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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평점 :


나이 든 사람에 대한 편견이 많다.
느리다거나 힘이 없다는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노인들은 새롭고 낯선 것을 싫어하고
정적인 것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
막상 지금의 내가 '나이가 든다면'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다들 흔하게 생각하는 노인이 되지 않을 거야!''
라고 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생각은
고리타분한 고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소녀가 자라 아가씨가 되고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고 아이를 낳고
또 할머니가 되고,
할머니였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는
일련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삶이라는 흐름 앞에 훈장처럼 주어지는
체력 고갈과 새로운 것에 대한 어려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겠다는 다짐이 든다.
뿐만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너무나 멋지게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면
'그래! 내가 바란 노인의 모습은 이런 거였어!'
'이런 게 바로 실버 힙이지!'라고 느끼게 되었는데,
평범함은 거부한 노인들의
요절복통 분투기가 담긴 너무나 따뜻한 소설,
그저 행복해지고 싶은 그들의 바람이
그들이 어디까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을 만났다.
각자의 이유로 나이가 들고 쓸쓸함과 무료함,
새로운 변화를 꿈꾸던 이들에게
해머스미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만델라 복지관의 노인 사교 클럽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친구를 좀 사귀고 싶은가요?'
메시지에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가지고 모인 노인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복지관 시설,
도통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의 노인들을 보며
과연 이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첫날부터 천장이 무너지며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가 직접적인 연관은 아니지만
사망한 노인이 키우던 강아지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노인 사교 클럽을 운영하게 된 리디아와
사교 클럽을 방문한 노인들은
자신들이 속하게 된 복지관을 지키고,
각자 이루고 싶었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두발 걷어붙이고 나서게 된다.
복지관을 지키기 위한 공통의 목표 아래
사실은 그 속에 담긴 각자의 행복을 위한 몸부림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그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연대,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심어 놓는다.
노인이라는 연령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을
날려버릴 화끈하고 적극적인 그들의 모습은
자신에게 주어진 '젊음과 시간'이라는 보물을 두고도
치열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렇게 시간을 후회하지 말라며 보내는
경고이자 조언 같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사교 클럽의 관리자
리디아처럼 50대였던 작가는,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진정한 어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80대인 부모님과 그들의 친구들은
자유롭게 여행하며 인터넷도 잘 사용하는데
소설에서 만나는 연금 수령자 노인들은
무력하고 어수룩한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모습에
상황을 주도하는 노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그런 다짐은 이번 소설에서
인생을 헤쳐나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멋진 모습의
노인들로 등장을 한다.
소설 속의 노인들은 모두가 풍족하거나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퇴 후 여전히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일자리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감에서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수줍고 조용한 듯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뜨개질로 만든 작품으로
다른 이들 앞에서 표현하는 행동파이기도 하다.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지만, 활동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화려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며
떠난 남편들의 수를 헤아리기도 한다.
스스로를 감방에 가두듯 집에서만 은신하다
15년 만에 집 밖으로 나온 이도
처음에는 망설이기는 했지만
거침없이 데이트 앱을 사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
고정된 성별과 연령의 역할을 거부하고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향해 후회 없이 돌진하는
누구보다도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형편이나 상황, 조건 때문에 라는 핑계로
무언가를 미루고 도전을 피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같은 노인들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며
자세만 바꾸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거침없이 중앙분리대를
펄쩍 뛰어넘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우리를 가로막는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거침없이 뛰어넘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또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그래서 결국 도달하고자 했던 행복에
모두가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