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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라는 말은 여기 소개된 10권의 저작들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하 불경스럽기는 하지만 '노통'이라 약칭하자)이 호오를 불문하고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자신의 정책 혹은 사상 구상에 크게 참조했다는 말일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이 책에 소개된 10명의 석학들이 제출한 저작 내용 전체에 대해 노통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부분 동의했다는 말일 터이다. 그러니 10권으로 '노무현을 말한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예상은 그게 어긋나지 않았다. 10권의 저작에 대해 품평을 담당한 인사들이 모두 노통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은 이들이고 이들의 해제를 보니 대개 노통이 크게 감명받았다거나 참고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저술활동에 지침으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개된 10권의 저서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저작들이다.  

신자유주의시대,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복지축소를 필두로 내건 국가축소론자들을 논박하면서 기업가-갈등조정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 

불평등이라는 잣대를 통해 미국현대사를 진보와 보수의 틀로 나누고 진보의 편에 서서 역사발전을 주장하는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1970년대 후반 이래 급속히 와해되어 버린 시민사회, 바로 그런 시민 존중 가치 시스템의 붕괴 배후에는 이름바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적 번영을 구가하게 만든 슈퍼자본주의가 도사리고 있으며 착한 기업을 용납하지 않고 시민 실종의 민주주의 파괴로까지 치닫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로버트 라이시의 <슈퍼자본주의> 

그외도 <더 플랜>, <빈곤의 종말>. <유러피안 드림> 등 모두 10편의 주옥같은 저작에 대한 강독과 품평이 담겨있다. 

모두 이 시기에 우리가 논의하고 탐구해볼 만한 내용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가진 자, 힘센 자' 중심의 정책을 마구잡이로 펼쳐 나가는 작금에 있어서는 더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노무현을 말하기에 앞서 10편의 세계적 저작을 해설서 형태로 읽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 혹은 관련 전공자들이 나름의 정성을 갖고 소개하는 편집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사실 일반인들이 언제 시간을 쪼개 꼼꼼하게 이 모두를 독파할 수 있겠는가? 신문 신간소개나 출판사의 소개글만으로는 불충분한 탐색과 지적이 이런 형식으로는 가능하기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과연 이 책, 이 강독을 통해 드러난 노통은 어떠한가?  굳이 이 강독회에서 주발표를 맡은 인사들의 찬사, 흠모, 향기로운 추억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짬짬이 남긴 회고담 혹은 단상, 그리고 미완의 원고들을 접한 우리로서는 민주주의, 참여, 시민사회, 공동체, 환경우선, 거대자본에 대한 경계, 민주적 원칙을 지켜나가는 국가의 정당한 역할 강조, 생활 진보 등에 대해 그가 참으로 진지하게 천착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포함된 10권의 책이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읽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안타까운 일은, 이 책에 담긴 10권의 저작을 읽고 노통이 새로이 그러한 여러 '생각'들을 지닌 것이 아니라 비록 완벽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노통 스스로 그러한 주제들에 대해 발제하고 논리를 다듬어 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사상가'로서 존경받을 만하다. 

출판사에서는 노통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배우자는 취지에서 이런 강독을 기획하였고 그 기록을 이런 도서로, 부산물로 우리에게 선사하였는데, 앞으로 굳이 노통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의 주제별 강독회를 열고 기록을 담아 책으로 만든다면 독자로서는 단순 해설서를 넘어 폭넓은 서평을 대하면서도 진지하게 양서의 축약본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중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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