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존 카첸바크’라는 이름을 가끔 들어보긴 했지만 카첸바크의 작품을 읽은 것은 <하트의 전쟁>이 처음입니다. ‘애널리스트’와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 재밌다는 평을 보긴 했지만 왠지 손에 잡히지는 않더군요. <하트의 전쟁>을 읽고 난 느낌은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말 재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의 내용과 같은 시기에 “일본군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에 대한 슬픔입니다.

 

정말 재밌는 책입니다. 읽기 전에는 마음 한구석에, 2차 세계대전과 포로수용소라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칙칙하고 어두운 내용이면 어쩌나 걱정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조금 망설였지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더군요. 한 번 펼치면 중간에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습니다. 700쪽이 넘는 책이 두껍거나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잘 짜여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완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독서 중에도, 토미 하트와 연합군 포로들의 수용소 생활에서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 ‘오 하느님’에 나오는 주인공의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노바협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러시아 포로들이 강제노동과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것 처럼 ‘오 하느님’의 주인공도 엄청 고생만 하다가 비극을 맞았거든요.

 

우리나라를 위한 전쟁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이름으로 치른 전쟁도 아닌데, 죽어라고 고생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조선인들을 보면서 느꼈던 울분이 다시 생각나서, 이들의 상황이 연합군 포로들의 상황과 너무 달라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억울한 생각은 카첸바크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요. 그냥 그 시절에 우리나라가 아무 힘이 없었던 것이, 그래서 제노바협정에도 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슬펐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하트의 전쟁>을 읽기가 망설여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로들이 고생고생하다가 비극으로 끝날까봐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아, 물론 그건 필요없는 걱정이었고 책은 칙칙하지도 않고 암울하지도 않고 아주 재밌습니다. 번역도 훌륭해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도 찾아서 보고 싶어지더군요. 브루스 윌리스는 맥나마라 대령을 어떻게 연기했을지, 콜린 파렐의 토미 하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워낙 혹평을 받은 영화라 안 보는 게 나을까요? 이렇게 재밌는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혹평을 받았다는 게 이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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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꿀따이 2011-03-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카페에 들어가 보니 오역과 비문이 너무 많다고 누가 지적해 놓았던데 읽어보니 대부분 정확한 지적이던데요. 양철나무꾼님이 올린 서평에도 '번역상 오류가 많다'라고 지적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구영탄님은'번역이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혹시 구영탄님의 눈에는 오역과 비문이 잘 안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번역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졸리는 구영탄 2011-03-11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글은 읽었습니다.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었지요. 그 중 일부는 저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같기도 합니다.(전부는 아니구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불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문장을 읽는 중에 살짝살짝 고쳐읽기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책이 아주 재밌어서 그정도 실수에는 충분히 관대할 수 있는 마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옹달샘님이 지적하신 부분이 처음부터 반영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은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책을 재밌게 읽게 해 준 번역가님이 고맙기도 했거든요.
저는 '번역을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번역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데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책을 잘 읽고 난 뒤에 오역과 비문만 트집잡을 생각도 없습니다. '오역과 비문'에 대한 정확한 글이 있다고 해서 내가 잘 읽은 책의 번역을 내가 느낀대로 쓰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됐는지 모르겠군요. 줄여서 말씀드리자면 옹달샘님이 지적한 '오역과 비문'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을 읽는동안 번역이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서평에서 번역이 좋거나 나쁜다고 말하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꿀따이 2011-03-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영탄님의 주장이 맞습니다. 제가 괜히 심술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하군요. 각자의 수준과 기준이 다르니까 거기 맞춰 살아야겠죠. 다만 알면서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과 몰라서 훌륭하다고 착각하는 것과는 구분되어야겠죠. 또 오역과 비문만 트집잡는 것이 아니라, 독서 도중 틀린 것을 발견하고 고쳐준 것뿐입니다. 그것은 식자의 의무일진대, 일반적으로 무지한 인간들은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지 못하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앞세워 네가 뭔데 날 가르치려드느냐는 식으로 반발하죠. 지적당한 오류들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문학에서 그 정도의 오역이나 오류는 봐줄만하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은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저자나 역자는 그래선 안 되죠. 그래서 냉정하게 지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