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나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나의 봄날마저도
공상 속으로 흘러가버린 무의미한 사랑조차도
나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비밀스러운 밤들도
음탕함이 그득했던 소리마저도

나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못미더운 친구들도
연회의 화관과 둥근 술잔들도
나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마음 변한 아가씨들도
상념에 잠겨서 그런 것들 멀리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감동의 순간 속에
젊은 희망이 타오르던 고요한 마음속에?
지나가버린 열정과 영감의 눈물들 다 어디에 있는가?
나의 봄날이여, 다시 내게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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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르네상스

무식쟁이 화가가 잠에 취해 붓을 들고
천재 화가의 그림 위에 덧칠을 한다
그림 위에 말도 안 되는 제 그림을
아무렇게 그려서 덮어버린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덕지덕지 발라놓은 물감은
낡은 비늘처럼 떨어질 테고
천재 화가의 그림은 다시 우리 앞에
이전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거다

그렇게 쇠락한 내 영혼에서
망상은 사라지고
젊음의 맑은 시절이
다시금 돌아올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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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광인일기

2000년 4월 43일

오늘은 경축해야 할 날이다! 에스파냐에는 왕이 있었다. 그가 발견되었다. 그 왕은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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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광인일기

그러자 메쥐 녀석이, ˝그렇지 않아요, 피델레. 그건 당신께서 오해한 거예요.˝하고 얘기하는 걸 나는 똑똑히 보았다. ˝저는 말이에요, 킁킁! 저는 말이에요, 킁킁! 무척이나 아팠었답니다.˝ 개가 말을 하잖아? 개가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서 나는 꽤나 놀랐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영국에선 물고기 한 마리가 폴짝 뛰어올라 되지도 않은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는데, 학자들이 그 뜻을 밝히려고 벌써 3년째 연구 중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신문에서 읽은 얘기지만, 어느 날 암소 두 마리가 가게로 찾아와서는 차 1파운드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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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외투

˝자네가 도대체 누구하고 이야길 하고 있는 줄 알고나 있나? 자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말이야, 응? 그것부터 들어보고 싶군 그래.˝
그는 한 발을 쾅 구르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아닌 다른 사람일지라도 깜짝 놀랐을 만큼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심장이 멈춘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만약 수위가 달려와서 부축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몸도 가누지 못하고 밖으로 실려 나갔다. 고관은 예상을 훨씬 넘어서 그런대로 효과를 봤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도취되어, 이것을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슬쩍 곁눈질을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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