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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을 구한 원님
이호백 지음, 가회민화박물관 자료그림 / 재미마주 / 2010년 10월
평점 :
약간은 촌스럽기도 한 이 책 표지 그림의 출처는 바로 가회민화박물관의 무신도입니다. 무신도는 10폭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었는데, 현란한 오방색으로 그려진 이 무신도를 보면서 이호백 작가는 뭔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신비한 느낌을 그림책으로 풀어보리라 결심하고 7-8여 년 동안 계속해서 이 그림을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던 어느 날, 그림 속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살아 있는 것 같이 생각되고, 또 그 인물들로부터 시작해서 산봉우리, 폭포, 강물, 두루미, 사슴, 거북, 소나무, 구름 , 그리고 말 탄 무사, 연꽃 든 아낙네에 이르기까지 연결되는 어떤 실마리가 생겼다고 해요. 그래서 풀어낸 그림책이 바로 이 <고을을 구한 원님>입니다.
그림 속 청·홍·백·흑·황의 현란한 오방색이 보여주는 약간은 촌스럽기도 하고 옛스럽기도 하는 이 <무신도>가 이렇게 이호백 작가의 상상력을 보탬으로써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된 것이지요.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학자들과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아져 합심해서 지혜를 모으지만, 여전히 비가 오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어요. 우왕자왕하면서 본연의 목적보다는 부가적인 데 신경을 쏟게 될 정도로요. 그때 갑자기 나타난 꼬마 소년은 동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두루미의 짝을 찾아주면, 어쩌면 비가 올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루미의 짝을 찾아주고, 정말 하늘에서 단비가 쏟아져 내리게 되지요. 거기까지면 참 좋았을텐테..
사람들이 원님을 칭송하면서 선물도 바치고, 기록도 하고, 그 두루미도 다시 잡아와 원님에게 고아 바치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다 비가 세차게 오던 날, 원님의 양산이 비 때문에 찢어져 버리고, 이후에 햇볕이 쨍쨍 나자 햇빛 때문에 병이 나 죽고 말았답니다.
사람들을 널리 다스리고 구하려는 원님의 뜻이 주위 사람들의 헛된 맹세와 아첨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본연의 목적을 찾기 보다는 주변의 모습이 더 분주하고, 그래서 주와 종이 바뀌는 경우에 대한 풍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한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서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니까 많은 해석들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지게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돋보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