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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아빠가 좋아하는 류시화의 책이란다. 류시화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하듯, 이름과 긴 머리 때문에 자신을 여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대. 얼마 전에 아빠의 회사 선배 한 분이, 류시화가 지금까지 여자인줄
알았다고 하니, 그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구나. 더욱이
류시화의 감성 가득한 글들만 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아빠도 맨 처음 류시화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랬어. 류시화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서야,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빠가 류시화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인도 여행기였어. 그 책에 나왔던 글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고, 그 이후 류시화의 여러 산문집, 여러 시집들, 여러 번역서들을 읽었는데도 가장 첫 번째로 뽑는 것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어. 그런데,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란 책을 읽고 어쩌면
이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정도로 이번에 읽은 책이 너무 좋았단다. 아빠는 책을 읽을 때 책에 낙서를 하거나, 접거나, 줄을 긋는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데, 딱 한가지 하는 것이 있어. 인상 깊은 구절의 페이지를 책 앞면지에 적어… 물론 아주 약하게
연필로…. 그런데, 이번에 읽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책 앞면지에는 무려 38개의 페이지를 적었단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인을 얼마 전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분 역시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좋다면서 천천히 아껴 읽고 있다고 하는구나.
1.
그럼 이 책을 아빠가 왜 그렇게 좋게 읽었을까. 책을 덮고 생각해
봤어. 책의 내용이 무적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아빠 개인적인
것도 더 더해진 것 같았어. 요즘 아빠가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어. 이 광활한 우주에, 길고 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한낱 인간이 찰나를
살다 가는데, 뭘 그리 고민하고 힘들어하느냐는 것, 아빠도
잘 알아. 아빠도 늘 머릿속에 그런 것을 새기면서 살아. 하지만, 어떤 신경 쓰이는 일이나 생각이 생기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잡는데, 그것 참 떼어내기 힘든 것 같구나. 아빠가 요즘 좀 그런 시기였거든. 그때 이 책을 읽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어. 지은이 류시화가 지금
아빠의 심정을 알고, 옆에서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단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도 벅찬데, 왜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쏘냐고.. 그래서 더욱 힘들게 하냐고.. 그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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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이 ‘되새김’이다. 마음속에
되새김은 독화살과 같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문제 때문에 쓰러지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 그 화살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살 때문에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것이 더 큰일이다. 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것은 마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외부의 일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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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라는 것이 혼자는 살 수 없는 법이잖아. 그러다 보면 서로 언쟁이
붙기도 하고, 서로 상처가 되는 말도 하고, 그러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제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그것은 회사 생활이나 가정 생활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상황에 대해서 류시화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구나.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크게 한다고…
그래서 논쟁을 할 때나 화가 날 때, 서로 가슴이 멀어지지 않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화가 반대의 경우, 즉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경우와 빗대어 이야기해주었어. 둘이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가까워져서 속삭인다고, 어떨 때는 바라만 본다고 말이야.
아빠가 깊이 공감하면서도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었단다. 앞으로 누군가 논쟁을 하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말아야지… 아참, 너희들도 싸울 때
목소리가 높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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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25)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가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 없이도 이해하는 것이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논쟁을 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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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 하기에는 너무 좋은 구절들이 많구나. 앞서
이야기했던 책면지에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어. 그리고 천천히 컴퓨터 자판을 따라
치면서 발췌해 보았어. 나중에 커서 너희들도 힘이 들거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돼. 아빠도 가끔씩 이 책을
펼쳐봐야겠다고 생각했어.
…
가까운 시일에 혹시 책 선물을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책을 해 줄 것 같구나.
2.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명언과 책들이 인용해 주었어. 아빠가 읽은
책들도 있어, 그런 책들이 나오면 반갑더구나. 이 책을 중간쯤
읽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나중에 기회 될 때 읽어보겠다는 생각. 다 읽고, 앞
페이지부터 다시 들쳐보면서 리스트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 뒤편에 ‘참고서적’이라면서 인용한 책들 제목을 적어주었어. 이 책들을 아빠가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추가해야겠구나. 이 책들은
또 언제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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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조애나 메이시 <내가 사랑한 세상>
짐 코벳 <정글 이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미셸 투르니에 <예찬>
에드먼드 화이트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애>
페마 초드론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이청준 <소문의 벽>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앤드류 하비 <숨은 여행>
파트룰 린포체 <완벽한 스승의 가르침>
소걀 린포체 <깨달음 뒤의 깨달음>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축복>
어니스트 커츠, 캐서린 케첨 공저 <불완전함의 영성>
안드레아 조이 코헨 <가면을 쓴 축복>
J.R.R.
톨킨
<니글의 잎새>
파블로 네루다 <추억>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콘스탄틴 카바피 <카파피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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