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중력에 대한 고전적 이해는 일찍이 뉴턴(1643~1727)에 의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정립되었다. 뉴턴의 위대함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익히 느끼고 친숙해진 중력이라는 힘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를 수학적인 언어로 공식화하여 정립해냈다는 점이다. 당시 가장 지적인 학문으로 여겨졌던 선대의 천문학적 관측과 이론을 분석한 뉴턴은 그 토대로 두 물체가 받는 힘은 물체의 질량과 거리와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 힘의 세기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수식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식이 놀랍게도 300년 이상 물리학의 제왕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후 많은 천문학적 관측의 증거들이 발견되어 지지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법칙을 하나의 공식으로 압축되어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물리학의 혁명적인 사건이었고, 물리학이 기적의 이론으로 간주될 정도의 과학의 전지전능함과 이 세상을 만든 신의 위대함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30)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라는 힘은 물질이 운동하는 가속도와 동등한 것이라고 관찰했고, 그것을 베른하르트 리만이 이미 50여 년 전에 정립했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공식으로 바꿔놓았다. 물질에 의해 왜곡된 시공간의 변화가 주변을 운동하는 다른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혁명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뉴턴의 중력이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중력의 본질이 보다 진보된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예를 들어, 강한 중력장에서 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우리가 전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직진하는 빛을 무엇인가가 힘을 작용하여 잡아당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달라진다. 빛이란 시공간의 최단거리로 운동을 하고, 만약 질량을 가진 물질이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면 그 주변의 최단거리도 물질이 없을 때와 달리 휘어진 경로가 최단거리가 되어 빛은 자연스럽게 그 휘어진 최단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관찰이다.

(35)

일반상대성이론이 예견하는 또 다른 현상은 바로 중력적색편이이다. 이는 흔히 질량이 큰 천체가 만드는 중력의 우물에서 이 우물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 용수철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력을 벗어나서 우물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하는 용수철은 위쪽을 튀어 올라갈수록 용수철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이는 용수철의 위쪽과 아래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41)

중력파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일종의 파동이다.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전파되어 나아가는 것과 유사하게 시공간에서 전파되는 파동이다. 중력은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힘이다. 질량을 가진 물질은 무엇이나 중력이라는 힘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중력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받는 힘의 변화로 인한 에너지가 파동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뉴턴 중력이론의 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57)

아주 급격한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천체로는 쌍성계 외에 폭발체에 해당하는 천체가 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체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초신성은 백색왜성과 같은 죽은 별이 주변의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이 유입되어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핵융합의 재점화가 일어나서 폭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폭발은 동반성과의 병합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게 될 때에도 일어난다. 또는 아주 질량이 큰 별의 중심핵이 붕괴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성자별을 만들게 되고, 지속적으로 수축하는 별의 물질이 중성자별 표면을 때려 바깥으로 별의 물질을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폭발의 과정은 시공간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중력파가 발생한다.

(138)

이 거울들, 특히 레이저 빛을 최종적으로 반사시키는 출력 테스트질량 거울은 거의 4킬로미터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설계와 시공이 매우 정밀해야 한다. 거울로 입사되어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야 한다. 특히 레이저 빛이 집중되는 중심부 2인치 정도에서는 거의 300억 분의 1인치 정도의 오차를 유지하고 매끄럽게 가공되어야 한다. 만약 거울의 크기가 지구만 하다면 거울 정밀 오차는 평균적인 산의 높이가 1인치 이내에서 튀어나오지 않아야 하는 수준의 정밀도이다.

(217)

중력파의 발견을 담은 검출 관련 논문과 더불어 12편의 동반 논문들이 작성되었고, 이들은 차례로 라이고 과학협력단 내의 논문출간위원회에 제출되어 엄격한 검토와 심사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 그룹별로 논문에 대한 온라인 발표 세미나가 열렸고, 이를 통해 논문에 대한 최종 조언과 질의응답들이 이어졌다. 한국 시간으로 2016 1 20일 오전 1시 라이고-버고 전체 차원의 전화회의가 개최되었다. 작성된 검출 논문의 최종 보고와 함께 마지막 단계인 스텝4의 선언이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검출 논문의 최종 확정, 검출의 최종 결정을 위한 전체 회의와 함께 논문의 투고 및 언론발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있었다. 잠정적으로 예정된 언론발표일은 2016 2 11일이었다.

(230-231)

현재까지 전체의 관측 수간은 전파의 다양한 파장의 영역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자기파라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수단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중력파는 전자기파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우주 초기나 블랙홀의 주변과 같은 강력한 중력장에서 역시 제한이 없이 작용한다. 특히 우주의 여러 성간 물질 등과 상호작용하는 빛과 달리, 중력파는 그 세기가 매우 약하긴 하지만 다른 여러 신호의 간섭 없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도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중력파를 새로운 관측 수단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관측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고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새로운 발견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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