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표지부터 호기심을 일으키는 책 한권을 만났다.
작가가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소유자 페트로넬라의 인생을 상상해서 써내려갔다는 소설 <미니어처리스트>.
온기하나 없는 미니어처들을 보며 작가는 어떠한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어린시절 인형의 집을 가지고 놀며 지어냈던 말도안되는 유치한 사랑이야기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표지속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을 보니 뭔가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형의 집 안에서 침묵을 지키는 미니어처들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품고있을까??
시골에 살고있던 소녀 페트로넬라는 암스테르담의 부유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와 결혼을 한다.
정든 고향을 뒤로하고 화려한 도시생활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대하며 브란트가로 입성했지만
정작 남편의 얼굴은 볼 수가 없고 시누이와 하녀 그리고 흑인 하인의 냉담한 반응만 있을뿐이다.
뒤늦게 집으로 온 남편역시 넬라를 반가워하지도 살갑게 안아주지도 않는다.
그리곤 결혼선물이라며 캐비넷을 하나 주었는데 아홉칸으로 나눠진 캐비넷 안에는 집이 완벽하게 복제되어 있었다.
시누이 마린은 도시의 사업명부인 스미트 명부를 넬라에게 건네며 캐비넷을 꾸미라고 이야기를 하고
넬라는 명부속에서 미니어처리스트를 발견하고는 필요한 미니어처를 주문하게 된다.
주문한 미니어처가 도착했고, 넬라는 소포를 확인하는데 어라?? 주문하지도 않은것들이 딸려왔다.
그것도 집안에 있는것들을 완벽히 복제한 미니어처들이 의미심장한 메세지와 함께 넬라에게 배달되었다.
두려움반 호기심반으로 넬라는 미니어처리스트를 만나보려 하지만 도무지 만날수가 없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금발머리 여자 한명이 넬라의 주변을 맴도는걸 느낀다.
그후로도 미니어처들은 계속 넬라에게 배달되어지는데...이게 앞으로의 일을 미리 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변에서 사건이 발생할때마다 미니어처들이 조금씩 변한다.
도대체 누가 넬라와 그녀 주변사람들을 훔쳐보고 있는것일까??
그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어떻게 미리 알고 넬라에게 알려주려고 하는걸까??
궁금증이 하나둘씩 쌓여갈수록 이야기는 좀더 은밀하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어가고
조금씩 요하네스가족들의 비밀이 수면위로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시집온지 얼마 안된, 아직 어린신부 넬라가 감당하기에 그 비밀들은 너무나도 무겁고 충격적이다.
불행은 한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남편에게 심리적, 감정적인 배신을 당했고, 간신히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났더니
이번에는 시누이의 숨겨진 이야기에 또한번 충격을 입은 가엾은 넬라...그녀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걸까??
17세기 말 부유하고 풍족했던 네덜란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미니어처리스트>.
50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두께와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초반에는 쉽게 읽히질 않아서
여러번 쉬어가며 읽어야 했지만 중간에 읽다가 말면 책이 손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당시의 시대상과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고 개성있는 등장인물을 만날수 있는건 덤이다.
남편하나만 보고 낯설고 화려한 도시로 올라온 어린 시골소녀 페트로넬라.
물질적으로는 풍요러워졌을지 몰라도 마음둘곳 없어 힘들어 했던,
여리고 약했던 그녀가 스스로 행동하고 성장하면서 진정한 브란트가의 안주인이 되는 모습이 담긴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미니어처를 통해 하나둘씩 드러나는 브란트가의 은밀한 비밀을 담은 미스터리소설이기도한 <미니어치리스트>.
참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