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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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2 년 전에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이 쓴 <자본주의>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 제법 쉽게 쓰여져 있어서 괜찮게 읽은 책이란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면서 자본주의의 기본도 잘 모르는 아빠에게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책이었어. 물론 시간이 흘러서 또 가물가물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은 이들이 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란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렇게 이 책을 알게 되어 읽은 거란다. 책 제목은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지난 번에 읽은 책이 자본주의 이론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은 실제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자본주의라는 옷을 입고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단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고 듣고 실제 경험하게 되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내용이 전보다 더 쉽단다. 사례들로 각각의 이야기를 해주는 데, 그 등장인물들은 바로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어. 등장인물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아빠도 현실에서 똑같이 저지르고, 그들이 하는 고민들을 아빠도 현실에서 똑같이 하고 말이야.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보통의 자세가 아닐까 싶구나.

  

1.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이야기한단다. 월급쟁이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뒤떨어지는 기분이 드니, 저축이라도 한단다. 그러다가 좀더 눈을 돌리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면 내놓는 금융상품을 보게 되지. 설명을 듣다 보면 혹 해서 가입을 하게 된단다. 그런데 명심을 해야 하는 것은 은행이나 증권사는 모두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라는 거야. 재테크라는 것은 큰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수입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여러 재테크 중에 보험이라는 것이 있어. 사실 아빠는 보험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단다. 아직 큰 혜택을 받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지. 아빠도 보험을 몇 개 들었어. 싫어해도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보험을 들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라고 생각될 때가 있어. 그래서 보험 약관을 다시 읽어보게 되지. 그런데도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지금까지 들어간 보험료 때문에 무턱대고 해지도 못하고…. 아빠만 이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란 걸 알았단다. 수 많은 보험들이 있는데, 그것을 일일이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아빠는 실손 보장 보험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보험이란 것을 몰랐어. 그리고 그것이 한 개를 가입했든, 세 개를 가입했든 받는 돈은 똑같다는 것도 처음 알았단다. 약간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험은 시간 내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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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실손보장 상품은 여러 개를 가입해 봤자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어.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한 보상만 받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병원비가 100만 원이 지출됐을 때 실손보장 상품을 한 개 가입해 두었든 세 개를 가입해 주었든 나오는 돈은 100만 원이라는 거야. 하지만 정액보장 상품은 여러 개의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보상을 받을 수 있지. 만약 정액보장 상품을 3개 들었다면 각 100만 원씩,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내가 드는 보험이 실손보장 상품인지부터 체크를 해야 해. 이미 하나를 들어놓았다면 더 이상 들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봤자 받을 수 있는 보장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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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 좋은 재테크는 절약이라는 이야기가 있단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를 먹고 커가는 사회란다. 우리 세상은 우리가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져 있단다. 눈만 뜨면 소비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좋겠지만, 우리 뇌는 그렇지 않대. 그 뇌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주의가 깊숙이 스며있는 뇌니까 더 그렇겠지. 어떤 학자는 소비가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우리가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참아도 그럴 수가 없는 거래. 특정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다고 하니 거기에 위안을 삼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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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것들 대부분이 뇌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매일 하는 결정 대부분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원한다는 느낌 때문에 하죠.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죠. 왜 갑자기 나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싶은지, 왜 티파니 액세서리가 좋고,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은지, 왜 슈퍼마켓에서 그 브랜드를 고르는지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소비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요. 소비자 자신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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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한쪽에 처박아두고 혹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존재를 지우고 있는 경우가 있어. 그리고 충동구매 또한 위 경제학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아. 사람들의 뇌는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할인이라고 하면 왠지 사야 할 것 같고, 마감 임박이라고 하면 더 늦기 전에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구나.. 아빠는 가끔 중고서점에서 책을 살 때 그런 기분이 들어. 중고서점은 아빠가 사고 싶은 책이 늘 있는 것이 아니야. 가끔 중고서점을 갔을 때 아빠가 읽고 싶은 책이 꽂혀 있을 때, 그것도 아주 깨끗한 상태로 딱 한 권만 있을 때. 그것을 안 뽑을 수가 없단다. 비록 집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잔뜩 쌓여 있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책을 사고 나면 기분은 좋아져. 중고서점에서 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생각에 말이야. 이렇듯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어떤 물건을 싸게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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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인간은 무언가를 소비할 때 뇌에서 여러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보는 순간 뇌에서 쾌락과 흥분에 관여하는 부위에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반짝 들어온다. 가격 자체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구매를 하고 나면 쾌락을 유도한 이 부위에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핑하는 순간의 짜릿한 흥분은 곧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쇼호스트와 같은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최대한 이용하려 든다. 높은 가격을 미끼로 내걸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준거가격(reference price)’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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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은 아빠에게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을 깊게 가지게 했단다. 한 가정의 사례를 들어 열살, 여덟 살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금융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해주었어. 그 이야기를 읽고, 관심을 갖게 된 거지. 사실 아빠는 너희들에게 그런 금융 교육을 할 생각을 못했거든. 이 치열한 경쟁과 돈 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를 조금이라도 늦게 알게 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래. 조금이라도 일찍 돈에 대한 가치와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간단한 것도 아닌 것 같구나. 용돈을 주더라도 그 용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또는 저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나중에 그런 선택은 자신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러면서 돈의 가치를 알고, 좋은 소비 습관도 가질 수 있대. 앞으로 아빠도 너희들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려고 해.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금융교육을 읽어보라고 했어.

이 책을 덮고 나니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련된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더구나. 한번 책 사냥을 하러 가봐야겠구나. 또 그러다가 원치 않은 책을 충동구매를 하게 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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