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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오버스토리의 이야기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남북전쟁 전부터 현재라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시간에선 세대가 몇 번 바뀌는 나름 짧지 않은 시간으로 진행된다. 인물, 시간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도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유기적인 관계는 운명의 여신이 짜놓은 관계에서 촘촘하게 연결되어지면서 후반부로 이어지게 되면서 작가의 의도하는 바가 드러나게 된다. 인물들은 화가, 공학자, 연인, 아이, 군인, 청각장애가 있는 과학자, 죽다 살아난 후 나무와 교감하게 된 대학생등 다양한 직업, 나이, 상황등 여러 분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이야기를 파고든다.
p.15
오래된 나무들은 우리의 부모이고, 어쩌면 우리의 부모의 부모일 것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나무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느 한 시점에 끼어든 낯선 이방인일지 모른다. 뿌리가 되고 몸통이 되고 나무의 overstory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느낌은 숲과 닮아있다. 각 이야기는 그들의 삶을 담고 있고 사랑, 갈등 변화 역시 담고 있다. 벌목하려는 사람과 벌목을 막으려는 사람. 나무를 둘러싸고 각종 사건 사고가 나온다. 나무와 인간은 결코 떼어 놓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살아가는 나무에게 인간은 오래 살지도 못하며 작은 일부 일 수 있어보였다.
p.131
더글러스 파블리첵은 유진의 도심만큼 커다란 개별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나무를 하나씩 심을 때마다 작별인사를 한다.
"버텨. 100년에서 200년 정도만. 너희들한테는 어린애 장난 같은 거지. 너희는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해. 그러면 너희를 건드릴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을 거야."
당신은 환경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환경의 대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는 있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하는가? 이 부분에서 선 듯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환경보호는 다소 귀찮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2018년 한반도를 강타하는 살인적인 더위. 전 세계적으로 기온변화가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것은 고스란히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 감내해야 될 문제이다. 우리는 고등생명체라고 얼마나 자부하면서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하지만 이 문제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 한 나라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환경은 결국 개개인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사족이 될 수 있는 이 앞의 이야기는 오버스토리를 읽고 느껴지게 되는 현재 우리가 가진 숙명이다.
인문학도 아니고 과학서적도 아닌 소설인데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소설은 픽션이지만 마냥 허구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 픽션 안의 진실은 숨어있는 법이다. 인류가 등장하고 자연과 더불어 발맞춰 살아가던 때를 지나 갑자기 놀라운 과학기술의 변화를 통해서 급속하게 파괴되어 가는 자연은 인류의 파괴 속도 속에서 회복할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상처 속에 회복의 속도는 어느 것이든 제각각이기 마련이지만 그들에겐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
발전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급속한 변화는 언제나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p.701~702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동안은 태초부터 생명이 말해왔던 단어를 설명하리라. "난 이제 다시 돌아가야겠어요." ……
꼼짝하지 않는 나무 몸통 기단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은 모든것이다. 이것, 목소리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속삭인다. 이것,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 왔던 것. 우리가 얻어야만 하는것. 이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