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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통속문학사 - 상 ㅣ 중국학술총서 27
판보췬 지음, 임춘성 외 옮김 / 차이나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중국 ‘근현대’문학사에서 ‘신문학(新文學)’은 이른바 ‘구문학’을 비판함으로써 성립하였다. 그러므로 신문학 제창자들은 과장된 목소리로 ‘신문학’이 아닌 문학을 일괄적으로 ‘지주사상과 매판의식의 혼혈아’, ‘반봉건(半封建)․반식민지(半植民地) 십리양장(十里洋場)의 기형적인 태아’, ‘유희와 소일거리(消遣)의 금전주의’라는 식으로 매도하였고 자신을 그들의 대립항에 놓았다. 그러나 21세기 통속문학의 문제제기는 ‘신문학’이 ‘구문학’ ‘지우기(erasion)’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했던 것이 과연 정당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1949년 본격화된 ‘셴다이’문학사 연구단계에서 연구자들은 5`4 이래의 ‘셴다이’문학을 ‘좌파문학’으로 축소 해석했다. 그 결과 ‘셴다이’문학은 혁명문학논쟁 이후 급속하게 좌경화되었고 동반자문학이나 우파문학은 그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특히 ‘옌안(延安) 문예좌담회’에서 ‘인민문학’ 이념형이 제출된 후에는 라오서(老舍), 바진(巴金) 등의 이른바 ‘민주주의 작가’들조차 ‘셴다이’문학사에 발붙이기 어려웠다. 이는 1949년 이후 ‘좌파문학’ 독존의 관점에서 1917-1949년까지의 문학을 해석한 것이다. 류짜이푸는 이런 시대 분위기를 ‘독백의 시대’라고 개괄하였다. 이 용어는 1949년부터 문화대혁명 종결까지의 시기를 개괄한 것으로, 중국 ‘셴다이’문학사 연구시기와 일치한다. ‘20세기 중국문학사’의 공헌의 하나는 바로 ‘셴다이’문학사가 억압했던 동반자문학과 우파문학을 ‘근현대’문학사의 연구시야로 복원시킨 것이다.
‘신문학’이 ‘구문학’의 즉자적인 대립 개념이고 ‘셴다이’문학이 마오쩌둥(毛澤東)의 신민주주의혁명기의 좌파문학과 동일한 개념이라면, ‘20세기 중국문학’의 개념은 첸리췬(錢理群)과 천쓰허 등이 나름의 고민과 전망을 담은 참신한 개념이었다. 천쓰허는 이를 “셴다이문학의 연구 대상을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 자신의 학술 시야도 해방시켰다”고 평가했다. 이후 ‘20세기 중국문학’이라는 용어는 중국문학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이 되었고, 한국의 중문학계에서도 낯설지 않은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중국문학’이라는 기표는 ‘세계문학으로 나아가는 20세기의 중국문학’이라는 양적인 규정과 ‘민족영혼의 개조’라는 사상계몽적 주제를 가진 ‘반제반봉건 민족문학’이라는 질적인 규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맥락에서 고찰할 때 판보췬(范伯群)의『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사(中國現代通俗文學史)』의 문학사적 의미가 자명해진다. 그것은 ‘20세기 중국문학사’가 ‘우파문학’을 해방시킨 것에 뒤이어, ‘신문학사’가 배제시켰던 ‘통속문학’(구문학, 전통문학, 특히 전통 백화문학, 본토문학, 봉건문학)을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연구 시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판보췬은 2000년 4월 중국 진셴다이 통속문학사(中國近現代通俗文學史)(상․하)를 주편했는데, 이는 중국 근현대문학사 연구의 새로운 단계를 알리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본문만 1,7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사회․언정(社會言情), 무협․당회(武俠黨會), 정탐․추리(偵探推理), 역사연의(歷史演義), 골계․유모(滑稽幽黙), 통속희극(通俗戱劇), 통속간행물(通俗期刊編) 등 일곱 분야와 대사기편(大事記編)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는 하위장르의 상대적 독립성을 감안(勘案)하고 존중한, 장르별 문학사의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진셴다이(近現代) 시기에 ‘열등하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좋아했던’ 통속문학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중국 ‘진셴다이’ 통속문학은 청말민초(淸末民初)의 대도시 상공업 경제 발전을 기초로 삼아 번영․발전한 문학을 가리킨다. 그것은 내용면에서 전통의 심리기제를 핵심으로 삼았고 형식면에서 중국 고대소설전통을 양식으로 하는 문인의 창작물 또는 문인의 가공을 거쳐 재창조된 작품을 계승했다. 그것은 기능면에서 흥미와 오락, 지식성과 가독성(可讀性)을 중시했지만 ‘즐거움에 가르침 얹기(寓敎於樂)’의 권선징악의 효과도 고려했다. 그것은 민족의 감상습관에 부합하는 것을 토대로 하여, 수많은 시민층 위주의 독자군을 형성하였으며 그들에 의해 정신적 소비품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그들의 사회`가치관을 반영하는 상품성 문학이 되었다.
위 인용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 ‘진셴다이’ 통속소설이 대도시의 상공업 경제의 발전을 토대로 번영`발전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도시통속소설’이라는 명명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셴다이’문학사 또는 ‘20세기 중국문학사’의 주요한 유파인 ‘사회해부파’ 도시소설이나 ‘신감각파’의 심리분석소설과 달리, 현대 도시생활에서 광범위한 제재를 선택하여 재미있고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다양한 사회 풍경화를 제공하였다. 이 작품들은 중국 민족의 전통적인 문화심태(cultural mentality)를 잘 파악함으로써 사회의 각종 세태와 인간을 반영하는 데 뛰어났다. 이 소설들은 고대 백화소설의 언어 전통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문학에서 배운 기교를 적당히 융합할 줄도 알았다. “그들은 민족의 전통형식을 숭상하는 동시에 외국문학에서 창작기교와 살아있는 문학언어를 배웠다.”(范伯群 2000, 21쪽)
특히 문학사 연구와 관련된 아래의 언급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0년 동안 ‘진셴다이’문학사 연구자들은 한 가지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 그것은 ‘진셴다이’ 통속문학을 우리의 연구 시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순문학과 통속문학은 우리 문학의 두 날개이므로, 이후 편찬되는 문학사는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여야 한다.
최근 20년 동안 ‘진셴다이’문학사 연구자들은 모두 한 가지 관점을 수용하고 있다. 과거 ‘진셴다이’문학에서 통속문학의 중요한 유파인 ‘원앙호접-토요일파(鴛鴦蝴蝶-禮拜六派)’를 역류(逆流)로 본 것은 좌경사조의 문학사적 표현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판보췬이 제시한 공통 인식(共識) 변화의 대표적인 예를 첸리췬 등이 펴낸『중국 ‘셴다이’문학 30년(中國現代文學三十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초판본(1987년, 上海文藝出版社)과 수정본(1998년, 北京大學出版社) 사이에 11년이라는 시간의 차이와 상하이에서 베이징이라는 출판공간의 변화가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정’ 내용이다. 저자들을 대표하여 첸리췬은「후기」에서 “총체적인 변동” 없이 “개별적인 조정”(665쪽)을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면 ‘상당한’ 조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판보췬이 말한 ‘공통 인식’과 관련된 사항을 들자면, 초판본에서는 장(章)과 절(節)의 제목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통속소설’에 대해 수정본에서는 세 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첫 번째 10년’(1917~1927년), ‘두 번째 10년’(1928~1937년 6월), ‘세 번째 10년’(1937년 7월~1949년 9월)에서 각각 ‘문학사조와 운동’, ‘소설’, ‘신시’, ‘산문’, ‘희극’ 등의 장이 서술되고 있는데, ‘통속문학’은 바로 이들 장르와 동등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요컨대 통속소설을 문학사 연구 범주로 받아들여 매 시기 그 주요 사항을 서술하게 된 것은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근본적이라기보다는 부분적이다.『중국 ‘셴다이’문학 30년』의 저자들은 통속문학을 연구 대상의 일부로 편입시킨 정도에 그쳤을 뿐, 아직 순문학과 통속문학의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의 인식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듯하다.
류짜이푸는 ‘본토문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찰했다. 진융(金庸) 소설의 문학사적 지위를 논하면서 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초 중국문학은 사회 변화와 외래문학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신문학’과 ‘본토문학’이라는 두 가지 다른 문학 흐름(流向)으로 분열되었다. 후자는 전자와 함께 ‘20세기 중국문학’의 양대 실체 또는 흐름을 구성하여 완만한 축적과정을 거쳐 자신의 커다란 문학 구조물을 세웠다. 그것은 20세기 초의 쑤만수(蘇曼殊), 리보위안(李伯元), 류어(劉鶚), 1930~40년대의 장헌수이(張恨水)와 장아이링(張愛玲) 등을 거쳐 진융에 이르렀다. 진융은 홍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본토문학의 전통을 직접 계승하여 집대성(集大成)하고 그것을 새로운 경지로 발전시켰다. 여기서의 ‘본토문학’이 바로 5`4시기 ‘신문학’에 의해 문단에서 축출된 ‘구문학’이고 ‘원앙호접파’ 소설이었는데, 류짜이푸는 그것을 ‘신문학’과 대등한 수준에서 20세기 중국문학의 한 축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제기된 ‘통속문학’의 문제의식은 그동안 ‘중국 신문학사’, ‘중국 셴다이문학사’, ‘20세기 중국문학사’라고 명명되었던 ‘중국 근현대문학사’ 담론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신문학사’는 ‘구문학’을 배척하였고 ‘셴다이문학사’는 ‘우파문학’을 탄압하였으며 심지어 ‘20세기 중국문학사’도 ‘통속문학’을 홀시하였다. ‘통속문학’의 문제제기는 바로 배척과 탄압으로 점철된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주류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중국 근현대문학사 담론’에서 ‘통속문학’의 문제제기는 ‘타자들’의 복권의 대미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전통적인 ‘문이재도(文以載道)’ 문학관의 연장이랄 수 있는 5․4 계몽문학관은 과거와 단절하는 ‘신문학’을 주장하면서 ‘구문학’을 비판했지만, 그것은 아속(雅俗)을 구분하는 전통을 답습하고 있었으며 공공연하게 ‘아(雅)’를 추켜세우고 ‘속(俗)’을 ‘타자화’시켰다. ‘통속문학’은 낡고 퇴폐적인 것으로 단죄되어 문단에서 추방되었다. ‘인민 해방’을 구호로 내세웠던 중화인민공화국의 문학사는 ‘인민문학’을 위해 ‘우파문학’과 ‘동반자문학’을 타도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그들을 탄압하였다. 그리고 ‘좌파들’은 서로 경쟁하며 ‘극좌’로 치달았다. 해방이라는 구호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자신들조차 수렁 속으로 밀어넣고 말았다.
1985년 ‘20세기 중국문학’의 제창은 바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리고 ‘셴다이문학’에 의해 탄압되었던 ‘우파’와 ‘동반자’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다시 15년이 지난 후 ‘통속문학’이 제기되면서 ‘신문학’에 의해 추방되었던 ‘구문학’을 복권시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파문학’의 해방과 ‘통속문학’의 복권 자체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문학사를 아와 속,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어 기술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판보췬의『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사』‘서론’은『중국 ‘진셴다이’ 통속문학사』‘서론’을 전제로 삼고 있다. ‘진셴다이’를 ‘센다이’로 통합하고 ‘역류’와 ‘조연’의 고깔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며, 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의 역사를 시간, 원류, 독자, 기능 면에서 개괄하고 있다. 특히 통속문학이 지식인문학의 배척을 받으면서도 그 자양분을 취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을 ‘상극(相剋) 가운데 상생(相生)’이라 요약했다. 나아가 만청 견책소설을 사회통속소설로 분류해 외연을 넓히면서 계몽주의와 통속문학의 관계를 고찰했고, 전통의 계승이라는 기능을 재해석했다. 전통 가운데 봉건적 요소를 양기(揚棄)하면서 ‘효’ 문화와 같은 전통 미덕의 계승을 통속문학 생존의 근거이자 의의로 받아들였다. 판보췬의 궁극적인 목적은 ‘셴다이’ 통속문학을 제대로 연구해서 중국 ‘셴다이’문학사의 ‘대가족’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두 날개 문학사’의 내함이다.
판보췬이 말한 ‘순문학과 통속문학의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라는 ‘공통 인식’을 1920년대에 가질 수 있었더라면, ‘신문학사’는 ‘신문학’과 ‘구문학’의 두 날개로 날아, 독자들을 ‘구문학’에 빼앗겨 ‘인문학의 위기’ 운운 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공통 인식’을 1950년대에 가질 수 있었더라면, ‘셴다이문학사’는 ‘셴다이문학(즉 좌파문학)’과 ‘우파문학’의 두 날개로 비상하여 세계문학과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자신의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었을 것이다. ‘순문학과 통속문학의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가 실현되기 위해 여러 가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아(雅)의 속화(俗化), 속(俗)의 아화(雅化) 등도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아속공상의 핵심은 아와 속의 동시적 감상이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고아(高雅)한 작품도 감상하고 통속(通俗)적인 작품도 읽는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한 작품에서 고아한 측면과 통속적인 측면을 동시적으로 감상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를 감당할 만한 두터운 텍스트(thick text)의 출현이고 그 두터운 텍스트를 감상하고 유통시키는 독자 대중의 존재다.
‘두 날개 문학사’ 담론은 판보췬(范伯群)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 문학사적 의미는 ‘20세기 중국문학사’가 ‘우파문학’을 해방시킨 것에 뒤이어, ‘신문학사’가 배제시켰던 ‘통속문학’(구문학, 전통문학, 특히 전통 백화문학, 본토문학, 봉건문학)을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연구 시야로 끌어들인 점이다. 판보췬의 문학사 편사 이전에도 통속문학의 문제의식은 천핑위안(陳平原 1993), 류짜이푸(劉再復 1998) 등에 의해 제기된 바 있었다.
통속문학의 대표 장르인 소설은 중국 고대문학에서 대아지당(大雅之堂)에 오르지 못한 채 줄곧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소설이 문학의 최고 지위에 오른 것은 량치차오(梁啓超)의 ‘소설계 혁명’을 통해서였다. 이후 주변부에 있을 때는 문제되지 않았던 고급소설과 통속소설의 구분이 시작되었고 이는 문단권력의 문제와 맞물려 양자를 화해할 수 없는 형국으로 몰아갔다. 천핑위안은 20세기 중국문학에서 통속소설의 세 차례 부상(浮上)에 주목한다. 1차는 신해혁명부터 5·4 이전까지, 2차는 1940년대, 3차는 1990년대 초이다. 5·4신문학 제창자들이 공격한 것이 바로 1차 시기의 통속소설로, “이 시기에 소시민의 구미에 맞는 양식화되고 오락성이 짙은 소설의 대량 출간은 ‘봉건문학의 복벽(復辟)’, ‘원앙호접파의 범람’이라고 불렸다.”(陳平原 2004, 374) 5·4신문학은 이들의 ‘사상적, 예술적 약점을 파악’하여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목표인 “서유럽 근현대소설을 수입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같은 책, 375)했다. 천핑위안은 이를 고급문학의 통속문학에 대한 ‘타도’라고 명명했다. 이에 반해 1940년대는 장헌수이(張恨水)의 ‘통속문학’의 고아화(高雅化)와 자오수리(趙樹理)의 ‘고급문학’의 통속화로 대표되는데, 이는 당시 주류문학의 문예정책이었던 ‘보급과 제고’의 두드러진 예라 할 수 있다. 통속소설의 3차 부상은 홍콩과 타이완의 무협소설과 애정소설의 열풍 이후 각종 통속소설이 고급소설과 지위를 다툰 시기다. 이는 1980년대 문예창작에 다원적 공존과 다원적 탐색의 국면이 출현함으로써 통속소설에 대한 문예이론가들의 태도도 대범한 이해나 관용으로 바뀌게 되었다(같은 책, 375). 천핑위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 발전 법칙의 측면에서 통속소설 부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고급소설의 예술적 탐색이 심원해지면서 소설의 가장 기본적 특징인 오락 기능을 무시하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일반 독자들은 미적 수준은 높지 않지만 재미있는 통속소설을 환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20세기 중국문학에는 다음과 같은 순환이 형성되었다. 량치차오의 정치소설--원앙호접파 소설--5·4 신문학--1930-40년대 무협소설--1980년대 초 신시기 소설--통속소설. 그러므로 천핑위안은 소설계의 이상적인 국면을 ‘고급소설’, ‘고급 통속소설’, ‘통속소설’의 세 가지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같은 책, 378) 이른바 ‘신소설’ 연구를 통해 얻은 성찰을 근현대문학사 전 국면에 확대 적용한 천핑위안의 견해는 판보췬의 ‘두 날개 문학사’와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속문학의 문제의식은 류짜이푸(劉再復)에게서 ‘본토문학’으로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진융(金庸) 소설의 문학사적 지위를 논하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초 중국문학은 사회 변화와 외래문학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신문학’과 ‘본토문학’이라는 두 가지 다른 문학 흐름(流向)으로 분열되었다. 후자는 전자와 함께 ‘20세기 중국문학’의 양대 실체 또는 흐름을 구성하여 완만한 축적과정을 거쳐 자신의 커다란 문학 구조물을 세웠다. 그것은 20세기 초의 쑤만수(蘇曼殊), 리보위안(李伯元), 류어(劉鶚), 1930~40년대의 장헌수이(張恨水)와 장아이링(張愛玲) 등을 거쳐 진융에 이르렀다. 진융은 홍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본토문학의 전통을 직접 계승하여 집대성(集大成)하고 그것을 새로운 경지로 발전시켰다.(劉再復 1998, 19-20) 여기서의 ‘본토문학’이 바로 5·4시기 ‘신문학’에 의해 문단에서 축출된 ‘구문학’이고 ‘원앙호접파’ 소설이었는데, 류짜이푸는 그것을 ‘신문학’과 대등한 수준에서 20세기 중국문학의 한 축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류짜이푸의 신문학과 본토문학은 판보췬의 순문학과 통속문학에 대응하고 있다.
판보췬은 2000년 4월 중국 진셴다이 통속문학사(中國近現代通俗文學史)(상․하)를 주편했는데, 이는 중국 근현대문학사 연구의 새로운 단계를 알리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본문만 1,7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사회․언정(社會言情), 무협․당회(武俠黨會), 정탐․추리(偵探推理), 역사연의(歷史演義), 골계․유모(滑稽幽黙), 통속희극(通俗戱劇), 통속간행물(通俗期刊編) 등 일곱 분야와 대사기편(大事記編)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는 하위 장르의 상대적 독립성을 감안(勘案)하고 존중한, 장르별 문학사의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진셴다이(近現代) 시기에 ‘열등하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좋아했던’ 통속문학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중국 ‘진셴다이’ 통속문학은 청말민초(淸末民初)의 대도시 상공업 경제 발전을 기초로 삼아 번영․발전한 문학을 가리킨다. 그것은 내용면에서 전통의 심리기제를 핵심으로 삼았고 형식면에서 중국 고대소설전통을 양식으로 하는 문인의 창작물 또는 문인의 가공을 거쳐 재창조된 작품을 계승했다. 그것은 기능면에서 흥미와 오락, 지식성과 가독성(可讀性)을 중시했지만 ‘즐거움에 가르침 얹기(寓敎於樂)’의 권선징악의 효과도 고려했다. 그것은 민족의 감상습관에 부합하는 것을 토대로 하여, 수많은 시민층 위주의 독자군을 형성하였으며 그들에 의해 정신적 소비품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그들의 사회·가치관을 반영하는 상품성 문학이 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 ‘진셴다이’ 통속소설이 대도시 상공업 경제의 발전을 토대로 번영·발전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도시통속소설’이라는 명명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셴다이’문학사 또는 ‘20세기 중국문학사’의 주요한 유파인 ‘사회해부파’ 도시소설이나 ‘신감각파’의 심리분석소설과 달리, 현대 도시생활에서 광범위한 제재를 선택하여 재미있고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다양한 사회 풍경화를 제공하였다. 이 작품들은 중국 민족의 전통적인 문화심태(cultural mentality)를 잘 파악함으로써 사회의 각종 세태와 인간을 반영하는 데 뛰어났다. 이 소설들은 고대 백화소설의 언어 전통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문학에서 배운 기교를 적당히 융합할 줄도 알았다. “그들은 민족의 전통형식을 숭상하는 동시에 외국문학에서 창작기교와 살아있는 문학언어를 배웠다.”(范伯群 2000, 21쪽)
특히 문학사 연구와 관련된 아래의 언급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0년 동안 ‘진셴다이’문학사 연구자들은 한 가지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 그것은 ‘진셴다이’ 통속문학을 우리의 연구 시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순문학과 통속문학은 우리 문학의 두 날개이므로, 이후 편찬되는 문학사는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여야 한다.
통속문학을 순문학과 함께 문학사의 두 날개로 받아들이는 공통 인식의 변화는 판보췬의 바람만큼 순탄치는 않았다. 우리는 대표적인 예를 20세기 중국문학의 주요 제창자인 첸리췬 등이 펴낸『중국 ‘셴다이’문학 30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초판본(1987년, 上海文藝出版社)과 수정본(1998년, 北京大學出版社) 사이에 11년이라는 시간의 차이와 상하이에서 베이징이라는 출판공간의 변화가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정’ 내용이다. 저자들을 대표하여 첸리췬은「후기」에서 “총체적인 변동” 없이 “개별적인 조정”(665쪽)을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면 ‘상당한’ 조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판보췬이 말한 ‘공통 인식’과 관련된 사항을 들자면, 초판본에서는 장(章)과 절(節)의 제목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통속소설’에 대해 수정본에서는 세 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첫 번째 10년’(1917~1927년), ‘두 번째 10년’(1928~1937년 6월), ‘세 번째 10년’(1937년 7월~1949년 9월)에서 각각 ‘문학사조와 운동’, ‘소설’, ‘신시’, ‘산문’, ‘희극’ 등의 장이 서술되고 있는데, ‘통속문학’은 바로 이들 장르와 동등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요컨대 통속소설을 문학사 연구 범주로 받아들여 매 시기 그 주요 사항을 서술하게 된 것은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근본적이라기보다는 부분적이다.『중국 ‘셴다이’문학 30년』의 저자들은 통속문학을 연구 대상의 일부로 편입시킨 정도에 그쳤을 뿐, 아직 순문학과 통속문학의 두 날개로 함께 나는 문학사의 인식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듯하다. 20세기문학사 담론의 또 다른 제창자인 천쓰허도 ‘민간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통속문학 범주에 들어갈 만한 작품은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판보췬은 최근『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사』라는 단독 저서를 출간하여 통속문학에 관한 2기 공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중국 ‘셴다이’ 통속문학으로부터 ‘역류’와 ‘조연’의 고깔을 과감하게 벗기고, 그 역사를 시간, 원류, 독자, 기능 면에서 개괄하고 있다. 특히 통속문학이 지식인문학의 배척을 받으면서도 그 자양분을 취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을 ‘상극(相剋) 가운데 상생(相生)’이라 요약했다. 나아가 만청 견책소설을 사회통속소설로 분류해 외연을 넓히면서 계몽주의와 통속문학의 관계를 고찰했고, 전통의 계승이라는 기능을 재해석했다. 전통 가운데 봉건적 요소를 양기(揚棄)하면서 ‘효’ 문화와 같은 전통 미덕의 계승을 통속문학 생존의 근거이자 의의로 받아들였다. 판보췬의 궁극적인 목적은 ‘셴다이’ 통속문학을 제대로 연구해서 중국 ‘셴다이’문학사의 ‘대가족’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두 날개 문학사’의 내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