대의 기교와 가람 배치의 묘가 압권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수없이 불국사를 돌아 다녔으면서도 단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돌축대의 아름다움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또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몰랐던 것이 이뿐만은 아니었다. 불국사가 일제시대부터 제3공화국에 이르는 기간 동안 엄청난 수난을 당했음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지금껏 불국사 경내를 무심코 돌아다녔던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해체복원과정에서 깨진 석가탑, 깨어진 사리병은 물론이고 복원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원형을 많이 훼손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러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안목이 좀더 커진다면 불국사의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되찾는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청운교와 백운교 아래에 있던, 동서 39.5m, 남북 25.5m에 이르던 타원형 연못인 구품연지가 복원돼서 범영루가 달빛속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3권의 부제를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라고 부쳤다. 김원용 교수는 고고학을 두고 '죽은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했던 것을 두고 유홍준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미술사를 그렇게 표현했다.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내 마음이 좀더 깊어져서 말하지 않는 것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표현하지 않는 사람의 속마음까지도 잘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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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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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봐야 하는 인생. 지은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별 다섯 인생' 이라는 이름의 책은 한 평생을 책만 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살다 간 사람이 세상에 남긴 따뜻하면서도, 한편 가슴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녀가 살았을 공간,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살았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스라히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수없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 나도 서재를 하나 가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물만두 홍윤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보질 못했었다. 책에서는 10년간 무려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로 지은이를 소개하고 있다. 매달 수백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나 역시도 잘 안다.

 

물론 스물 다섯이라는 한창 나이에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일상의 생활이 어려워졌기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의 힘으로 일어설 수도, 걸어다닐 수도 없기에 그녀는 책읽기를 통해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의 통로를 만들었던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절망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쉼없이 그녀를 힘들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라면 잘 견뎌낼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인지라 함부로 남의 불행을 동정하거나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아서도 아니될 일이다. 언젠가 그런 불행이 내게도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어차피 똑같은 무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니 누가 누구를 동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동정받아야 할 존재이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물만두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남긴 수천편의 서평과 엄청난 독서량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힘든 상황임에도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이 책에 담겨진 글들은 그녀가 인터넷 공간에 꼬박꼬박 남긴 일상의 기억들이다. 전문적인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이의 소박한 기록이다 보니 이름난 문인들의 에세이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글들 속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증과 울증을 수없이 넘나드는 속에서도 삶의 소중함을 놓지 않은 한 사람의 소박하지만 진실된 마음을 읽었다.

지난해 12월 13일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1년만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을 통해 물만두 홍윤은 자신의 생전 소망대로 영원히 사람들 속에 오래 남을 수 있게 됐다. 그녀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았다. 주인이 떠난 공간은 이제 그녀의 여동생 만순이가 대신 자리를 지키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이 세상에 존재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있는 물만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별다섯 인생이란 제목은 알라딘 서평 쓰기를 일생의 업으로 삼았던 지은이 물만두님의 삶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그 제목의 연원을 책에서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아마도 추측컨대 알라딘 서평의 최고 평점이 별 다섯개인 까닭이 아닐까 싶다. 나는 여기에 더해 비록 짧은 생을 살다갔지만 최고의 삶을 살았다는 칭찬의 의미로 이해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 이것은 지금도 터벅터벅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떠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태어날 때 조물주가 아홉 개의 건강한 공과 한 개의 병든 공이 든 주머니에 손을 넣게 하셨는데, 나는 그중 병든 공 한개를 골랐을 뿐이다. 내가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 불행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니 님들도 그런 걱정일랑 마시길.... 사람은 저마다 제멋에 겨워 사는 거니까.  - 프롤로그에서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가끔 누구나 마녀가 되고 싶을 때가 있지. 나도 그래.
누군가의 마음이 알고 싶을 때,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
누군가가 마냥 그리울 때
수정구슬이 있었으면 해.

아침에......가만히 맘속으로 외쳐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외침은 지금 누구에게로 가고 있을까...

아프고 나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언젠가'라는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나도 무수히 많은 '언젠가'를 외쳤다.

언젠가는 해야지.
언젠가는 되겠지.
언젠가는 가봐야지.

언젠가는, 언젠가는....하지만 그런 언젠가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언젠가를 외치지 않는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한다.
할 수 없는 건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
묻어두지 않고 미련없이 버린다.

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롬다면
아 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 이정하, 살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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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 독서 걷기 사색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
신정일 지음 / 다음생각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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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늙는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서글프기만 한 것이어야 할까요.

아홉수라는 말이 있듯 유독 우리나라는 새로운 10년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에 민감해지곤 합니다. 30대로 넘어갈 쯤이면 누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 무렵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30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사실 30대가 아닐까 싶네요.

나이드는 것, 바꿔 말하면 '늙는다는 것'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사실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예고되어 있는 끝인 죽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었고, 요즘도 노화방지를 위한 수많은 화장품과 약품, 시술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오고 약이 발명된다고 해도 사람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망각이라는 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인 것처럼 쉼없이 나이들어 죽음에 가까와지는 것 역시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함으로써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나이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좀더 여유로워져야 하며, 모든 것을 품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의 저자 신정일님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신정일 작가는 또한 가치있게 나이드는 방법으로 독서와 걷기, 사색을 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들로 사랑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 감미로운 음악 뿐만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사색을 하거나 맑은 기운으로 가득 찬 숲길을 걷는 것 또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합니다.

분명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마치 수십, 수백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책 속에 인용되어 있는 수많은 고전과 문학, 철학자들의 깊은 이야기들이 나이들수록 탁해지는 눈과 식어가는 가슴을 향해 회초리를 드는 것 같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늙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사색하고 오랜 번뇌와도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마흔을 두고 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침내 제 갈길을 찾아가는 때가 바로 지금부터라는 얘기겠죠. 과연 나는 내 인생의 어디쯤에 와 있으며, 제대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제게 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제 나이 서른 즈음에 십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과연 그때의 상상과 어느 정도 닮아있을까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마흔이 되면 많이 넓어지고, 또 깊어질 줄 알았는데 십년을 헛살았던 걸까요. 하지만 아직 실망하지는 않으렵니다. '너무 늦은 지금, 그러나 지금이 가장 빠른 때'란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때가 사람을 모르니 때가 사람을 따를 리 없다. <정현종>
 - 아직 당신에게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기쁘다' 또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너무 좋다'라는 감정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나 이외에는 모두가 다 나의 스승이다

스무 살 때 사람은 공작이며 서른일 때는 사자, 마흔일 때는 낙타이며 쉰은 뱀이다. 예순일 때는 개가 되며, 일흔이 되면 원숭이, 여든이 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 7년이 지날 때 마다 인생은 달라진다

모든 병은 마음에 달렸으니 마음에 병이 나면 몸에도 병이 난다(萬病由心 心生則病作) <김시습>
 - 마음의 밭을 가꾼다는 것

탄생하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며 죽음은 삶보다 좋다. <아리스토텔레스>
 - 죽음, 그 아름다운 마무리

우리들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 만족한다. 마치 방랑을 하면서도 어떤 목적지를 찾는 게 아니라 방랑 그 자체를 즐겨 언제나 방랑의 길 위에 있기를 바라듯이. <헤르만 헤세, 방랑>

식견은 무섭게, 기운은 날카롭게, 힘은 진중하게, 담력은 결단력 있게, 눈을 맑게, 말은 어눌하게 <자감록>
 - 매화꽃 핀 강변을 거닐었던 날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한가지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일체의 욕심에서 벗어나 내가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이 실로 어렵다.
 - 비 내리는 날 절에서 나를 돌아보다

지극한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至樂無樂) <장자>
 -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고상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대해 존경심을 갖는 것이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낮추어 생각하지 않고, 자기 고유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남에게 떠넘기려 하지 않으며, 자신의 수많은 의무들에 대한 특권과 훈련을 중요시 하는 것이다. <니체, 선악의 피안>
 - 무엇이 고상한 것인가

자연에 대해 말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는 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이 자연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자연은 우리가 그것을 부를 때 느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다. <니체, 망각된 자연>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

내 마음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옴몸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되는가.
 - 마음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랑, 이것이 우리 영혼의 가장 순수하고 가장 바람직한 경지다. <헤르만 헤세>
 -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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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우리 문화 바로 찾기 1
조용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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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주제였던 사주명리학에 관해 쉽게 풀어 쓴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을 쉬엄쉬엄 읽어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350쪽이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사주명리학의 뿌리와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주팔자나 정감록 얘기도 나오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이라는 이름도 여러차례 언급된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깊에 뿌리내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명리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어느 으슥한 뒷골목에 대나무가 꽃혀있는 점집들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주명리학의 이미지다. 인터넷에 수많은 사주카페들이 성업하고 있지만 그저 재미삼아 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부터 그동안 이 분야에 많이 무지했음을 절감하게 됐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음지에 갇혀있던' 사주명리학의 '학문적 시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함도 인식하게 됐다. 마치 다이아몬드에 누런 똥이 발라져서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현재의 사주명리학에서 냄새나는 똥을 닦아내고자 하는 조용헌 교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사주명리학 내부적으로는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부분인 사주명리학의 진면목을 일반인들에게 바로 알리려는 시도 또한 절실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저 현재의 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척당해서는 안될 학문이자 기술이지 않은가.

이름난 역사 속 인물들은 모두 하늘을 보고 미래를 점쳤고, 사람을 바로 보는 밝은 눈을 가졌었다. 그것이 비단 그들의 타고난 능력 덕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명리학의 체계 속에서 이어받았을 것이고,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또 어디에 숨어있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사주명릭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만 간다.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편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기초부터 하나하나 좀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깊게 공부하고 수련하면 나도 밝은 눈을 가질 수 있을까.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행복한 일일까.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다시 책을 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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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 이상민 여행산문집
이상민 지음 / 심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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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여행작가 최갑수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이후 신작 소식이 없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개정판에 실망을 하면서도 또 내 취향에 그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늘 기다리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 나의 글과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행 에세이가 그래도 제일 편하고 또 끌린다. 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아름다운 우리 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이 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 뭔가 읽을만한 새 책이 있나 싶어 찾아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여정'이란 책이다.

 

이상민이라는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경북 영덕의 강구에서 태어났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시를 썼던 독특한 경력을 지난 여행작가인 듯 하다. 지금은 공연전문지에서 문학과 고전음악, 공연과 전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참 다재다능한 사람인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과거가 그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었음은 그의 글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길이 빛난다
밤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는 것은
길을 따라 떠난 것들이 그 길을 따라
꼭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서, 사진을 통해서 그 사람을 읽을 수가 있다. 그 속에 그 사람의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또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작가의 표현대로 인간이란 존재가 '길을 걷는 존재'라고 말한다면 앞을 향해 걸을 때가 있고, 또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때가 있는 법이다. 작가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온 것이고, 지금의 내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을 통해 그 사람을 읽어보듯 이제는 나를 읽어보는 시간도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 떠나는 이 길의 끝이 어디로 향할 지 나 역시 알 수가 없다. 나 역시도 작가의 바람처럼 내가 걷게 될 길이 어떤 길이든 발바닥 둘엔 대지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창공의 바람이 머리를 가르고 있는 순간을 느꼈음 좋겠다.

이 책을 다 읽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월간 <토마토>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이 책의 각각의 글들은 독립적이다. 처음에 나오는 계룡산 사진을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난 봄 홀로 걸었던 계룡산 계곡의 신록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진 한장만으로도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다.

얼골 하나야
손가락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 정지용의 호수


굳이 나누어 보자면 이 책은 최갑수 스타일이기 보다는,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디테일하게 파고들기 보다는 우리땅 구석구석에 자리한 고을들의 전체적인 느낌이 옅게 드리워져 있다. 표현 역시 직설적이기 보다는 비유적이다. 또한 그의 느낌을 온전히 잘 이해하자면 고전음악이나 문학에도 조금은 일가견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각자의 여정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끝이 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정표도 없고 결말도 알 수 없기에 두려운 길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 한편 그래서 희망과 호기심을 가지고 걸어갈 용기를 내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 여정의 마지막 기록이 좀더 풍요로울 수 있게 오늘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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