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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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소설집/ 한겨레출판




손가락으로 훑으면 결이 느껴질 듯한 표지가 안온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머무는 이가 떠났는지, 아직 오지 안 왔는지 모르지만 살며시 빛이 머무는 곳의 반짝임과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두 사람의 편안한 흔적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고즈넉하게 만든다. 너와 나, 우리의 사랑이 담긴 적요한 소설 『가벼운 점심』이다. 




장은진 작가의 소설집 『가벼운 점심』은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과 고독 그리고 계절을 담은 문장들이 폐부를 찌르며 들어온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무겁게' 삶을 훑는다. 하지만 그 시선이 결코 부담스럽거나 껄끄럽지 않고, '아~ 그렇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물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다행이다' 숨을 내쉬고 힘껏 기지개를 켜며 자연스럽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하는 결말까지 감정을 흐트러지지 않게 잘 인도하는, 친절한 이야기들이다. 




"계절이 정해지면 인물들의 말과 생각과 행동에 계절이 입혀지고, 가끔은 계절이 이야기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말하는 장은진 작가의 말처럼 계절의 냄새와 기운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맞춤'처럼 대체불가의 영향력으로 이야기를 내 안 깊숙한 곳에 닿게 하였다. 




계절감이 진하게 배어있는 소설은 <가벼운 점심>, <하품>,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파수꾼>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품은 이 소설들은 이제 봄기운이 만연해진 5월의 푸르른 하늘을 망각한채 계절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겼다. 타인의 감성으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는 다가올 계절들에게 설렘을 느꼈다. 어떤 이야기들을 가져다줄 건가.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시간'과 '공간'에 묶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벼운 점심>의 나는 '아버지가 가출한 10년의 시간'에, <피아노, 피아노>의 남자는 익숙해지지 않는 남성의 모습인 '서울'에, <하품>의 그는 지난날 추억 속 '아내'에, <고전적인 시간>의 그녀는 '권태와 고독'에,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의 나는 '가을을 닮은 눈동자'를 사랑해 '가을'에, <파수꾼>의 강 씨는 '철도 건널목'에 묶여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떻게 그 매듭을 풀고 시간이 다시 흐르게 하고, 고독과 고요 대신 사랑과 내일을 그리게 되는지 우리들에게 들려주느라 소란스럽다.








가슴을 툭 치고 간 이야기는 <가벼운 점심>이었다. 소설집 제목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자칫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봄의 기운이 듬뿍 담긴, 벚꽃처럼 미소를 띠고 인정하게 되는 문장력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사라져서 10년 후 조부의 장례에 나타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불쾌감 없이 적당하게 그려내서 하나의 사건을 부부, 부모 자식, 개인 등 다채로운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구도를 잡은, 인상 깊은 소설이다.  




"이젠 좋아해서 좋아졌어요?

더 좋아졌지. 

봄이 왔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진짜 불행한 사람인 거야."





아버지의 불행을 감지했던 나는 죽지 않고 가출한 아버지를 이해하고 다시 돌아온 아버지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할 정도로 친근함을 느낀다. 30대가 되고 결혼식을 앞둔 아들이 10년의 시간이 가져온 아버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사랑'의 감정과 '봄'의 기운으로 충만하게 세심하게 담아내서 좋았다. '포기한 아버지'는 떠나보내고 '봄을 맞이한 아버지'와의 첫 헤어짐이 담담히 펼쳐진다. 




'한점'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그래야 만날 수 있어.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고양이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드러낸다. 

<하품>의 그는 이름 '루미' 대신 '먼지'로 부르면서 아내가 선택한 공간인 헌책방에 대한 불쾌감을 투영한다. 아내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를 미워하며 서로 대치한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웃음 짓는 아내를 보며 고양이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변화가 흥미롭다. 

그가 사랑한 것은 진정 무엇일까? 

자신이 아내를 살리기 위해 자작곡에 가사를 쓰려 한 것처럼 아내를 위해 자작곡에 가사를 쓰려는 후배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여전히 아내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그 그리고 그의 연주를 듣는 고양이 먼지를 뒤로 한 채 끈적끈적한 여름은 지나가고 있다. 








<고전적인 시간>에서는 버려진 7년을 책임지고 집을 지킨 주인으로서 고양이 가족이 등장한다. 그녀는 기꺼이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가까워지고자 노력한다. 

여름은 고양이의 졸음을 닮았다_213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에서는 대학 시절 사랑했던 덩어리가 되지 못하고 남은 사람처럼 등에 하트 문양이 있는 고양이를 챙긴다. 가을을 닮은 눈동자, 쓸쓸함을 감당하다 못해 동공이 녹아버린 눈동자를 지닌 그녀를 닮았다 생각한 고양이가 봄의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는 마지막 문장에 가슴이 아릿했다. 그리고 기뻤다. 살아있어서.



<파수꾼> 강 씨에게도 고양이가 달라붙는다. 소리가 사라졌다 들렸다 하는 그에게 고양이는 큰 도움이 된다. 철도 건널목 관리원인 그는 초소가 문을 닫게 되자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없는 듯한 여자아이에게 고양이를 보낸다.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뻐하는 강 씨를 보며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겠구나 생각했다. 




끝나는 곳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우리는 그 문으로 한 발짝만 내밀면 되는 거야.




고양이가 말하는 끝과 강 씨가 그리는 끝이 갈라진 후,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기대된다. 강 씨의 귀에 또렷이 들리는 '야옹' 소리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외로운 '한 점'에서 시작되었을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반복되는 것 같은 계절이라도 사랑을 만나기도, 고독과 권태를 느끼기도 하면서 특별한 시간이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계절들이 쌓여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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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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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인플루엔셜 출판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킬러 '핀레이 도너번'이 돌아왔다.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의 후속작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핀레이의 귀환을 고대하는 팬의 갈망을 깨끗이 해소해 주었다. '어쩌다 킬러'가 되었던, 작가이자 싱글맘 핀레이 도너번의 화려한 컴백을 증명하였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핀레이와 베로의 케미는 돋보였다. 친구를 넘어 '파트너'로서 다져지는 그녀들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성장기는 워맨스의 정수였다. 

주인공 핀레이에 관한 역사는 대부분 밝혀졌지만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베로의 인생 상자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호기심 98%와 의심 2%로 설마? 긴장하며 읽는 재미를 나름 즐기고 있다. 진짜 설마겠지? 절대 아닐 거야. 어느새 핀레이의 삶 깊숙이 스며든 베로가 배신의 아이콘은 아닐 거라 믿는다. 대신 그녀가 지닌, 이 말 못 할 비밀의 자물쇠가 언제쯤 풀릴 것인지, 그 파장은 어느 정도일지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신 참 대단한 여자예요, 도너번 씨. 

당신이 이 게임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네요."

- 펠릭스 지로프




전작에서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는 발군의 실력으로 의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그 모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써 작가로 데뷔하였다. 전남편 스티븐과 양육 문제로 대치하면서도 원하는 대로 글을 써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줄줄이 일어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남편 스티브를 없애주는 사람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게시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전문가 '싹쓸이'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져갔다.


베로가 어떤 사고를 쳤든,

우리는 함께 해결해야 했다.

- 핀레이 도너번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전남편 스티븐에 대한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진저리'와 그를 노리는 프로 킬러 '싹쓸이'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우리의 핀레이와 베로는 주어진 미약한 정보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추리를 해나간다. 핀레이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유머 코드가 현실의 끔찍한 상황들을 감싸 감정의 폭격을 완화 시켜준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다시 어둠의 세계에 몸을 내던진 핀레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다. 전작에서 보여준 실력에 모성애가 추가되니 거침없다. 살짝 어긋나는 추리와 상황들이 핀레이와 베로를 위험 한복판으로 내몬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 독자들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재기 넘치는 기지로, 썸을 타는 닉과 사촌 라몬의 도움으로 위기들을 넘어가는 그녀들의 모험은 보는 내내 온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한 끗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죽음의 문턱들이 얼마나 많은지 '핀레이 도너번'의 능력치는 측정불가다. 거듭되는 실전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재능과 감각을 키워나가는 핀레이의 내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두근거린다. 




끝내주는 사랑을 꿈꾸는 핀레이.

전 남편과 양육권을 놓고 전쟁 중인 30대 싱글맘이지만, 여전히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닉과 줄리언이 등장하여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출한다. 핀레이의 신작에서도, 핀레이의 현실에서도 경찰 닉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듯하지만…



주인공 핀레이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좀 더 드러나면서 이번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핀레이와 베로의 워맨스, 테리사와 애이미의 우정, 브리 가족과 핀레이 가족 이야기 그리고 아직은 미스터리인 베로의 과거까지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평범한 일상 속 감정을 재미와 오락에 더하니 소설이 다채로워졌다.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페이지터너로 손에 들자마자 빠져들어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든다. '재미'라는 큰 틀에서 유머, 액션, 추리, 스릴러, 로맨스 그리고 모성애 가득한 휴먼스토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실속 있게 담은 종합선물세트이다. 다음 이야기의 예고까지 확실하니 시원하게 확실하게 빠져들어도 후회 없을 핀레이 도너번의 어쩌다 킬러 시리즈다.

"애들 아빠만 아니면 넌 내 손에 죽었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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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 개정판
임명선 외 지음 / 데오럭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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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개정판/ 도서출판 데오럭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잦다. 총회와 학부모 연수 등 전반적인 학사 일정을 소개받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입시 설명회를 듣기 위해 학부모들은 학교를 찾게 된다. 올해 역시 입시정보 대표 강사님의 따끈따끈한 대입 정보를 듣는 연수가 지난주에 있었다. 매년 변화하는 입시 정보에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입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입 전형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입시 계획·전략을 세워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 영역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대학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지원이 요구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계속 변하는 입시 제도가 어렵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을 덜고자 입시 설명회를 듣고, 대학별 입시 요강을 찾아보고, 진로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도서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되어 나온 데오럭스 출판사의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는 교육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성공적 학생부를 위한 탄탄한 준비서이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에서는 학생부 기재가 간소화되었다는 사실을 학교 활동 축소로 오판할 수 있음을 짚으면서 교과 역량의 강화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 요소가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세 가지로 개정 발표되었다. 학업 역량 평가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생부 항목은 '교과 학습 발달 상황(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이다. 교과별 세특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이자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더욱이 2025년부터는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과목 선택의 폭이 확대된 만큼 전공 관련 이수 노력과 전공 관련 교과 성취도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전공 계열에 맞는 교과목이 잘 정리되어 보기가 편하다. 중요한 만큼 볼드체로 된 과목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는 '세특'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1. 선생님들이 세특을 작성하는 일반적인 방법들을 알아보고, 그에 맞게 세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팁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팁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원활한 소통이 전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합격생의 세특 사례를 분석해 주고 있다. 희망학과에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통해 수업 형태에 따라 필요한 활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사 발표, 논술, 탐구 보고서, 주제 탐구 발표, 독서 에세이, 토론, 실험 등 다채로운 참여 방법과 주제에 따른 활동 사항이 표로 정리되어 깔끔했다. 실제 적용한 사례들이라 학생들의 교과목 탐구 활동에 적용하는 데 큰 방향 제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참고용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3. 세특 탐구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대학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탐구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소한 것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주제'로 선정하고, 사소한 질문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심화 주제를 선정하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한다. 







4. 입학 사정관 시점에서 세특을 분석하였다. 전 입학 사정관이 세특 사례를 평가한 포인트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세특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세특 작성시 요구되는 요건들을 파악하는 데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객관적인 관찰로 구체적인 근거 제시로 내용을 뒷받침하여 활동 내용을 효과적으로, 인상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 시점 평가 포인트】가 이끌어준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의 장점은 다양한 사례와 다각적 분석 그리고 부록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별로 필요한 세특 활동에 대한 상당 부분을 합격한 선배의 사례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이 더해져 업그레이드까지 제시해 주고 있으니 입시생들에게는 은혜로운 준비서이다. 주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과 전공학과별 주제 탐구 핵심 키워드 그리고 배경지식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논문과 추천 사이트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알짜배기 정보는 차고 넘치니 활용하는 능력이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예비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부디 잘 활용하여 원하는 진학을 이루면 좋겠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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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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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사토 신이치/ 한겨레출판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우리나라.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어오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좀 더 활발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우리의 오늘을 직시하고 준비해나가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한 때인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한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대학생이 되면, 취업을 하고 나서는 '30살'이 되면, 30대가 되어서는 '40살'이 되면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삶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다만 자녀들이 성장하는 한편에서는 나와 남편의 신체적 변화, 노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점점 더.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를 읽자 결심한 이유는 크게 시부모님과 친정엄마의 건강과 노후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뵙지 못해서 더 마음이 쓰이면서도 다가서기 힘들다. 함께 하는 시간만큼 대화거리가 풍성해지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릴 때 상투적인 선에서 끝나는 듯해서 서운한 경우가 있다. 좀 더 다가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고 생각이 깊어질 시기에 이 책이 찾아왔다. 반가운 제비처럼~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근차근 공들여 '고령자'에 대한 정보들을 정리해놓았다.

1부. 고령자 씨,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2부. 고령자 씨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3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고령자 씨의 말과 행동들

4부. 고령자 씨의 오늘이 힘겹고 위태로운 이유

5부. 고령자 씨의 내일이 더 나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점은 '관점의 변화'이다.

'노인'이 아니라 '고령자 씨'다. 지금껏 성장과 노화를 분리하여 생각했다면 이제는 성장과 노화는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사람은 평생 동안 발달한다'라는 생각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이를 먹어 쇠약해져 가는 사람(노인)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은 말과 행동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고령자 씨)'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의 변화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우리에게는 좋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라 믿음이 갔다.




고령자 씨의 생각을 알아가려면 우선 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리고 가까워지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몇 가지들을 이 책에서 제시해 주고 있다. '고령자 씨'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나이', '기억', '성격'을 선정했다. 오늘날 이제 노화는 질병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의학으로 신체 기능의 저하와 손상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기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고령자 씨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위 고령자 씨를 살펴보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이론을 접목시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연령과 주관적 연령 그리고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 일차적·이차적 제어 이론 등 여러 이론들을 알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골절되었을 때 재활 훈련을 통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제어이고, '외출할 때는 휠체어를 타면 되지. 걷는 것보다 편하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이차적 제어라고 한다. 고령자 씨가 일차적 제어를 하지 못해서 힘겨워하거나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세심하게 도와서 이차적 제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억'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도 무릎을 딱 쳤다. 왜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쉬이 잊어버릴까? '노화의 역설', 노년기에 오히려 기분이 안정되고 행복을 느끼는 모순된 현상은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정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젊은이와 중년과는 다르게 고령자 씨는 긍정적인 정보를 중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기억은 긍정적인 기억보다 더욱 선명하게 남지만 더 빨리 희미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고령자 씨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부정적인 기억이 빨리 흐려지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다.

'성격'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성격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지만 그 변화의 방식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경과를 거치기 때문에, 동세대가 보았을 때는 성격 변화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고령자 씨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 또한 변하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고령자 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왜 운전을 계속하는지, 이렇게 의심스러운데 왜 사기를 당하는지, 왜 화를 잘 내고 쉽게 버럭 하는지, 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지에 대해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렇구나.' , '아하~ 이럴 수도 있겠다.' 고령자 씨의 심리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과 행동들이 성격, 성별, 사회적 평가, 자기 효능감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다. 밖으로는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고, 안으로는 자신의 부모님과 주변 고령자 씨의 내일이 더 행복해지고 나아질 수 있도록 행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고령자 씨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멋지고 행복한 나'로 사는 우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고령자 씨의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변화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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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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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한 우리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가능케할까? 그리고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행복할까? 


고령화시대를 향한 시계 초침이 더 빨라진 듯한 오늘날, 젊은 작가 서윤빈은 독특한 미래상을 펼쳤다. 그가 그리는 미래세계는 버디와 임플란트 장기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도 영생은 이론에 불과했다. 







살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수인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가애'가 되어야 했던 남자 유온이 여자 성아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게 되는 '로맨스' 소설이다. '사랑 보다는 생존'을 위한 연인을 사귀던 유온은 타인을 의심하고 거리를 두던 과거와는 다르게 성아와 엮이게 되면서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떠났던 아내 이령의 친구 은희와 불편한 조우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성아에게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끌리게 된다. 그 이후 상황이 급변하고 비로소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도 좀 아껴주세요. 

지금은 꼭 억지로 사는 것 같아요."




서윤빈 작가는 삶과 죽음, 노화와 고통, 시간과 공포 그리고 사랑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구축한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지독히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심장 떨리게 만드는 그의 소설은 주인공이 기능이 저하된 장기를 임플란트로 교체해나가면서 살고자 하는 오늘이 정기 구독료에 매몰되어가는 이야기를 흡입력있게 끌어나간다.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 시대의 이모저모를 보여주어 유온과 성아의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존재통' 버디를 필수조건이라 생각하는 시대에 그로 인해 부작용을 겪는 이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 성아가, 유산이 느꼈을 좌절감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애처로움, 안쓰러움이 가늠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온에게 중학교 시절의 그 아이가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잡았을 것 같다. 버디와 관련된 경쟁에서 초연했던 그 아이가 부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버디를 착용하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게 아니었나. 여름의 야구공, 그 아이와 유온의 거리에 대한 언급으로 보아 동경을 담은 사랑이었다고 생각된다. 



다시 꿈을 꿀 때까지.



유온이 보낸 수애들처럼 스위치가 딸깍 꺼지듯 죽음이 찾아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웰다잉'으로 받아들여질까? 


살아서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게 아닌데도 

죽는 건 무서웠다. 




성아와 본 영화 <커피 타임> 속 세 소녀가 우리 인간 같았다. 완벽한 커피 타임은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이고, 출입이 불가능한 티룸에 들어가기 위한 소녀들의 노력은 임플란트 장기로 교체하고, 피부를 바꾸고, 보형물을 넣는 등 노화를 거스르고자 하는 것이다. 마침내 티룸에 들어갔으나 커피에는 아무런 관심이 보이지 않는 소녀들은 목표인 영생에 다가갔으나 행복을,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 인간처럼 보였다. 


영원히 살 수 있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세계에서 사는 이들의 모습에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여 가슴 아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인간이 세상에서 사라질 그날까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던져질 질문이고, 찾아야할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는 빛나지 않는 달에서 온 돌이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것처럼 내 옆에 나를 비추는 빛이 있어주기를, 나 또한 그를 비추는 빛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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