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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고전 읽기 - 문학 + 인문사회를 가로지르는 고전 겹쳐읽기 프로젝트!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창피한 일이지만 정말 이런 용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핵심 용어로, 거시적인 사회와 그에 속한 개인의 행위로부터 형성되는 관계를 인지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위키 백과). 쉽게 풀어보자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일들을 개인적인 범위를 넘어 사회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한 예를 들자면, ‘똥’이라는 단어에서 냄새, 화장지, 변기 등이 떠오르면 그저 개인적인 경험의 문제이지만 이를 거름, 환경파괴 등과 연결하면 사회학적 상상력이 된다.
<어크로스 고전읽기>가 바로 독자로 하여금 이런 사회학적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문학 작품 한 권과 인문사회 서적 한 권을 서로 연결하여 독자들이 문학 작품으로 길을 찾고 그 길을 인문사회 서적으로 멀리까지 그 길을 닦아나갈 수 있게 이끌어준다.
책의 구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일례를 들자면, 먼저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으로 다음과 같은 개인과 사회에 관련된 화두를 독자에게 던진다. 과연 선의를 가진 지도자의 지배가 좋기만 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벗어나지 못할 무의식적인 울타리를 치는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한 내용을 소설에서 일부분씩 발췌하여 제시한 후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그 뒤에 덧붙여서 독자 스스로 자신이 저자 이청준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했는지 판단하게 이끌어준다.
소설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페르디나느 퇴니에서의 <공동사회와 이익사회>를 통해 앞서 소설에서 살펴본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제기한다. 구성은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한 후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저자는 각 소설 작품과 인문 서적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압축하여 설명하는 수준에서 끝마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거리를 제시하여 독자의 사고 수준을 보다 높이 끌어올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앞서 설명한 형식으로 10가지 주제를 살펴본다. 읽어 본 책(주로 문학서적)도 있고 읽어보지 못한 책(대부분의 인문서적)도 있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생각 밖으로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워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분야의 소설과 인문 서적을 연결해서 읽으면 사고의 범위도 넓어지고 앞서 설명한 사회학적 상상력도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 무엇보다도 활자에 빠지거나 줄거리에 빠지지 않고, 책 속에 담긴 저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앞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을 익혀두면 사물을 깊이 있게 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