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준선의 재설정이다. 몇 달 또는 몇년에 걸쳐 만성 수면 부족 상태로 지내면, 수행 능력 저하, 낮은 각성도 줄어든 활력에 사실상 순응하게 된다. 지쳐 있는 상태가 자신의정상 상태, 즉 기준선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년간의 수면 부족상태가 건강이 서서히 나빠져 가는 것을 비롯하여 정신자세와 신체활력에 어떻게 지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은 전자와 후자를 거의 연결 짓지 못한다. 평균 수면시간을 역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들을 토대로 말하자면, 수많은 이들이 맹목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습관을 고집하는 바람에 자신의 몸이나 마음의 잠재력을 결코 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생리적으로 최적이 아닌 상태임을 모른 채 여러 해 동안 지내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나온 과학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판단할 때, 나는 누군가가 <밤에 네댓 시간만 자도 충분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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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코르를 노린 첫 번째 살해 시도
1996

1996년 3월 27일, 나의 언니 소냐 홀레이더르와 언니의 남편 코르판 하우트는 유치원에서 아들 리히를 데려왔다. 코르는 차를 되를로거리에 있는 집 앞에 세웠고, 두 사람은 리히가 뒷좌석에서 둘 사이로 몸을 기울이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푸니쿨리푸니쿨라>를 따라 부르는 걸 들으며 차에 앉아 웃고 있었다. - P9

우리는 아빠가 엄마와 우리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를대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아빠의 분노를 북돋우면 절대로 동정심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까지 함께 비참해지는 거니까.
"네 잘못이야!"
아빠의 행동이 완전히 무작위적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빠의 폭력은 우리 가족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우리를 완전히 적셨다. 아빠에게 화를 낸다는 건 선택지에 없었기 때문에 절망적인상황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서로 싸워댔다. 우리는 신경이 날카로운 아이들이었고, 집에서 겪는 계속된 위협 탓에 관용이나 상호 이해같은 걸 베풀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공격성과 폭력성이 의사소통전략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폭력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졌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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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는 청원이 빗발쳤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2018년 12월 18일, 심신미약을 인정받으면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제10조 1항이 ‘감경할 수 있다‘로 드디어 바뀌었다. 단어 하나 차이인 듯 보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알코올중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심신장애 상태를 판단할때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개정 전에 이 조항은 심신미약인 경우 반드시 꼭 형을 감경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개정 후에는 상황에 따라 감경할 수도 있고, 감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대개 자발적 음주에 의한 범죄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책임은 당사자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 의지‘와 ‘악의‘가 필수조건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발적 음주를 한 경우, 특히 예전부터 술을 마신 뒤 여러 행동 문제와 법적 문제를 일으켰던 경우, 술을 마셨을 때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또 술을 마신 것이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봐야 옳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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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망에 굴복해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사회가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양심이라는 것이 작동해 스스로를 감시하고 조절한다. 이것을 정신과에서는 초자아(superego)라고 부르는데, 본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감시자‘다. 하지만 양심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 때
‘양심에 구멍이 났다‘라고 말하는데, 실제 사이코패스를 분석할때 ‘초자아 공백 상태(superego lacuna)‘라는 표현을 쓴다. 초자아가 스스로를 감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규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사회 규칙이나 타인의 이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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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법정신의학에서는 ‘정신질환이 범죄를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인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정신이상 행동을 보일 때 구금보다는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긴 하지만, 모든 정신이상 행동에 면죄부를 씌워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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