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

여기가 광화문이다.

             - 김해자

 

유모차도 오고 휠체어도 왔다.

퀵서비스도 느릿느릿 중절모도 왔다.

촛불을 들고 실업자도 잠시 실업을 잊고 왔다 누군가는 오늘도

굳게 닫힌 일터를 두드리다 왔고 누군가는 종일 서류더미에 묻혀 있다 오고

장사하다 오고 고기 잡다 오고 공부하다 오고 놀다 오고 콩 털다 오고 술 마시다 왔다.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 있지 않겠다와 더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이다.

기울어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불의한 명령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내가 든 촛불은 불의와 탐욕과 거짓이 일용할 양식인 자들에게

더이상 우리의 주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명예선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므로.

어느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으므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은 하던 짓을 계속할 것이고

의원들은 그냥 팔짱을 낀 채 아무 법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뻔뻔하게 빼앗아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기억나지 않는다모른다만 아는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군대를 불러 국민에게 총구를 돌릴지도 모른다.

 

광장과 공용의 마당을 빼앗긴 민중에게 남은 것은 골방의 한숨과 눈물뿐,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광장을 이 작은 촛불 한 자루로 탈환했다.

50 100 150 200 250만 점점더 많은 촛불이 광장에 켜지고 있다.

빛이 사방을 덮어 그 빛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光化門),

빛을 밝혀 좋은 방향으로 화해해간다는, 여기가 바로 광화문이다.

촛불 들고 당산나무를 도는 산골과 밤을 밝히는 시장통과

대구 부산 광주 영월 보령 목포 흑산도 진도 거문도...

우리가 먹고 살고 사랑하고 만나고 모여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빛이고 광화문이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지금 내 옆의 어느 누구도 저들처럼 무책임하고 무능하진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그렇게 남아돈다는데... 집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보통사람인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살아가는 어려움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들 공부들을 많이 했다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몰상식하고 파렴치하진 못할 것이다.

이게 지도자입니까? 이게 땅에 발을 디딘 사람 맞습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모여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땅에 발을 대고 상식으로 빚은 팔을 휘두르며

양심으로 걸어와 우리 옆에 앉는 보통 인간의 얼굴이다.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

당도 대통령도 우리의 절대희망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대통령도 정당도 모른 채

즐겁게 밥 먹고 평화롭게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도 되는 세상이다.

좋은 세상이라면 왜 알아야 하는가,

공기처럼 바람처럼 빛처럼 생명을 주는 것들은 다 소리도 형체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있을 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심판도 단죄도 받지 않은 거짓과 비리,

민주주의를 짓밟고 고문하고 죽이고도 출세와 이권을 챙긴 불의한 관료,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국민들 고혈을 짜낸 탐욕스런 재벌,

아아 나스닥이여, 그들은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

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졌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동안 가난과 공포와 불안도 대물림되었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를 기약할 수 없다.

이 모든 세습을 탄핵하라

우리가 든 촛불은 새로운 주권의 역사를 여는 첫 장,

이 촛불은 몽땅 쓸어서 가진 자들 아가리에 처넣은 얼굴 없는 귀신들에게

더이상 수저를 올리지 않겠다는 각성의 빛,

이 촛농은 먹고사느라 나 몰라라 했던 통회의 눈물,

힘없는 자에게 힘 있는 자 적이 되는

이 모든 억압과 불평등을 불 싸지르기 위하여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한 사람이 촛불 밝혀 한 사람이 더 밝아지고,

두 사람이 촛불 밝혀 두 사람이 더 따뜻해지고,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민주주의 만세!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낮지 않은, 민주주의여 만세!

 

 

(27~28)

시스템 개혁의 4대 과제

(중략)

첫째,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엉터리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가 제대로 구성되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재벌개혁이든 검찰개혁, 행정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이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중략)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려면 2017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절차에 대해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중략)

셋째, 재벌개혁을 해야 하고, 검찰, 사법, 행정 등에 만연한 특권, 기득권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재벌로 드러났다. 재벌들은 그동안 뇌물, 로비 등의 음성적인 방법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왔다. 이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넷째, 중앙집권구조를 깨는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하고, 수직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잘해보려고 하는데 중앙정부가 그것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지방분권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의 만주화도 필요하다.

 

(58)

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될 법이라기보다 우리(국민)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언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헌법에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헌법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와야 되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저 사람들이 권한문서를 가지고 마치 자기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왔고, 사람들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단 말이에요. (그러나)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국민만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들이 거꾸로 이용해왔던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에요. – 김제동

 

(157)

1990년대 동안 식량부족과 비타민 결핍증이 발생했지만, 몇 년 후 쿠바인들은 유기농 야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육류를 더 적게 소비하게 됨으로써 훨씬 거 건강해졌다. 특히 농장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살충제와 제초제에 대한 노출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료부족 현상은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지금 쿠바에는 1만 개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고, 태양에너지 분야가 성장중이다. 바이오매스 전력시스템은 현재 이 나라 전력수요 중 거의 15%를 감당하고 있다. 또한 고립된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소규모 수력발전시설이 운영 중이다. 사실상 쿠바의 모든 설탕공장은 지금 사탕수수 찌꺼기를 이용한 전력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골 지역에서는 이제 태양열 오븐이나 기타 적정기술을 흔히 볼 수 있다.

 

(178)

보장소득을 권리로서의 노동, 시민권과 연결한 고르츠가 고유한 의미의 무조건적 기본소득 아이디어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지식사회혹은 인지 자본주의혹은 비물질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놓여 있다. <노동의 변모-의미의 추구>(1988)에서 고르츠는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은 현대의 발명품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경제는 더 이상 모두가 노동할 필요가 없으며, (그 필요는)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노동사회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노동은 더 이상 사회통합의 기초로 기능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심하게 말하면 사기이다. 고르츠가 보기에 현실적인 정책은 모두가 일하는 양을 줄이게 될 노동의 재분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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