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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ㅣ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소설의 첫만남...
목차를 보니 예전에 이 시리즈에서 읽은 적이 있었구나.
이번에 창비에서 선물을 받아 펼친 책..
나는 청소년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이다.
성장소설, 아이들 이야기... 는 모두 보물같다.
사실 짧고 읽기 편해서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유독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담고 있다. 우선 정말 짧다. 그리고 이쁘다!!! 나는 책을 소장하고 구매할 때 다른 것도 따지지만 표지를 참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 너무 예쁘다!!!
그리고 심지어 그림도 많아. 그림체도 예뻐.
작가 님은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
몇 안 되는 북토크에서 직접 뵌 작가님.(사실 두 번 뵈었고 함께 한 사진도 있지요.)
제목까지 ‘쿠키 두 개’ ...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안 읽을 수 없는 것으로 가득찬 예쁜 책이다.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의 작은 수제쿠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엄마의 배움을 위해 딸아이가 가게를 보고... 가게에서 꿈속에서 만난 소년을 보게 되고 촌스러운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너무 황당하고 우스운 소리가, / “그러니까 꿈속에서요.”
누구도 아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7면)
투명한 손이 나타나 소년을 소개한 뒤 사라진, 또렷하고 생생한 꿈. 쿠키 두 개를 어설프게 가리키고는 계산 후 말없이 떠난 소년은 그날 이후 매일 아침 가게를 찾아온다. 아무런 관심도 없는 눈길로 쿠키를 고르고 사라지는 소년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자꾸만 ‘나’의 눈에 밟힌다. 매일 반복되는 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날마다 찾아오는 소년의 정체는?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작은 행복을 바라는 이 손길이 당신에게 닿기를
한편 가게에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쿠키 가격을 잘못 알고 온 꼬마 손님은 고민 끝에 쿠키 하나를 고르는데, ‘나’는 기지를 발휘해 조금 싼 가격으로 쿠키 하나를 더 아이의 손에 쥐여 준다. ‘나’는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부디 저 꼬마의 하루가 고소하고 달콤하기를”(35면) 기원한다.
그러나 꼬마 손님의 엄마는 ‘나’의 선의를 믿지 못하고 아이를 속여 불량품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항의한다. ‘나’는 애써 상황을 설명하지만 부서진 마음은 돌이킬 수 없다.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47면)
그저 상대가 기뻐하기를 바라는, 이 단순한 진심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현실이 쓰리게 다가오는 한편으로, ‘나’의 순수하고도 빛나는 마음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소설은 커다랗거나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은 손짓과 한마디가 전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의 미덕을 말한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그리움을 맛본 적 있나요?
단 한 사람을 향한 설레고도 애틋한 기다림
‘내’가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서는 찰나, 다시 가게 문이 열린다. 철렁하는 마음으로 돌아본 곳에는 다시 운명처럼 그 소년이 서 있다. 평소와 다르게 녹차쿠키를 찾는 소년은 쿠키 두 개를 주문하고 이번엔 가게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소년은 쿠키 하나를 집어 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이어서 소년의 사연과 꿈속 손의 정체를 그리며 ‘나’의 시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년의 시선을 유려하게 풀어나간다. 애틋했던 소년과 L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두 주인공의 인연에 특별함을 더한다. 단숨에 서로를 알아보는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이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이들이라면 설레고도 아련한 감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행복을 빌어 주는 진실한 마음이 진한 쿠키 향처럼 고소하고 달콤하게 스며들게 될 아름다운 작품이다.
짧지만 공감도 가고 감동도 있고 예쁜 글도 많아서 읽는 동안 달콤하고 씁쓸하면서 여운이 남았다. 책 속의 말차쿠키처럼....
단순한 마음을 믿지 못 하는 사람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나눔을 좋지 못 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
‘나’가 귀여운 꼬마 손님에게 베푼 호의와 반 아이들에게 나눈 사랑이 제대로 닿지 못 할 때, 어린 소녀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리고 괜히 마음의 문을 닫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꿈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작가의 말.. 이 넘 좋았어요.)
꿈을 참 많이 꾸는 편에 속한 나... 꿈이 기억이 많이 나던 성장기(주로 쫓기고 뛰고 날고.. 아니면 안타까운...), 꿈은 꾼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요즘....그래도 예쁜 꿈, 아쉬운 꿈, 그리운 꿈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정말 얼마나 많은 환상적인 모험과 좋은 만남과 벅찬 기쁨과 멋진 상황이 펼쳐졌을지... 또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읽다가 보니...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취미가 베이킹이라 쿠키를 굽고 나누는 것을 아주 즐긴다. 그 외에도 나는 무언가를 나누는 게 신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게 참 즐거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호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다. 때로는 상처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덕분에 사람 보는 안목도 길러지고 사람도 걸러서 만날 기회도 생기더라. 나이가 들면서 그런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러니 ‘나’에게 그냥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 누가 뭐라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너의 맘대로 .. 소신대로 살면 된다고 ... 예쁜 마음 먹고 살다보면 좋은 사람들만 남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지던 날이었다.
뭔가 바삭하고 덜 달면서 건강에도 좋은(?) (..어른이 되면 쿠키나 케이크 먹으면서 안 달아서 좋다.. 며 단게 종특인 디저트를 굳이 찾아 먹으면서 그런 소리를 많이 하지...) 쿠키를 구워서 주변에 나눠 주고 싶던 .. 쿠키 한 개, 두 개, 말고 수북히 쌓아놓고 퍼주고 싶던 독서였다. 참 이쁘고 좋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