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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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김유정 문학상 수상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상 수상자가 황정은이라는 젊은 작가였어. 그 수상집을 통해 알게 된 황정은이라는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만 보면 회사의 상사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어. 계속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말이잖아.

이 소설은 3명의 젊은이들, 즉 소라, 나나, 나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소설 제목을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고, 나기는 소라의 친구야.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해줄게.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삶이 순탄대로가 아니고, 절망과 희망을 오가면서 살아가지만, 그들이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는 것처럼 희망을 계속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1.

소라와 나나는 자매란다. 그들의 아빠는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이후로 엄마와 셋이 살았어. 그런데 엄마 애자는 남편이 죽고 난 이후 절망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했어. 어린 소라와 나나가 있었지만, 엄마 애자는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했어. 집을 나가기 일쑤여서 소라와 나나는 둘이 끼니를 해결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어렸어.

그들에게 구원이 되어 준 것은 옆집 사는 순자씨였어. 순자씨가 도시락도 싸주고, 밥도 같이 먹고 보살펴주었어. 순자씨도 남편을 잃고 아들 나기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어. 어린 시절 소라와 나나는 나기의 집에 거의 지내다시피 했어.

그리고 어른이 된 소라와 나나. 엄마 애자는 요양원에 있고, 소라와 나나는 둘이 지내고 있어. 소라는 조그마한 건설회사의 경리로 일하고 있어. 어느날 소라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 태몽 같은자신은 아닌 게 확실하고며칠 그 꿈만 생각하다가 혹시 나나한테 물어보니, 나나는 그렇다고 했어.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같이 병원에도 갔고, 새로운 생명의 심장소리를 들었지. 소라는 이후 나나의 몸조리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나나는 오히려 신경질을 부려서 뜻하지 않게 둘은 다투고 한동안 말도 안했어.

2.

첫번째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이는 소라이고, 이번에는 나나란다. 책차례를 보면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다시 나나로 이어져. 나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기 오빠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나기 오빠가 나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지. 그리고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세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어찌하다 보니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결혼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그러나 모세는 임신을 했으니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회의 관습으로 봤을 때 모세의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지. 나나도 모세의 그런 생각에 딱히 거절하지 않았어. 나나는 모세의 집에 찾아가 모세의 부모를 만났어. 무거운 집안 분위기알 수 없는 괴리감. 분명 부모님과 아들이 함께 있는 가족이지만…. TV를 보면서 간간이 던지는 대화가 전부인 가족. 모세의 아버지는 여전히 요강을 사용하시고, 그 요강을 쓰지도 않는 모세의 어머니가 치우고, 그런 것을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부니까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세…. 그런 것을 본 나나는 이해를 못했어. 그래서 그런 모세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모세는 난리가 났지.. 그게 말이 되냐고아이를 생각하라고하지만, 나나는 결심을 굳혔어. 애초에 임신을 했다고 해서 그걸 빌미로 결혼을 할 생각도 없었거든.

소라도 나나의 결심을 듣고 나서, 왜 아이는 낳으려고 했냐고 물어봤어. 나나는 태몽을 하도 많이 꾸어서 이 아이는 세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소라는 나나의 결정을 존중해주었어.

나기 집 연례행사가 있어. 남은 김장 김치를 가지고 만두를 만드는 일이야. 소라와 나나도 해마다 그 일을 도와주었어. 이번 해에도 다같이 모여서 만두를 만들었지. 나나가 잠시 슈퍼마켓을 다녀오는 사이에 모세가 나기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모세는 나나의 파혼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찾아온 것이야. 나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나나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는데, 소라가 나와서 이를 막으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단다.

.

3.

나기는이라고는 포장마차를 하고 있었어. 아빠는 나기가 소라나 나나를 좋아하고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나기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단다. 중학교 때 알게 된 같은 학교 아이를 좋아했어. 그런데 그 아이가 이성이 아닌 동성이었어. 그래, 나기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어.

나기가 사랑하는 아이는 중학교 때 안 좋은 길로 빠져들어 불량 서클에 가입을 해서 패거리들이 나기를 때리기도 했지만, 나기는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했어. 시간이 지났고, 그 아이로부터 연락은 끊겼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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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기는 나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단다. 모세가 자신의 집에 와서 난리를 치고 난 후 며칠 뒤, 모세가 나기가 하는 포장마차에 찾아왔어.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하려고 했지. 그러면서 모세는 오해를 하고 있더라구. 나기가 나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나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나를 다신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을 뿐이란다. 여전히 나기는 자신의 첫사랑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4.

마지막으로 나나의 짧은 이야기로 끝을 맺었어. 미혼모가 되기로 결심한 나나. 뱃속 아기와 대화도 자주 나누고, 자신의 호칭을 엄마로 부르는 게 익숙해졌어. 어렵겠지만, 나나는 희망을 꿈꾸기로 했어. 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날이 밝아온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새벽의 여명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 거야. 자신의 삶에도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책제목으로 끝을 맺었단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소설은 끝이 났어. 소설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은 냉혹한데, 아무런 백도 없고 돈도 많지 않은 소라와 나나의 자매는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어린 아이까지 있는데 말이야. 이런 이들까지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어서 빨리 되어야 할 텐데앞으로 그런 나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자꾸나.

황정은의 장편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구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9)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는 것 하나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라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몸?
들었다가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57)
좋은 것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호들갑이지.
좋은 것들이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탄하고 칭송하는 거란다.
별로 없어, 좋은 건.
그러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살아서는 안되는 거야.
기대하고 기대할수록 실망이 늘어나고, 고통스러워질 뿐인 거야.

(122)
무섭지 않아? 하고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나나는 무섭지. 아직은 실감이고 뭐고 부족하지만, 무서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모르니까 감당하겠다고 마음먹었어. 각오하고 있어. 각오가 필요할 정도, 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장해지지만 그래도 각오하고 있어. 실은 얼마큼 각오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도대체 뭘 각오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자신감 같은 것과 더불어 호흡마저 희박해지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160)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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