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그때 제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은 몇 명인지,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은 몇 명인지 세보았습니다. 몇 명입니까? 4명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그런데 4명 중에 2명은 갔다 왔고, 2명은 가 있고그러니까 지금 다른 나라 대통령은 5명 모두 무대 위해 올라가서 국민들에게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호소하는 아주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우리나라는 생각하기도 좀 불편한 그런 처지에 전직 대통령들이 놓여 있는 것입니다.

(39-40)

지금은 촛불 이후 시대입니다. 촛불이 세상을 바꾸었고, 촛불이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놓은 상황이지요. 그래서 촛불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해야 촛불의 정신이 구현되고, 역사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바탕으로 저는 촛불시대의 과제를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으로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47)

대한민국은 공정합니까?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고, 능력을 열심히 갈고닦으면 취직이 되고, 일을 잘하면 상을 받고, 이렇게 공정합니까? 답은 뻔합니다.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강원랜드는 우리 사회에 있는 불공정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 뿐입니다. 그외에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재벌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등 많은 예가 있지요. 지금이 촛불 후 시대라지만 여전히 함께 살려고 하기보다 우월한 지위와 강한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습니다.

(49-50)

사법부의 이러한 문제는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2015 OECD가 회원국 국민들이 자국의 사법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였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27퍼센트였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54퍼센트였지요. 우리나라보다 사법부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뿐이었습니다. 사법부라는 건 일종의 저울입니다. 잘못을 많이 하면 벌을 엄하게 주고, 죄가 없으면 석방해주는 저울과 같은 곳이지요. 쉽게 비유해볼까요. 시장에 갔는데 그곳에 있는 저울 중 27퍼센트는 진짜지만 73퍼센트는 가짜입니다. 500그램을 달아도 저울에는 800그램으로 표시됩니다. 그렇다면 그 시장에 가겠습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법부를 그런 시장이나 마찬가지인 곳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58)

불평등은 다른 말로 기회의 불균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불균등과는 다릅니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기 마련이고, 모든 일의 결과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똑 같은 기회를 받아야 합니다. 조선시대처럼 양반만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그렇게 대놓고 차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균등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회는 균등해야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66)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세금으로 복지를 늘린들 사회적 분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격차를 메꿀 수는 없습니다. 불평등의 해소란 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것, 일자리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제대로 받는 것,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 노동해서 먹고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78)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누가 결정해야 합니까?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세금을 내는 사람도 국민이고, 나누는 주체도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복지를 어느 수준으로 하고 어떻게 나눌지는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요. 28퍼센트에 머물 것인가, 매년 1퍼센트씩 높여서 10년 후 38퍼센트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28퍼센트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28퍼센트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102-103)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국민과 지방에 나눠주는 일, 이것은 정치개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 권한이 커질수록 정치인들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힘이 있는데, 정쟁이나 정계 구도만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지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과 지방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방향이어야 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08)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업 또는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해도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나라가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 시민들은 뉴스에 댓글을 쓰고 청원에 지지하는 정도로 자기 의사를 표현합니다. 촛불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생업과 학업을 내팽개치고 주말을 반납하면서 광장에 나온 것은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잘못했고, 비선실세가 부정하게 사욕을 채웠는데, 검찰도 경찰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국정원은 뒤에서 댓글만 쓰는 것 같고, 재판부는 죄다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국회는 손만 놓고 있고, 시스템이 전부 망가진 듯했기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입니다. 모여서 무엇을 했습니까? 경찰과 충돌하고 청와대 담을 넘었나요? 아니지요. 계속 외쳤습니다. 시스템을 복구하라고 말입니다.

(110-111)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어느 당이 좋을지 고민이라면, 일단 지금 가장 자신과 뜻이 맞는 곳에 가입하십시오. 정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고 당원 투표에도 참여하면서 다른 당도 바라보면 됩니다. 그러다 다른 당이 더 낫겠다 싶으면 옮겨도 괜찮습니다.

(137-138)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한가지 일만 하기에도 짧습니다. 그렇기에 한가지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떤 직업이든 심혈을 기울여서 일하고 가치를 창출한다면, 세상에서 내리는 평가 이상의 거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 훌륭하고 좋은 일들이 많지요. 하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다른 일을 할 생각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로써 우리나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저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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