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가 내린다. 수치가 미미하니까 건강에는 지장이 없을 거란다. 마치 옛날 시골에서 쓰레기 태우면 검은 연기가 치솟아 가다가 끝내 흐려지는 것처럼, 바다에 뿌려진 방사능은 바다로 널리 퍼질테니 안전할 테고 공기중의 방사능은 편서풍을 타고 흐려질 테다. 하지만,그렇다고 안전하다고 느끼기엔 왠지 궁색하다. 첨단기술의 결과인 원자력에 대한 대안치곤 너무 일차원적인 거 아닌가? 지금 내리는 비 속의 방사능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땅 속으로 쓰며든 비는 결국 지구를 돌고 돌아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숨쉬는 공기속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바닷물의 방사능은 물길을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여름에 해수욕장 경기는 어떨까?) 생수의 물은 어디 우주에서 퍼온 물인가? 상수도의 물은 우주에서 퍼온 물인가? 결국 바다 건너편의 땅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은 어떠한 경로를 거치든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하루키 아저씨 지론대로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좀비처럼 잊어버리지 않는 사채업자처럼 이번의 일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이토 준지의 <토미에> 그 첫 번째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 "또 다른 토미에가 돌아올 것이다."  

삽질하는 일본 정부: 자세한 사정은 알 수없다. 하지만, 딱 하는 품새가 삽질이다. 이건 순전히 직관이지만 일본정부가 무능력하고 헛질만 하는 느낌이다. 원전사태는 계속 지지부진이다. 그래도 지금 저 상황을 핸들하는 사람들은 저쪽의 엘리트들일텐데 혹시 위기 때 그 본질이 드러나는 거 아닐까. 더불어 혹시 우리나라는 어떨까. 무슨 번역 오류를 냈다고 하는데 왠지 불안하다. 그들이 엘리트라고 해서, 우리에게 안전과 생활을 보전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혹시 애네들이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이면서 우리 앞에서 폼만 잡고 있는 거 아닐까. 심히 불안하다. 아무도 나의 안정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인공의 생태계: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이란 책에서 이 단어를 처음 접하고 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는 것 같다. 돈을 돈이게 하는 것은 단지 우리들의 약속일 뿐이다. 고병권 선생은 돈은 신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진이 나는 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인공의 생태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프로야구도 개막하는 것이겠지. 사람들은 지금껏 인공의 생태계를 쌓아올려 왔다. 한번 김치 사발면을 사서 구성성분을 보라. 소맥분은 호주산,미국산이고 팜유는 말레이시아산이다. 전분은 독일산인 유엔 선발 로테이션이다. 이쯤되면 음식도 조리가  아니라 조립되는 것 같다.(이 표현은 패스트푸드에 처음 쓰이던 표현이다) 아주 단순한 생각인데 아마 우리가 사는 이 인공의 생태계는 <자연>을 연료로 가는 자동차 같은거 아닐까? 만약 연료가 떨어진다면 자동차는 바로 서 버릴 것이다. 나는 이 <자동차>를 생각할 때 마다 왠지 미묘한 느낌이 든다.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파국뿐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파국은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이 바닥나면 이 자동차는 대책없이 서 버릴 테니까. 이 세상에 영구기관 같은 건 없다.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이 사실은 아주 예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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