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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에 관련된 많은 책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색다른 주제와 또 눈길을 끄는 에세이는 처음이다. <집을, 여행하다>라니...예쁘게 꾸민 집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나에게도 책을 통해 다른 나라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는 것이 꽤나 기대되는데, 집을 짓는 건축가인 그녀에게 이 여행이 얼마나 매력적이었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일테다.저자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페루자로 일년 간의 상주 여행을 떠나 연극을 하고, 사진전을 열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살았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에 이르는 여러 지역에서의 상주 여행이 시작된다. 그곳은 친구의 집이기도 했고, 친구의 친구의 집이기도 했고 가끔은 길에서 만난 친절한 누군가 베푼 호의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름만 알고 찾아갔어도 반갑게 맞아주며 방 하나를 덜컥 내 주는 것은 기본이고 만난지 5분만에 함께 점심을 먹자고 말하는 그 푸근함이라니...사실 내가 사는 집 한켠을 잘 모르는 타인에게 내어주는게 그리 쉬운일만은 아닐텐데 그 모습들이 어찌나 좋아보이든지 모르겠다.
새로운 집 이야기가 시작 될 때마다 그 지역에 대한 간략히 언급을 해 주고, 집에 대한 이야기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성별도 연령도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해외 여행에세이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려한 풍경이나 관광지 같은 볼거리와 웃음만발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만의 신념과 관심사나 취향들이 반영된 집 곳곳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그저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가까운 곳으로 함께 여행을 하고 그 곳에서 느끼는 생각들 등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아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을뿐이지만 더 없이 풍요로운 느낌들이 들었다. 그 다양한 사람들과 삶에서 오는 소박한 느낌들이 나는 정말 좋았다.
몇 일이지만 같은집에서 함께 산다는 건, 그 사람들의 삶을 공유하고 그들의 생활영역으로 한 걸음 걸어들어간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시간을 나누는 친밀한 또 다른 가족이었다. 그러니 헤어질 때 그렇게 섭섭해 하고,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이들이 있어 그 배웅을 받는 그녀가 그리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겠지...그리고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그 친구들을 만나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그들이 베풀어준 친절에 보답하듯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자연스레 생활속에 녹아들 수 있었던 그 집 여행이, 사람 여행이 이 참 많이 부럽기도 했다.
누군가와 꿈, 일, 사랑, 현재에 대해서 막힘없이 술술 대화할 만한 언어실력이 된다면, 아니 설령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할 마음만 가지고도 어느 곳에서든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상주여행.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시도해 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만으로도 왠지 즐거울 것 같은 이 여행에 대한 꿈을 안고 즐겁게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