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이야기

나의 형 이야기 ㅣ 생각하는 숲 13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작년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 라는 영화를 본후, 그 애잔한 여운이 너무 길어서 그 영화에 관한 감상을 찾아보던중, 원작 동화가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그게 바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였지요.

책 첫페이지 여는글에서 하버드대 교수 스티븐 그린블래트는 샌닥의 작품을 평가하면서

그가 그려내는 환상세계에서 사랑은 때론 공포나 다름없고, 안전한 피난처는 두려움 가득한 모험을 이겨내야만 이를 수 있는 곳이라고 얘기합니다.

샌닥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괴물들이 사는나라와 이책 나의형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 평가에 대해 수긍이 갑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아이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모험을 떠나고 위험천만한 미지의 세계에서 자기 세상을 만들어갔던것처럼

이 책에서는 형을 찾아, 마치 오래된 낡은 전설속을 뛰어들듯이 미지의 세상이 그려집니다.

5년 전 떠난 형을 그리는 샌닥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더 의미있는것 같습니다.

세번을 읽고도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은 신화적인 분위기에 압축적인 은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눈부신 별이 지구에 부딪쳐 지구가 두쪽으로 갈라지면서 한몸이나 다름없던 형 잭과 가이는 이별을 합니다.

그리고 뿌리가된 형의 발과 코를 발견하기 까지 마치 전설의 이야기처럼 곰과의 내기를 하게 되지요.

생사를 건 내기를 통과하고 비로소 가이는 형을 만나게 됩니다.

형의 코를 꽉 깨물어보는 가이의 모습을 보며, 지금 내곁에 있는 - 곁에있어도 그립고 보고싶은- 딸아이를 꼬옥 안아주게 될정도로 가이의 마음이 저에게 들어와 애잔한 여운으로 남네요.

샌닥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이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아마도 죽음앞에서 형을 그리워하는 샌닥의 길고긴 바램과 영원한 상상력의 종착점이 아닐까 합니다.

장끼전을 읽고

장끼전 ㅣ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5
권문희 글.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10월

국민학교 6학년때 국어책에서 만났던 장끼전이 어렴풋해질 무렵 도서출판 장영에서 출간된 장끼전을 만났습니다.

첫 이미지는 " 우와~ 재밌다 " 였습니다.

곰방대를 날개에 끼고 당당히 앞서 걷는 겉표지의 장끼 모습은 그여말로 허세입니다.

새끼들이 빈 그릇에 얼굴을 쳐박고 배고프다고 울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싸우는 꼴을 보고도 나몰라라 뒷방에서 잠만자는 장끼에게

까투리는 온갖 비위를 다 맞추며 함께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자고 하지요.

가진것은 쥐뿔도 없이 단지 불알을 찼다는 이유하나로 너무도 많은 당위에 잡혀 살았던 고직식한 남성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반면 수십마리 새끼를 힘닫는데로 키우면서 남편 비위까지 맞춰가며 살아가는 까투리의 모습은 남존여비사상에 숭응하며 살아가는 그시대 여성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말은 귓전에 바람으로 듣고 끝내 자기 고집대로 하다 최후를 맞이한 장끼!

그가 죽으면서 남긴말은 "재혼하지 말고 수절하고 사시오~!"

이남자 정말 마지막까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임의 극한이네요.

장끼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수많은 동물들이 까투리에게 청혼을 하지만 까투리는 모두 거절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새로운 장끼를 만나 사랑받고 살면서, 새끼들 잘 키워내고, 좋은 곳을 구경다니면서 말년을 보내다 한날 한시에 죽었다는 이야기지요.

아마도 이 책에 담긴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한 글은 책의 맨 마지막페이지의 책소개 일겁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풍자해놓은 장끼와 까투리의 이야기는 해학적이면서도 뭔가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삽화의 눈빛 하나 몸짓하나까지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짧은 문장들이 무척 코믹하면서도 압축적여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을수있었습니다.

즐겁게 장끼전 그림책을 접하고 난 아이들이라면, 고전 장끼전을 글책으로 만나는데 흥미가 배가 될것 같네요 ^^

나도 돈이 되고 싶어라

돈이 되고 싶은 아이 ㅣ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56
조성자 글, 주성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이 책은 엄마가 사줘서읽었다.

이 책은 등장인물'차운보'와'오세지'가 티격거리며 차츰차츰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들이 읽기좋은책이라 호감이간다.)

운보는 세지가 별로좋아하지않는 새로바뀐짝이었다.

왜냐하면 세지가모르고 "아빠가 되고싶어요."라고 대답했을때

트집을잡고,돈이되고싶다고도 말했기때문이다. 이 사건때문에 세지는'오아빠'운보는'돈운보'라고 별명이붙여졌다.

그뿐인가, 세지가 지우개를 빌려달라고하면 "몇 원줄래?"라는말과"세상에 공짜는없지."라는 말을 했기때문이다.

또 자기를 운보가 저녁때사먹을'자장면'오천원돈도둑으로 모함했다.

세지는 정말 돈,돈,돈밖에 모르는 돈운보가싫었다.

하지만..하지만 나도 운보처럼 돈이되고싶다. 내생각은다르다.

나는 돈이되어 가난한사람들에게 행복이 되고싶다. 희망이 되고싶다.그리고 밥과물도 살수있게 해주고싶다.

그래서...나도 돈이되고싶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운보도달라졌다.세지아빠에게 말 한마디를 들었기때문이다.

"운보야, 내가 행복한일을한다면 나도 행복하단다.운보 너도 네가좋아하는 일을하면 기쁘지않니?"

감동적이다. 그리고둘이는 사이도좋아지고 미래를..(?)약속한 사이가되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로봇소년 날다

로봇 소년, 날다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3
고든 코먼 지음, 정현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0월

작가 고든 코먼의 저작을 처음 접한 작품이었는데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마치 인도영화 '세얼간이' 를 볼때 처럼 배꼽잡고 실컷 웃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소설은 사고뭉치 주인공 도노반이 학교체육관에서 이웃학교와 경기가 있던날 체육관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진 동상을 몽둥이로 내려치면서 그 동상이 받치고 있던 공이 체육관으로 굴러 대형사고가 나면서 부터 시작됩니다.

도노반은 한 생각이 드는 즉시 결과를 생각할것도 없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아이였지요.

그사건을 계기로 슐츠교육감의 방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는데, 바로 그날 교육감 비서의 착오로 도노반은 하루아침에 영재학교입학통지서를 받게 되지요.

도노반이 배정받은 반은 로봇공학반이었습니다. 영재학교인만큼 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영재들 사이에서 도노반이 '영재가 아님'을 들키게 되는건 시간 문제 였지요.

하지만 결국은 영재냐/영재가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도노반으로 인해서 삭막하고 건조한 천재들의 감성에 인간성이 살아날수 있도록 도노반이 그 역할을 한다는걸 모두 인정하게 된거죠.

로봇대회가 있던날, 경로를 이탈하여 1위를 달리던 로봇을 힘으로 제압하고, 의자로 때려부쉈던 도노반과 노아의 행동이 불러오는 문제와 책임을 소설은 은근슬쩍 묻어버리는 약간 엉성한 모티브를 지적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사회적 상호작용이 전혀 불가능한 그저 천재이기만 했던 노아가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 임을 알아가고

스스로 가능성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는 제마음이 더 설레고 기뻤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역시 아이들을 섯불리 단정짓고 판단하는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마치 남에게 피해만 주고 사는 통제불가능한 아이처럼 여겨지던 도노반이 영재학교에서 여러사람들의 마음에 귀한 보석으로 남을수 있는것은 능력보다는 인간적인 아름다움때문이었으니까요

지금이 바로 그런 인간적인 감수성이 더욱 귀하게 요구되는 때가 아닌가 싶네요..

10점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은 소설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물에관한 고찰'

물속에 빠진 돼지 - 물의 순환 ㅣ 내인생의책 돼지학교 과학 3
백명식 글.그림, 곽영직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9월

제가 어릴때만 해도 슈퍼에서 물을 사먹는다는건 상상하기 힘든 시절이었지요.

학교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체육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수도로 달려가 줄을 서서 입을 대고 물을 마시던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에도 텔레비젼에서 방송되던 환경파괴와 재앙을 다룬 공익광고를 기억한다면, 현재 지구상의 생명들이 당면한 과제인 물부족 문제는 머잖은 미래에 물부족 난 까지도 짐작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과연 아이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아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인 물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집 꼬맹이처럼 '물이 없으면 음료수 마시면 되지뭐!' 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친구들도 아마 있겠습니다.

이책은 그런 친구들을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물의 모든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고( 또 그수준으로 유지되어야만 우리가 살아갈수 )있는 물이지만, 지구상에 흐르는 물중 빙하(2%)를 제외하곤 단 1%만이 마실수 있는 물이라고 합니다.

물의 세가지 상태, 물이 지표와 대기중에 순환되는 과정, 우리몸속에서 물이 하는일, 수돗물이 하수도로 흘러들어 다시 수돗물로 나오는 처리과정을 비롯해 물의 쓰임과 재활용, 우리생명과 직결된 물이야기의 모든것을 담고 있습니다.

돼지 삼형제가 물방을 속으로 들어가 수증기형태로 구름속을 여행하기도하고, 비가 되어 다시 지표로 떨어지고, 지하수에 갖히기도 하고, 하수처리장으로 빨려들어가 물이 정화되는 과정속에 살아남기도하고, 한잔의 물속에서 우리몸을 여행하기도하는 재밌는 구성으로 아이들이 자칫 어려울수 있는 내용을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수 있는 책인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