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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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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분들이 쓴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모태' 신앙은 '못해' 신앙으로도 불린다던데 내가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무늬만 기독교 (그래도 어디가서 종교를 기입해야 하는 칸에는 어김 없이 기독교라고 적긴 하니까-_-;), 쉽게 말해 날라리 신도인데 내가 속한 종교집단 외 다른 분들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고 언젠가부터 성직자도 그냥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몇몇의 썩은 경우를 보고 일반화 하는 무서운 오류를 범하고 싶진 않지만 왠지 착한 '척' 하는 것 같은 내용이나 글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읽기 꺼려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책이다. 이제는 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그나마 책도 더 이상 찍지 말라고 하셨다.) 법정 스님을 비롯해 종교를 불문하고 글 자체로 사랑 받는 분들을 꼽으라면 이해인 수녀님도 그 중 한 명일 거다. 주변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책이 좋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고 신작이 나올 때 마다 서점에서 화제의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던터라 낯선 느낌은 없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텐데 이해인 수녀님은 암 투병 중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어두운 느낌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기처럼 하루의 일과 중 기억에 남는 일 등을 적어 내려간 부분에서 간혹 어떤 날은 고통이 심했다거나 하는 언급이 나오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고선 시종일관 밝고 긍정적이라 오히려 삶의 에너지를 느낄 때가 많았다. 수녀님의 타고나 성격인건지 아니면 오랫 동안 연습해온 수련의 결과물인건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산문집이라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지만 4,5장은 종교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에겐 100% 마음에 와닿는 부분 같진 않다. 난 1,2장과 6장이 좋았는데 앞쪽은 감수성 풍부한 수녀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작은 부분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에 감동했고 뒷 부분은 우리 곁을 떠난 별과 같은 분들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크게 보려면 클릭)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것 같다. 그 동안 대인관계만큼은 자신있다고 자부했었는데 그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다. 나하고 비슷한 취향,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부딪힐 일이 많지 않았고 사실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아예 친해질 기회를 만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배우게 된 것이 책에 나온 것처럼 상대의 장점을 찾는 일이었다.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지금도 잘 하지 못하지만..-_ㅠ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다는 것" 이 부분이 정말 정말 좋다.

봄과 같은 사람.. 나도 꼭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읽고 나서 왠지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들었던 책.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기쁨" 이란 한 줄 설명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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