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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신상진 지음 / 삼인 / 2014년 11월
평점 :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폭력의 피해자인 정수도, 그런 아들을 보며 아파하고 분노하고 힘들어하던 정수의 부모님들도, 또한 부모님들이 정수에게 모든 신경을 쓰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모님의 관심 밖에 위치하게 된 정연과 정은이도. 한 가족인 이들 모두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가슴 한 쪽 꽉 막힌 듯한 느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학교 폭력이니 왕따니 하는 말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이라서 그런가, 다른 사람의 일 같지가 않았다. 머릿속에서 우리 아이가 커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들어가는 애들은 부모가 기다려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이에요. 친구에게 많이 좌우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p.32)
아이들이 방황하고 힘들어할 때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기다림 뿐이라는 건가?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을까? 부모로서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힘이 되어주고 싶고, 아이가 아파할 때 대신 아파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그저 기다려야만 한다니.
하지만 가족이기에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때로는 너무나 미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부모이기에, 형제이기에, 가족이기에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아이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허물을 스스로 벗겨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아이는 깨달을 것이다. 그 가족을 향해 다시 돌아왔을 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을 다시 만났을 때, 아이는 자신을 다시 드러내고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기다림에도 지혜로운 기다림이 필요한데 이를 모르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철규네 부모님처럼 말이다. 철규의 과거에 담긴 또 다른 폭력, 그로 인한 철규의 폭력. 이에 대처하는 철규네 부모님의 모습은 기다림이라기보다는 그저 내버려두고 있다는 느낌만이 감돈다.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해결하고, 아이를 달래는 것도 돈으로 하고. 이런 과정이 오히려 철규를 계속해서 밖으로 내돌고, 문제아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학교 폭력이라는 악순환을 완전히 끊어버릴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울지 않는 아이로 만드는 것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일지도 모른다. 내 아이도, 다른 이의 아이들도 울지 못하는 그런 세상이 이제는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