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너는 학교 다닐 필요가 없다. 본디 학교의 목적은 미래가 없는 아이들이 보호령을 위해 일할 나이가 될 때까지 맡아서 놀리는 것뿐이지 않니. 너 정도 지위의 아이들은 가정교사를 두면 되는데, 왜 그런 기본적인 특권을 마다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구나. 네 어미도 그걸 가지고 끝없이 잔소리를 해대는데. 어쨌든 간에 네가 안 온다고 신경 쓸 사람은 없다.”

(93)

괴물은 또 이 말들이 딱 들어맞아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설명해 주기를 바랐어. 그래서 입을 열었더니 시가 나왔어.

둥글고 노랗고, 노랗고 둥글다.” 괴물이 말했고, 그러자 해가 생겨나서 머리 위에 떴지.

파랗고 희고 검고 잿빛이고 동틀 때는 색이 터져 나온다.”

괴물이 말했어. 이렇게 해서 하늘이 생겼어.

삐걱거리는 나무, 부드러운 이끼, 속삭이고 살랑이는 녹색, 녹색, 녹색.” 괴물이 노래했어. 그게 숲이 되었지.

우리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습지가 노래로 불러 만들어냈어. 그래서 습지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는 습지를 사랑하지.

마녀가 습지에? 말이 되니.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144)

시인이 말하기를 조급함은 작은 존재의 것이다. 벼룩, 올챙이, 초파리 같은. 우리 루나는 초파리보다 훨씬 뛰어나잖아.”

(296)

누구나 단 한 가지만은 아닌 거야. 나는 글럭이야. 나는 네 친구야. 나는 루나의 가족이야. 나는 시인이야. 나는 창조자야. 나는 습지야. 하지만 너한테 나는 그냥 글럭이지. 너의 글럭. 그리고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323)

도서관도. 지식은 강력한 힘이지만, 지식을 가두고 감춘다면 끔찍한 힘이 되어 버려. 오늘, 지식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는 거야.” 에신은 윈과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탑을 돌아다니며 잠긴 문을 모두 열었다.

(382)

엄마에게 마법이 있었다. 루나는 느낄 수 있었다. 루나의 마법과는 다른 종류였다. 루나의 마법은 뼈와 조직과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 있었다. 엄마의 마법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바구니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동사니 같았다. 달그락거리는 부스러기와 조각들. 그래도 루나는 엄마의 마법을 느꼈다. 엄마의 갈망과 사랑도.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그게 루나의 몸 안에서 솟구치는 힘을 더 대범하게 해 주었고 넘치는 마법의 길을 이끌어 주었다. 루나는 엄마의 손을 더 꼬옥 쥐었다.

(383-384)

. 지식이라는 게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란다. 네 몸, 네 심장, 네 생각에서도 나오지. 가끔은 기억에 저 나름의 생각이 있을 때도 있어. 우리가 만든 공기방울이 꽃을 안전하게 지켜줬지. 생각나? 공기방울을 만들어. 공기방울 안에 또 방울을 만들고, 마법의 공기방울. 얼음의 공기방울. 유리와 철과 별빛의 공기방울. 습지의 공기방울.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니라 의도란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하나씩 그려봐. 집 둘레에, 텃밭 둘레에, 나무 둘레에, 농장 둘레에. 마을 전체에 두르고, 자유도시의 마을들도 둘러. 공기방울과 공기방울과 공기방울들. 둘러싸. 지켜. 우리 셋이서 같이 네 마법을 쓸 거야. 눈을 감으면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 줄게.”

(395-396)

심장은 별빛과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바늘 같은 그리움은 어둠 속에 사라진다.

끊기지 않는 화음이 무한과 무한을 잇는다.

내 심장이 네 심장에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 우주는 팽창한다.

그러는 동안 사랑의 신비가 드러나고

다시 또다시, 너의 신비 속에서.

나는 떠난다.

나는 돌아온다.

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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