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수아는 어느새 섬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신기한 생물을 보듯 호기심 넘치는 눈동자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떼지 않는 혐오가, 근처에도 있기 싫다는 듯 방향을 바꾸는 발걸음이 담벼락 너머에서, 문틈 사이로, 전봇대 뒤에서, 거리에서,
가게에서, 집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저 멀리서 민지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오려다가 다른 사람에게 팔을 붙잡히는 모습을 보았다. 전염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 - P138
자신이 수아를 죽였다. 마녀가 기어코 인어를 죽인 것이다. 비늘에 어린 빛이 약해졌다는 걸 직접보고도 시간을 거슬러와서 그렇겠거니 했던, 그저수아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가만히있었던 자신의 탓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피고주시하며 바다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지켜야만 했는데. 인간의 악의가 공기처럼 퍼져 있는 곳에서 마녀가 쉬이 인간을 죽이는 모습을 본 인어는 결국 모든 빛을 잃은 것이다. - P152
계속 타올라 재밖에 남지 않았던 마음에 수아가꾸준히 애정을 주니 싱그러운 싹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끊임없는 입맞춤과 자신 하나만 바라보는 시선과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과 크게 울리는 고동 소리와 늘 서늘하나 자신과 닿아 있으면 순식간에 미지근해지는 체온이 한결같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서, 마리는 행복했다. 미움과 증오와 경멸과 분노와 혐오가 물에 서서히 젖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행복과 환희와 들뜸을 노래했다. 마녀가 행복을 느끼는 건 모두 수아 덕분이었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