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가지 미묘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잠이 지금껏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이라는 점이었다. 20세기와 21세기에 했던 가정들과 달리, 잠은 낮에 배운 모든 정보를 전체적으로무차별적으로 (따라서 너저분하게)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잠은 기억 증진에 훨씬 더 식별력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강화하거나 그렇지 않을 정보를 추리고 고를 수 있다. 잠은 초기 학습때 기억 항목들에 붙여졌거나, 아니면 아마도 자는동안 파악했을 의미 있는 꼬리표를 이용하여 이 일을 해낸다. 그 뒤로 낮잠과 온전한 밤잠 양쪽을 대상으로 비슷하게 지적인 수면 의존적 기억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낮잠을 잔 참가자들의 수면 기록을 분석했을 때, 우리는 또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프랜시스 크릭의 예측과 반대로, 앞서 학습한 단어들을 죽 훑어서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일을 렘수면이 맡고있지 않았다.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나누는 데 기여한 쪽은 비렘수면, 특히 가장 빠르게 솟구치는 수면 방추였다. 잠자는 동안 수면 방추가 더 많이 생성된 참가자일수록, 기억할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의 기억을 강화하고 잊을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을 적극적으로 제거한 효율이 더 높았다. - P179

나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잠과 성취도의 관계를 조사한 750건이 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사례로 든다. 그중 상당수는 직업 선수와 엘리트 선수를 연구한 것들이다. 밤잠이 여덟 시간 미만일때, 특히 여섯 시간 미만일 때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몸이 지치는 시간이 10~30퍼센트 더 빨라지고, 호흡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팔다리를 뻗는 힘과 제자리에서 뛰는 높이도 마찬가지로 줄어들며,근육 강도의 최댓값과 유지 시간도 줄어든다. 게다가 허파가 내뱉을수 있는 공기의 양이 줄어드는 탓도 있고 해서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혈액 산소포화도가 줄어들고, 혈액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등 심혈관, 대사, 호흡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잠을 덜 잔몸에 지장을 준다. 운동할 때 땀을 흘림으로써 몸을 식히는 능력-최고 기량을 발휘하는데 중요하다-도 수면이 부족할때 떨어진다.
그리고 다칠 위험도 있다. 모든 경기에 나서는 운동선수와 그 코치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부상이다. 프로 팀을 운영하는 관리자들도 그 점을 걱정한다. 선수에게 거금을 투자하니 말이다. 부상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잠이야말로 이런 투자 대상에 닥칠 위험을줄여줄 최고의 보험 정책이다. 2014년에 뛰어난 젊은 운동선수들을연구한 한 논문을 보면, 경기 시즌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부상 위험을 엄청나게 높인다고 예측함을 알아볼 수 있다(그림 10).
스포츠팀은 최고의 선수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불하며, 그 인간상품의 재능을 함양하기 위해 의료와 영양 방면으로도 아낌없이 지원을 한다. 하지만 팀이 거의 우선순위에 올리지 않는 요인 하나 때문에 그 선수의 장점이 몇 배나 희석된다. 바로 선수의 잠이다.
경기 전의 수면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는 팀이라고 해도 경기를한 뒤 며칠 동안의 수면도 설령 더하지는 않더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말하면 놀라곤 한다. 경기 뒤의 잠은 전반적인 염증으로부터 몸이 더 빨리 회복되도록 하고, 근육 수선을 자극하고, 포도당과 글리코겐 형태의 세포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 P189

 이제 우리는 뇌졸중 환자들의 운동 기능이 날이 갈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 어느정도는 잠이 밤마다 열심히 일하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뇌졸중이 일어난 뒤, 뇌는 남아 있는 신경 연결을 재구성하기 시작하며, 손상된 영역 주위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한다. 이 유연한 재편과 새로운 연결 형성이 운동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기본 이유다. 지금 우리는 잠이 이 신경 회복 노력을 돕는 한가지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있다. 숙면이 계속된다면 운동 기능이 서서히 돌아오리라고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많은 운동 기술을 다시 배울지 여부도 결정된다.‘ 그런 발견이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수면을 치료 보조수단으로 쓰는, 아니 더 나아가 앞서 말한 수면 자극법을 적용하는 노력이 더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의학이 할수 없는 많은 일을 잠은 할수있다.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하는 한, 우리는 잠이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제시하는 강력한 건강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 - P192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상실하는 미세수면microsleep이라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 상태는 겨우 몇초동안 지속되는데, 이때 눈꺼풀이 일부 또는 완전히 감기게 된다. 대개 하루 수면 시간이 일곱 시간 이내인 만성 부족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미세 수면 때 우리 뇌는 잠시 바깥 세계와 단절된다. 시각뿐 아니라, 모든 지각 영역이 다 그렇다. 그 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거의 지각하지 못한다. 더욱 문제는 운전대를 돌리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는 등 운동기능의 확고한 통제가 일시적으로 멈춘다는것이다. 따라서 운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데 10~15초까지 걸릴이유가 없다. 2초면 충분하다. 도로가 굽은 곳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2초 동안 미세 수면에 빠지면, 자동차가 옆 차선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넘어간 곳이 반대편 차선일수도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겪는 미세 수면이 될 수도 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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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과 후에는 이 정보들이 불려오는 뇌 지점이 서로 달랐다. 잠들기 전에는 해마의 단기 저장소에서 기억을 꺼냈다. 이 임시 창고는 새 기억이 오래 남아 있을 수 없는 취약한 곳이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기억은 옮겨져 있었다. 밤잠을 죽 자고난 뒤, 참가자들은 이제 동일한 정보를 신피질에서 가져오고 있었다. 신피질은 우리 뇌의 맨 바깥에 있는 층이다. 사실 기반의 기억을 장기 저장하는 영역이다. 그곳에서 이제 그 기억은 안전하게, 아마도 영구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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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불행히도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극적으로 퇴화하는 뇌 영역은 깊은 잠을 생성하는 바로 그곳이다. 즉 콧등 위에 자리한 중앙 전두엽 영역이다. 노인의 뇌에서 퇴화가 심하게 일어난 지점들을 표시한 뇌 지도를 젊은 어른들에게서 깊은 잠을 생성하는 영역들을 표시한 뇌지도와 겹쳐 놓으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둘째, 놀라운 일도 아니겠지만, 그 노인들은 젊은 어른들에 비해서 깊은 잠을 70퍼센트 잃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발견인데, 이 변화들이 서로 독립된것이 아니라, 상당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노인 뇌의 중앙 전두엽이 더 심하게 퇴화해 있을수록, 깊은 비렘수면도 더 많이 줄어들었다. 서글프게도 내 이론이 옳았음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 뇌에서 밤에 깊이 푹 잠들게 하는 영역이 나이를 먹을 때 가장 일찍 그리고가장 심하게 퇴화하는, 즉 위축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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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저지른 범죄가 나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관리받지 못한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증상의 끝에 범죄가 있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우리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았다면 일상을 유지하며 사회에서도 잘 지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P36

폐쇄병동은 단순히 환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니까 가두어놓는 곳이 아니다. 잃어버린 환자의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곳이다. 독감에 걸려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심하면 의사를 찾아가 약을 지어 먹는다. 심하면 입원해 수액을 맞으며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정신질환도마찬가지다. 힘들고 아플 때는 병원에 가고, 심하면 입원해 치료를 받고 호전되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루틴을 활용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조깅이나 수영을 하고 정해진 시간만큼 글을 쓰는 그는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이 정신력과 체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고 한다.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방법도 이와 같다. 규칙적인 운동이 몸의 근육을 길러주듯이 규칙적인 일상이 마음의 근육을 길러준다. 몸 근육을 기르면 갑작스럽게 달리기를 하거나 어떤 동작을 취해도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고 식사를 하는 루틴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기른다면,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P47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나중에 어쩌면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가해자가 되면 그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는사실이다. 가정 폭력은 단순히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다. 주변의 누군가가 가정에서 고통받고 있는지 작게나마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P91

성충동 약물치료는 앞서 말했듯이 가역적인 치료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보통 3년의 보호관찰이 끝나고 치료를 종료하면 대상자들의 남성호르몬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므로 성적 충동이 다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충동 약물치료를 종료한 이들이 재범을 저지른 적은 없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단순히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치료의 장점은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밖에 없는 성범죄자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고 음지가 아닌 양지에 살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이들에게 그냥 전자발찌만 채워둔다면 보호관찰관 혼자 관리하느라 애쓰는 것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치료를 받는 환자는 한 달에 한 번 보호관찰관을 만나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온다. 병원에 오면 피검사도 하고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는다. 그러면서 또 여러 병원직원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도 하고 근황도 묻는다. 물론 의사도만난다.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요새 힘든 것은 없는지, 잠은 잘자는지 등 사는 이야기를 한다. 또 심리치료사도 만난다. 이때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한다. 이런 과정이 모두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에게는 감시하는 눈일 수도 있고, 이들을 사회적 인간으로 살게 하는 힘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치료는 단순히 이들을 가두어놓는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W를 통해 그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더 확대될 것이고 W와 같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최소한 국립법무병원의 의사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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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난 다음에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당신이 치료를 받지 않아서 저지른 일로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아픔을 겪었으며 당신과 가족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우선 엄격하게 짚어줘야 하는데, 그때 내 태도는 나름 도움이 된다. 이곳에는 조현병 환자가 상당히 많은데, 스스로 병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다가도 범죄 상황을 자세하게 짚어주면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주치의가 무한정 자애로운 자세를 지니기보다는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 환자에게 돌려 말하는 것보다 상황을 직면시키는 것이 환자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 스스로 반성하고 치료에 의지를 보이면 반드시 지지하고 격려해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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