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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ㅣ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당도하여 확인한 것은, 중증외상센터사업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투명성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만약 내가 외상외과가 아닌 일반적인 임상과를 전공했다면 아마도 세상의 무서움과 한국 사회 실상을 제대로 목도하지 못했을것이다. 나는 중증외상센터 설립 과정에서 실제 한국 사회가 운영되어가는 메커니즘을 체득했다. 그 과정은 매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만큼 지옥 같았다. 시스템은 부재했고, 근거 없는 소문은 끝없이 떠돌았으며, 부조리와 불합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돈 냄새를좇는 그림자들만이 선명했다. 그 속에서 우리 팀원들은 힘겹게 버텨왔다. 나는 어떻게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 실낱같은희망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왔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화하기 위해 나와 팀원 모두가 쉼 없이 분투해왔다. 그러나 내가여기에 당도하여 확인한 것은,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투명성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지금껏 선진국형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헛된 무지개를 좇아왔으나,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우리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곧 잠겨버릴 것이고, 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는알 수 없게 될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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