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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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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는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로 시작한다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나무가 있고 태어날 때 혼이 나무로부터 내려와서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고 나중에 죽으면 혼이 나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그리고 숲에 들어가 우연히 나의 나무아래 서 있으면 나이를 먹은 자신을 만나는 수가 있다고 한다오에는 어렸을 적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만약 자신이 '자신의 나무' 아래서 오래된 자신을 만나며 어떻게 살아왔습니까라고 묻는 자신을 상상했다고 한다.

오에가 1935년에 태에나서 2001년에 책을 출간했으니 책은 66살의 오래된 자신이 어린 자신’ 또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인 셈이다평생 책을 읽고 꼼꼼히 메모하고 사전을 찾으며 깊이 사색하고 글을 쓰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살아온 저자는 일본의 양심으로 불린다저자는 살면서 어릴 적 자신에게 했던 질문을 끊임없이 반추했을 것이다.  

책의 내용 가운데 전쟁중에 일본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고 독자에게 말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오에는 이런 사과야 말로 자존심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한다학교에서 반 친구중 약한 상대에게 고약한 행동을 했을 때 언제까지나 사과하지 않는다면 용기없는 인간이라고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주룽지는 일본을 방문해서 사과는 일본인의 자신의 문제라고 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 처리가 큰 이슈이다주룽지가 말했듯이 위안부는 일본인의 문제이다그리고 정작 우리 자신의 문제는 친일이라고 할 수 있다친일파 정권이 대처하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교양과 양심이라 하겠다. 오에의 나이가 되어서 어린 손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묻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오에는 아니더라도 오에의 이야기에 나오는 어머니와 같은 삶은 살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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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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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은 서울공대 26분의 교수님들이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1) 개별 산업의 최근 추이 (2)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수준 (3) 중국의 발전 정도 (4) 산업발전을 위한 방향 (5) 공대 교육방향 등에 관한 주관적 인식을 인터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심포지엄과 같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한데 묶는 것도 아니고 개별 인터뷰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일반화한 개인 의견도 많아서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다. 특히 공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교수님들의 학과와 경험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기초과목을 강조하고 어떤 경우에는 실무학습을 강조하는 등 크게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공대 교수들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 만큼은 거의 만장일치하고 있는데 발표 논문 수치 중심은 안된다고 하고 있다. 26명의 핵심 교수들이 한결같이 이러한 주장은 하는데 왜 그런 평가제도가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수님들에 따르면 산업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추진해온 패러다임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우리의 지금까지 성장 패러다임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개발된 산업을 모방하여 공정을 개선하고 관련 기술을 대체 개발함으로써 수출을 통해 경제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와 유사한 그리고 훨씬 대규모의 방식으로 모든 산업에서 따라붙고 있어 경쟁력이 소진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전기 등 일부 산업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은 현재의 상태에 안주할 수 없는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세상에 우리가 처해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업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제품과 산업을 끊임없이 창출한다는 점이다. 선진 기업들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즉 scale-up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의 표준상품 대신에 소량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하는데 글로벌 수준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음으로써 진입장벽의 잇점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형 패러다임은 공정개선과 대체기술 개발과 같이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다. 오직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오랜 시간 경험이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우리 경제는 이제 축적의 시간에 도달했다는 것이 교수님들의 진단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연연해 하지 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선진국은 오랜 기간 동안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간적인 성숙단계를 거쳤다. 반면에 중국은 광대한 경제규모와 시장을 활용하여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공간적성숙으로 시간적 성숙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우리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이정동 교수님이 간략히 기업, 대학, 정부, 사회로 나누어 답변을 시도하고 있지만 명확한 대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축적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시간 현명히 보내 단축하는 방안이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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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ore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Hardcover)
Tetlock, Philip / Crown Publishing Group (NY)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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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학의 발전의 동력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의학은 인류의 첫 직업으로 부족의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 종사하였지만 19세기까지 실질적인 발전이 거의 없었는데 20세기에 들어서 놀라운 발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의학이 control group과 treatment group으로 나누고 통계를 도입함으로써 발전이 시작되었다고 믿는다그리고 forecasting에 의학과 유사한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다수의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forecasting 대상을 보다 엄밀히 정의함으로써 성과를 계량화하고 분석함으로써 어떤 사람들이 그리고 왜 superforecasting하는지 즉 보다 나은 forecasting 하는지를 찾아고자 한다.

그가 찾아낸 superforecasting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쩌면 상식적이다.  그들은 반드시 supersmart 하지는 않더라도 머리가 좋고 수학에 익숙하다그들은 전망을 위해 하루종일 인터넷을 뒤적이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며 최선을 다하고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기보다는 상황변화를 직시하려 노력한다또한 그들은 자신의 전망을 고수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try, fail, analyze, adjust, try again”의 과정을 반복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Superforecaster 태도 분석결과는 질문을 제기한다왜 보통사람들은 생존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전망하는데 이러한 당연한 태도를 가지지 않는가아마도 전망의 정확성이 당장의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았던 때문이며 또한 인간의 진화가 아직 종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풀 뒤의 어룩한 그림자가 사자인지 아니면 사슴인지를 판별하는데 심사숙고할 수는 없었으며 인류 진화의 대부분은 이러한 절박했던 기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Superforecaster의 특징은 우리 인류가 진화하면서 발달시켜 온 태도와는 사뭇 다르며 그래서 애써 노력해야만 익숙해질 수 있는 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비합리성은 진화의 산물이며 우리는 너무도 쉽게 편견에 빠진다저자는 이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11가지 교훈을 정리하고 있다첫번째 triage란 자명하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적절한 문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Strike the right balance between inside and outside views.
  2. Strike the right balance between under- and overreacting to evidence.
  3. Look for the clashing causal forces at work in each problem.
  4. Strive to distinguish as many degrees of doubt as the problem permits but no more.
  5. Strike the right balance between under- and overconfidence, between prudence and decisiveness.
  6. Look for the errors behind your mistakes but beware of rearview-mirror hindsight biases. 
  7. Bring out the best in others and let others bring out the best in you.
  8. Master the error-balancing bicycle.
  9. Don't treat commandments as commandments. 
책을 읽으며 얻는 즐거움은 저자가 발견한 superforecaster의 태도를 저자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자신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사람을에게 귀를 열고 겸손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저자야말로 superforecaster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는데 경제학 전공자라면 당연히 Keynes가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 “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은 사실 정확한 근거가 없다고 한다또한 알라스카에서 살고 있는 superforecaster인 Anne Kilkenny의 인생의 경구는 새길만 하다.

“Live simply. Love generously. Care deeply. Speak kindly. Leave the rest to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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