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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평점 :
물리학이라면 늘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다. 수학 공식, 전문 용어, 머리 아픈 개념들.
그런데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는 달랐다. 제목부터 너무 솔직하고, 유쾌하고, 뭔가 수상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투정 같은 느낌이랄까. 호기심에 펼쳐 본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로운 세계로 나를 초대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코펜하겐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평행우주 이론, 숨은 변수 이론, 파일럿 웨이브 등 다양한 양자역학 해석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설명이 딱딱하지 않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비유, 그리고 "닥치고 계산이나 해!" 같은 현장감 넘치는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였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는 고양이.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란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싶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묘하게 이해된다.
그리고 곧 나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혹시 나도 여러 가능성 속에 있는 존재 아닐까?"
무작위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내 일상도, 알고 보면 하나의 ‘파동함수’ 속 가능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규정하는 건 관측, 즉 ‘선택’이었다. 나의 선택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 양자역학이 내게 삶의 태도까지 바꾸게 만들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는 단지 과학서가 아니다.
과학을 가장한 철학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어려운 이론을 몰라도 괜찮다. 꼭 정답을 몰라도 되는, ‘이해보다 상상’이 중요한 책.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이게 다 인생 때문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어느 날,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