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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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은 서울공대 26분의 교수님들이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1) 개별 산업의 최근 추이 (2)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수준 (3) 중국의 발전 정도 (4) 산업발전을 위한 방향 (5) 공대 교육방향 등에 관한 주관적 인식을 인터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심포지엄과 같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한데 묶는 것도 아니고 개별 인터뷰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일반화한 개인 의견도 많아서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다. 특히 공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교수님들의 학과와 경험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기초과목을 강조하고 어떤 경우에는 실무학습을 강조하는 등 크게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공대 교수들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 만큼은 거의 만장일치하고 있는데 발표 논문 수치 중심은 안된다고 하고 있다. 26명의 핵심 교수들이 한결같이 이러한 주장은 하는데 왜 그런 평가제도가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수님들에 따르면 산업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추진해온 패러다임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우리의 지금까지 성장 패러다임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개발된 산업을 모방하여 공정을 개선하고 관련 기술을 대체 개발함으로써 수출을 통해 경제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와 유사한 그리고 훨씬 대규모의 방식으로 모든 산업에서 따라붙고 있어 경쟁력이 소진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전기 등 일부 산업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은 현재의 상태에 안주할 수 없는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세상에 우리가 처해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업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제품과 산업을 끊임없이 창출한다는 점이다. 선진 기업들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즉 scale-up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의 표준상품 대신에 소량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하는데 글로벌 수준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음으로써 진입장벽의 잇점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형 패러다임은 공정개선과 대체기술 개발과 같이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다. 오직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오랜 시간 경험이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우리 경제는 이제 축적의 시간에 도달했다는 것이 교수님들의 진단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연연해 하지 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선진국은 오랜 기간 동안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간적인 성숙단계를 거쳤다. 반면에 중국은 광대한 경제규모와 시장을 활용하여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공간적성숙으로 시간적 성숙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우리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이정동 교수님이 간략히 기업, 대학, 정부, 사회로 나누어 답변을 시도하고 있지만 명확한 대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축적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시간 현명히 보내 단축하는 방안이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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