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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진짜와 가짜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되어 있는 시대다.
뉴스나 기사를 보아도 이것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전달'인지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 뉴스인지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는 구분할 수 없고,
대기업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의류도
이른바 '짝퉁' 제품으로 밝혀지며 회수가 되기도 한다.
어디 뉴스나 물건뿐일까?
나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웃는 표정 속에 감춰진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진짜와 가짜 사이, 우리는 진짜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경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작가는 7개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진짜는 무엇입니까?" 하고 말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의
대열에 이름을 올린 성해나 작가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혼모노'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혼모노, '진짜'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작가는 7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진짜와 가짜 사이 그 혼재된 어지러운 현실을 보여주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정말 중요한 진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는
영화감독 김곤에게 빠진 내가
일련의 사건으로 대중에게서 멀어진 그를
변함없이 좋아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불신이나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진심을
그와 마주한 현실에서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무한한 애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은
그에 대한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착각이고,
한순간 아무렇지 않게 사그라들 수 있는
가짜 감정이었음을 깨닫는다.
〈스무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을 미국인이라 생각하는 주인공이
일 때문에 방문한 한국에서,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했던 고국에 대한 이야기나
애정을 '축제'를 하던 태극기 부대로부터 받으며
그들과의 시간으로 채운 하루를 블랙코미디로 담았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타인의 모습이 어떻게 묘사될 수 있는지,
씁쓸한 웃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혼모노〉는 모시던 신이 자신이 아닌
새로운 신애기에게로 가게 되며,
신력을 잃은 주인공이 질투와 분노 속에서
자신의 '가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진짜와 마주하면서 목적이나 타인으로부터의 의식을
벗어나 비로소 '진짜'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기괴한 희열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사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무엇이 그를 '진짜'로 이르게 했는지
그 '진짜' 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야망이 없고 물렁해서 오히려 자신의 뜻대로
다루기에 좋을 거라 생각했던 학생인 구보승을
수련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고문실을 설계하는데 투입하게 된 여재화가,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간적이었던 그의 설계에서 비인간성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하며 그곳에서 자신은 빠지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건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만 파다해졌는데,
그 건물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 아무도 관심이 없다.
희망과 인간성 그 어디쯤에 대하여 씁쓸함이 감돈다.
〈우호적 감정〉은 처음에는 일로만 엮였을 뿐
서로 너무 달라 엇나가던 이들이,
점차 시간을 반복하며 가까워진 뒤
비로소 '이해'를 느끼며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
쏟아진 사건으로 다시 벽이 생기고 말아버리는
세대 간의 갈등을 담았다.
회사 내에서 느낄 수 있는 우호적이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잉태기〉는 흔한 시아버지-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을
넘어 서로 평행을 달리기만 하는 그들의 대치가
결국은 비뚤어진 애정으로 그들이 가장 아끼는
손녀, 딸을 두고도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만 키우는 비뚤어진 통제욕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탈〉은 영원할 것 같았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소중했던 포인트가 시간이 가고 자라면서
'중요한' 정도가 서로 달라지며 그들을 엇갈리게 하는
포인트로 작용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있는
현실(진짜) 속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가짜를
배척하거나 혼란스러워한다.
추구하고자 하는 진짜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자신이 진짜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를 찾는 행위 자체에 매달려 있는지
모호해지곤 한다. 그러다 현실에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
현실 자각 타임에 이르게 되는데,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가 치우쳐있는 시각의 전환을 가져오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현실을 반영한 날카로운 묘사는 작품 하나하나에
그대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작품들을 통해서는 각 작품들 속에 담긴
하나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외치게 된다.
"이건..... 진짜다!"라고 말이다.
성해나만의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집
《혼모노》 이다.
"이 글은 창비로부터 이벤트를 통해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