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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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소설을 사랑한다고 누누히 말하지.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청소년소설은 매력이 넘친다.

우연히 보다 보니 창비청소년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클럽창비와 교사창비클럽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 책은 심지어 창비에서 선물 받았다. 이렇게 반짝반짝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란... 항상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만난 작품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매번 단순하게 좋았다라고 밖에 표현 못 하는 내가 답답하지만 좋아서 좋았다고 하는 거니까... 어떤 것은 아리고, 어떤 것은 해맑고, 어떤 것은 서글프고, 어떤 것은 곱고, 어떤 것은 아프지만... 다들 그 안에서 성장하는 무엇들이 그냥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다.)

이번 작품은 ‘스파클’.... 너무 아리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함부로 말을 건넬 수 없지만 ....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던 작품이다.

‘스파클’의 주인공 유리는 의대 입시를 꿈꾸며 수학, 과학을 열심히 준비하던 예비 고등학생이다. 중3 겨울방학 할 것이 태산인데 유리의 ‘눈’에 문제가 생긴다. 사실, 유리의 눈은 5년 전 사고로 인해 누군가의 각막을 이식한 상태다. 이식한 눈에만 ‘눈’같은 것이 계속 보인다. 5년 전 사고는 유리와 주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는데 동생 ‘배영’은 그날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로 계속 누워있고, 기장이었던 아빠는 모든 것을 중지하고 동생의 간병을 도맡았으며, 승무원 엄마는 이혼 후 함께 살지 못 하고 있다. 동경하던 어머니 아버지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슬픔, 사고 당시 자신을 버리고 동생만 데리고 나갔던 할머니에 대한 불신과 반감에다가 사고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동생의 병실에는 계속 가지 못 한 상태이고 항상 씁쓸함과 우울감이 함께 한다. 그러나 자신의 죄책감, 우울감은 살아남아 멀쩡히 머리를 쓰고 눈이 보이는 행운을 잡은 자신 “수혜자”에게 사치처럼 느껴져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식받은 ‘눈’에 찾아온 문제는 자기 삶에 풀어야할 미지수 X로 여겨져 자신의 기증자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이름이 붙은 뇌사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영준’(지병을 앓던 고등학생은 크리스마스에 다섯 명의 기증자에게 기증..... ) 그 사람에 대해서 알기 위해 찾아본 ‘하늘로 보내는 편지’(기증자에게 편지 쓰는 사이트)를 둘러보다 영준에게 편지를 쓰는 ‘시온’에 대해 알게 된다. 시온이 영준에게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영준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알게 되는 유리. 시온의 편지는 떠난 영준을 기억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유리는 영준이 좋아했다는 책을 읽고, 시온이 영준을 기억하려 들르는 벤치에 눈 오리를 잔뜩 만들어 두고, 하천을 바라보며 시온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오 년 전부터 이루어졌어야 하는 기억의 행위를 유리는 뒤늦게 시작해 나간 셈이다.


그 마음은, 그러니까 실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의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라는 것. 그건 내게도 아픔이니까. (88면)


편지로 인해 만나게 된 유리와 시온은 영준의 눈으로 그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제주도’로 떠나게 되고 그러면서 ‘영준’의 꿈과 자신들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멈추었던 삶의 의지와 방황하던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내 안의 눈부심을 바라보게 된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동화처럼... 대단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 너무 눈부시고 찬란한 작품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 흔들리겠지만 비행기가 착륙할 때 기울어지듯이 어딘가로 기울어지는건 수평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알게 된 아이들. 부서진 균열 사이로 성장이라는 찬란한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시린 눈부심에 순간 눈을 감겠지만 다시 눈을 뜨는 게 삶이라는 것... 시린 계절을 통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빛같은 이야기.... 읽는 동안 행복했다.

나는 성장통에 관심이 많다. 아파하고 괴로움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모든 이들은 아름답고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 책의 아이들도, 그리고 어른들도... 모두 행복하고 안온하기를 바래보던 오후...

좋은 구절도 참 많았다. 그래서 남겨볼게.


행운을 믿는 게 나한테는 너무 어렵다 p.30

긴 겨울 방학에 눈사람 같은 일일도 생겨서 다행이야 p.48

어떤 답도 낼 수 없는 게 이 수식의 함정이었다. p.54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눈송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뜨겁게, 아프지만 찬란하게. p.104

우리는 다 실패했다. 난 나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만 엄마대로, 할머닌 할머니대로,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살면서. p.114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물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그런 믿음은 희망에서 오지.” p.133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p.161

나에게도 꿈이 생길 것 같아 p.174

우리는 분명 행복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나는 결심처럼 이야기했다. p.177

오기가 났다.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p.188

행운을 믿는 게 나한테는 너무 어렵다 p.30



긴 겨울 방학에 눈사람 같은 일일도 생겨서 다행이야 p.48



어떤 답도 낼 수 없는 게 이 수식의 함정이었다. p.54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눈송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뜨겁게, 아프지만 찬란하게. p.104



우리는 다 실패했다. 난 나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만 엄마대로, 할머닌 할머니대로,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살면서. p.114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물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그런 믿음은 희망에서 오지." p.133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p.161



나에게도 꿈이 생길 것 같아 p.174



우리는 분명 행복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나는 결심처럼 이야기했다. p.177




오기가 났다.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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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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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만남...

목차를 보니 예전에 이 시리즈에서 읽은 적이 있었구나.

 

이번에 창비에서 선물을 받아 펼친 책..

 

나는 청소년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이다.

성장소설, 아이들 이야기... 는 모두 보물같다.

사실 짧고 읽기 편해서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유독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담고 있다. 우선 정말 짧다. 그리고 이쁘다!!! 나는 책을 소장하고 구매할 때 다른 것도 따지지만 표지를 참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 너무 예쁘다!!!

그리고 심지어 그림도 많아. 그림체도 예뻐.

작가 님은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

몇 안 되는 북토크에서 직접 뵌 작가님.(사실 두 번 뵈었고 함께 한 사진도 있지요.)

제목까지 쿠키 두 개’ ...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안 읽을 수 없는 것으로 가득찬 예쁜 책이다.

 

는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의 작은 수제쿠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엄마의 배움을 위해 딸아이가 가게를 보고... 가게에서 꿈속에서 만난 소년을 보게 되고 촌스러운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너무 황당하고 우스운 소리가, / “그러니까 꿈속에서요.”

누구도 아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7)

 

투명한 손이 나타나 소년을 소개한 뒤 사라진, 또렷하고 생생한 꿈. 쿠키 두 개를 어설프게 가리키고는 계산 후 말없이 떠난 소년은 그날 이후 매일 아침 가게를 찾아온다. 아무런 관심도 없는 눈길로 쿠키를 고르고 사라지는 소년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자꾸만 의 눈에 밟힌다. 매일 반복되는 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날마다 찾아오는 소년의 정체는?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작은 행복을 바라는 이 손길이 당신에게 닿기를

 

한편 가게에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쿠키 가격을 잘못 알고 온 꼬마 손님은 고민 끝에 쿠키 하나를 고르는데, ‘는 기지를 발휘해 조금 싼 가격으로 쿠키 하나를 더 아이의 손에 쥐여 준다. ‘는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부디 저 꼬마의 하루가 고소하고 달콤하기를”(35) 기원한다.

 

그러나 꼬마 손님의 엄마는 의 선의를 믿지 못하고 아이를 속여 불량품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항의한다. ‘는 애써 상황을 설명하지만 부서진 마음은 돌이킬 수 없다.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47)

 

그저 상대가 기뻐하기를 바라는, 이 단순한 진심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현실이 쓰리게 다가오는 한편으로, ‘의 순수하고도 빛나는 마음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소설은 커다랗거나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은 손짓과 한마디가 전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의 미덕을 말한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그리움을 맛본 적 있나요?

단 한 사람을 향한 설레고도 애틋한 기다림

 

가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서는 찰나, 다시 가게 문이 열린다. 철렁하는 마음으로 돌아본 곳에는 다시 운명처럼 그 소년이 서 있다. 평소와 다르게 녹차쿠키를 찾는 소년은 쿠키 두 개를 주문하고 이번엔 가게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소년은 쿠키 하나를 집어 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이어서 소년의 사연과 꿈속 손의 정체를 그리며 의 시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년의 시선을 유려하게 풀어나간다. 애틋했던 소년과 L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두 주인공의 인연에 특별함을 더한다. 단숨에 서로를 알아보는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이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이들이라면 설레고도 아련한 감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행복을 빌어 주는 진실한 마음이 진한 쿠키 향처럼 고소하고 달콤하게 스며들게 될 아름다운 작품이다.

 

짧지만 공감도 가고 감동도 있고 예쁜 글도 많아서 읽는 동안 달콤하고 씁쓸하면서 여운이 남았다. 책 속의 말차쿠키처럼....

단순한 마음을 믿지 못 하는 사람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나눔을 좋지 못 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

가 귀여운 꼬마 손님에게 베푼 호의와 반 아이들에게 나눈 사랑이 제대로 닿지 못 할 때, 어린 소녀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리고 괜히 마음의 문을 닫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꿈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작가의 말.. 이 넘 좋았어요.)

꿈을 참 많이 꾸는 편에 속한 나... 꿈이 기억이 많이 나던 성장기(주로 쫓기고 뛰고 날고.. 아니면 안타까운...), 꿈은 꾼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요즘....그래도 예쁜 꿈, 아쉬운 꿈, 그리운 꿈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정말 얼마나 많은 환상적인 모험과 좋은 만남과 벅찬 기쁨과 멋진 상황이 펼쳐졌을지... 또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읽다가 보니...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취미가 베이킹이라 쿠키를 굽고 나누는 것을 아주 즐긴다. 그 외에도 나는 무언가를 나누는 게 신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게 참 즐거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호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다. 때로는 상처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덕분에 사람 보는 안목도 길러지고 사람도 걸러서 만날 기회도 생기더라. 나이가 들면서 그런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러니 에게 그냥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 누가 뭐라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너의 맘대로 .. 소신대로 살면 된다고 ... 예쁜 마음 먹고 살다보면 좋은 사람들만 남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지던 날이었다.

 

뭔가 바삭하고 덜 달면서 건강에도 좋은(?) (..어른이 되면 쿠키나 케이크 먹으면서 안 달아서 좋다.. 며 단게 종특인 디저트를 굳이 찾아 먹으면서 그런 소리를 많이 하지...) 쿠키를 구워서 주변에 나눠 주고 싶던 .. 쿠키 한 개, 두 개, 말고 수북히 쌓아놓고 퍼주고 싶던 독서였다. 참 이쁘고 좋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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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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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너무 눈에 띄는 책이 있어 펼치게 되었다.

아니... 이런... 음악전문 출판사... 프란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작가 님이 다섯분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단순히 음악 소설이라서 내가 나름 짐작했던 음악 소설이란 이런 것일거라는 예상을 하염없이 벗어나 다채로우면서도 작가님 나름의 개성이 살아있는 각양각색의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함께 했다.

 

목차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 007

수면 위로 - 김연수 · 049

자장가 - 윤성희 · 095

웨더링 - 은희경 · 129

초록 스웨터 - 편혜영 · 167

인터뷰

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

다섯 명의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한 인터뷰 · 199

 

[책 소개 MD 한 마디]인물이 처한 상황이 사회적인 조건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온 김애란은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된 연인의 한때를 그려내며 음악생활이 결합될 때의 오해와 애정, 빗나감과 포개짐의 순간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담아온 김연수는 수면 위로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오래전 여름과 연인과 함께했던 지나간 여름을 잇는 공통의 음악을 다루며 해석에 따라 삶의 진실이 새롭게 펼쳐지는 국면을 한여름 밤의 산책 같은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로 묘사한다.

한편 윤성희에게 음악은 꿈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곧 그를 향한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한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성희는 자장가에서 엄마를 만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려는 한 여자아이의 고군분투를 통해 자장가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음악의 한 형식임을 깨닫게 한다. 권태와 반복을 깨뜨리는 진취적인 힘으로 소설의 내적인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은희경은 웨더링에서 우연히 기차의 4인석에 함께 타게 된 네 명의 인물을 비추며 그들이 서로를 은근히 신경 쓰는 동안 벌어지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그려낸다. ‘우연이 인물들에게 개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동시에 여러 악기가 울려퍼지는 관현악곡처럼 네 명의 인물을 둘러싸고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가 풍성하게 소설을 채워놓는다.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표현되지 않은 것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편혜영은 냉철한 시선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특유의 인장이지만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삶을 향한 온기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온다. 초록 스웨터는 엄마가 죽기 전 미처 다 뜨지 못한 초록색 스웨터를 들고 엄마의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인물의 특별한 12일을 따라감으로써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을 카세트테이프, 십 원짜리 동전, 뜨개실 등 구체적인 추억의 물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책... 심지어 만들어진 책 모양이나 사이즈도 예술처럼 아름답다.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리기도 신비롭기도 따뜻하면서 아련하다가 행복했다...

 

좋은 기획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주시는 모든 이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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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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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서점을 지나다 우리나라의 미야베 미유키(누누히 밝히는 나의 최애 작가)라는 소개 문구에 혹해서 [케이시] 작가 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네 번의 노크는 제법 재미있었다. 반전의 반전.... 믿을 인간 하나도 없던 그 빌라... (원룸 하우스?)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다음 작품을 기대했었지. 그 때가 굉장히 예전이었는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그 분이 신작을 내셨더라.

어 표지가... 미스테리 스릴러... 느낌 전혀 없는 내가 좋아하는 말랑말랑 감동적인 예쁜이야기일 것 같은 분위기이다. 당장 집어 들었다.

 

표지도 이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책... 도서관이야기인줄 알았거든.

근데 책을 펼치고 읽다 보니 더 좋았다... 이 이야기는 도서관 같은 서점 이야기이거든.

 

심지어 그 서점은 내가 꿈꾸는... 아니 모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아니...삶이 지치고 힘든 모든 이들의 위로가 되는 피난처 같은 ....휴식이 되는 곳이었다.

 

상처 투성이 주인공은 어릴 때 집 나간 엄마, 그 엄마를 미워하며 함부로 키웠던 아빠로 인해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아빠의 급작스로 죽음 이후, 집을 떠나와 예전 엄마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느낀 주소 근처에서 정착한다. 그 곳에는 서점 더 라이브러리가 있었다. 어리고 힘없는 그녀가 일 할 수 있는 곳은 야간 편의점, 그리고 머무는 곳은 시끄러운 작은 창고같은 방..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더 라이브러리그 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마음껏 읽고 즐길 수 있는 도서관 같은 서점 더 라이브러리는 공간 자체만으로도 안온한 매력을 선사하지만, 그 어떤 서점보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에는 운영자인 원장님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서점뿐 아니라 큰 수목원을 함께 관리하는 원장님은 자신을 직접 꿈꾸는 것보다 꿈꾸는 사람을 보는 게더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오래전 남편과 아들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뒤, 원장님은 책을 읽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 아래 어려운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의 꿈을 지지하고 보살펴주기로 결심하고는 서점을 차린다. 방황 끝에 더 라이브러리에 당도한 나에게 이런 원장님의 존재가 절실한 위로로 느껴졌음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갈 곳 없는 나에게 쉴 곳을 제공해주고, 두꺼운 책을 겨우 한 장 펼쳐 읽었을 뿐인데도 해냈다며 응원해주는 진정한 어른. 그 어른의 존재는 거칠고 사나웠던 주인공을 세상 안으로 품어주고, 끝내 주인공 안의 분노를 무력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원장님은 모든 부모가 내 아이만을 지키지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른의 일은 아이를 지키는 것이고, 그 누구의 아이일지라도 어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때때로 외면되는 것이 현실이기에 오늘날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단 한 명의 좋은 어른이 있다면, 그리고 그 어른이 아이에게 따스한 손길을 단 한 번이라도 내밀어준다면 그 기억은 언제고 의지할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원장님을 통해 독자들은 가슴속 깊이 울리는 감동을 느낄 것이며, 스스로가 바로 그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주인공 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친구들을 하나둘 늘려간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거친 외모에 여린 마음을 간직한 발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뒤 자신을 집 안에 가둬버린 히키, 과거 학교 폭력을 겪었던 동창 눈곱이 그들로, 꼭꼭 감춰두었던 과거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나올 때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한 사람이 어른이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슬픔과 상처, 절망을 겪게 되지만 그로부터 벗어나 올바른 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일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서점 원장님이 다정하고 너른 품으로 나를 살펴주었듯, 나 역시 서툴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친구들을 응원하며 서로가 서로를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시켜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먹이고 살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다독이며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내고 싶은 의지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책 소개)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위로받았다.

읽는 중간 중간 좋은 글귀가 셀 수 없이 많아서.. 어서 필사를 해야하는데... 이거... 중간에 끊기도 그렇고.. 그런 순간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어쩜, 작가님은 이렇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책과 함께 하면서 나를 ... 우리를... 위로해주시고...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나도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

아 나도... 그런 서점 사장님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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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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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소설을 사랑한다.

많이 읽지는 못 했지만 볼때마다 행복하고 맑아짐을 느낀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감당 못 할 만큼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런 눈물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청소년 소설의 페이지터너라고 책소개에 있던데... 암튼 청소년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님 이꽃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처음 뵙고,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죽이고 싶은 아이를 만나고 이번에 다시 뵙게 된 이 작품은.... 전작 모두가 좋았지만 특별히 더~~~욱 좋았다.

 

어쩜 이렇게 청춘, 청량, 여름, 첫사랑, 우정, 열일곱, , 사람들의 정... 등등 아름답고 싱그러운 것들을 쏟아 부은 작품을 만드셨을까?

작가 님이 가장 좋아하신다는 작가님의 작품... 나도 작가 님 작품이나 어지간한 성장소설, 여름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을 남긴 작품.

 

작품의 배경이 되는 번영... 정말 꿈같은 동네다.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동네지만 운동... 그것도 유도를 한다고 하면 그냥 다 통하는 동네.... 말많고 불친절하다고 여겨졌던 이 동네의 이웃들은 더 없이 따뜻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정말 정겨운 곳이다.

 

출판사 리뷰

 

이야기는 경상북도 정주군 번영읍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두 아이의 시선에서 번갈아 가며 서술된다.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 유찬은 이유 모를 화재 사건으로 하루아침 부모님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그날 이후,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에 시달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공부에만 몰입한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동네로 전학 온 하지오와 가까이 있기만 하면 고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한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자 작은 희망이었다. 끔찍한 소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는 기대로 하지오를 찾지만, 갈수록 그 이유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하지오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 보는 다채로운 감정이 조금은 낯설다.

 

서울에서 번영으로 전학 온 하지오. 평생 엄마와 둘이 살아온 하지오는 엄마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유도를 시작했을 만큼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한 아이지만, 엄마의 병환으로 평생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떠밀리듯 아빠가 산다는 번영으로 왔지만, 여덟 시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외지인의 인사는 잘 받아 주지도 않고, 당근마켓에 올라온 건 경운기와 엔진 분무기뿐인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끔찍하다. 아빠라는 사람도, 아빠와 함께 사는 아줌마도, 마을 사람들도, 체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도부도, 기차역에서 마주친 유찬이라는 아이도 불편하기만 하다. 앞길이 캄캄한 와중에 유찬, 이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독심술을 한다고 말하는 이 아이가, 꼭 자신을 살려 달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이 작은 마을에 대단한 일은 언제나 유도부에서 일어났으니까.”

가장 외로운 아이들이 끝내 외롭지 않은 곳, 번영

 

다소 거칠어 보이는 번영 사람들이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것은 운동, 그중에서도 유도다. 번영 사람들에게 유도는 꿈이고 자랑이다. 이곳엔 조금 수상쩍은 이유로, 혹은 인생을 걸 만큼 절실한 이유로 유도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유도부 하이패스를 외치며 농땡이와 외상이 일상인 붙임성 만렙 유주. 번영고 유도부 유망주이자 어린 동생들의 유일한 보호자로, 유찬의 비극과 직접적으로 얽힌 새별. 이 유도부원들은 등장만으로 공기를 바꾸며 한 사건에 점점 집중하게 한다. 바로 5년 전 화재 사건과 관련해 번영 사람들이 감춰 온 비밀에 대해.

 

번영에서 오래 경찰로 일해 온 지오 아빠 남 경사, 진짜 메달리스트인지 의심스러운 유도부 코치, 화마로 자식을 잃고 손주를 돌봐 온 유찬의 할머니 등 마을 어른들의 사연까지 하지오와 유찬의 시선에서 다루어지며, 아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도시 생활이 익숙한,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만이 전부였던 하지오와 비극 이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유찬이 이 작은 마을에서 만나 서로를 향해, 또 세상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든다. 겉보기와 다르게 정 많은 동네 사람들, 자신만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아이들, 돌아오는 여름마다 눈부시게 빛날 냇물의 윤슬과 한없이 푸르른 은행나무, 끊이지 않는 매미 소리…… 이꽃님 작가가 그려 낸 번영의 여름은 어쩌면 잊고 살았을지 모를, 나도 모르게 나를 한 뼘 키워 낸 공동체와 공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너무나 벅차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꿈같이 따뜻한 이야기로 뜨거운 여름을 싱그럽고 맑게 만들어준 아름다운 이야기... 읽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고 상쾌하다.

 

행복한 시간을 준 작가 님께 너무 감사드리며... 또 예쁜 이야기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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