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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첫 부분부터 나의 기존상식을 무참히 깨트려버렸다.

미시경제학의 근본적인 제 1 전제는 경제주체(가계, 기업)의 합리성이다. 경제학은 인간을 호모이코노미쿠스 라고 전제한다. 인간이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들은 배제한채,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경제학 논리를 쌓아올려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인간은 전혀 호모이코노미쿠스 스럽지 않다. 

책은 총 4챕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챕터에는 앵커링이라는 속밍수에 휘둘려 판단을 달리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책은 몇가지 예를 보여주며 호모이코노미쿠스 스럽지 않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태롭고 불확실한 판단을 하는 인간을 증명한다. 한 예를 들어보면 두 개의 옷 가방이 있는데 하나는 32파운드고 다른 하나는 36파운드이다. 둘 중 어떤 옷 가방이 더 무거운지는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울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옷 가방이 공항의 44파운드 제한에 걸리게 될지 아닐지는 쉽게 알 수 가 없다. 이로서 인간은 차이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절대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원고 측의 요구 금액이 높아 질 수록 배심원들의 판결금액이 똑같이 높아지는 기이한 실험 현상을 증거로 내비치면서 인간은 절대로 호모이코노미쿠스가 아닌 앵커링이라는 속임수에 잘도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2챕터에서는 해리 헬슨의 담배를 예로 들면서, 헬슨이 붉은 조명에 적응 되어 있었을 때 본 담뱃불이 붉은 색이 아닌 녹색으로 보였단 것을 이야기 한다. 절대적인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닌 상대적인 가치의 차이를 통해 인식 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3챕터에서는 이러한 인간 인식 체계의 한계에 대한 현상에 대해서, 도박 등의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심리학 수준에 머물러있던 영역을 경제학 적으로도 체계화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선호역전 현상과 같이 A, B 둘 중 하나를 선택 할 권한이 주어질때 효용(해당 물건에 대한 자신이 측정한 지불용의의 가치, 가격)이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안전한 것을 선택하게 되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더 나아가 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3단원의 내용은 쉬운 내용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책은 경제학에 대해 문외한 사람들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실제의 예를 들어 차근차근 설명해주어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지만, 3챕터은 경제학적인 기본지식이 어느정도 있어야 읽기 수월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챕터를 보는 나의 심정은 흡사 미시경제학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예컨데 폰노이만의 게임이론 같은 것 말이다.

본론은 4챕터이다. 지금까지의 인간의 인식 체계에 대해 분석하고, 이론화 된 것을 바탕으로 이제 소비자를 골려먹는 기업들의 여러가지 수법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소비자인 우리가 이러한 쿠폰 제도, 세트메뉴 제도, 포인트 제도, 가격의 끝자리를 9로 책정하는 마케팅 전략들이 눈에 빤히 보이는 사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런 것에 속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말처럼 행동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미흡한 인지, 판단 능력의 한계를 이용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로지 가격설정만을 위한 컨설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컨설팅 회사는 이미 20~30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성행하여 왔다. 

인간의 인지 한계를 인지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또 다른 인간. 

'인간 위에 인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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