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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마음 ㅣ 쏜살 문고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유호식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프랑스 문학사에서 19세기는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여러 문학사조가 등장하고 수많은 대문호가 탄생했다. '프랑스 문학가'하면 쉽게 떠올리는 '위고', '발자크', '에밀 졸라', '스탕달', '보들레르' 등이 모두 이때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귀스타브 플로베르다. 독보적인 문체의 탄생 측면에서 스탕달, 발자크(〈인간희극〉), 에밀 졸라(〈루공마카르 총서〉)보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그가 후대에 끼친 영향만 따진다면 두 작가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플로베르 없이는 프루스트도 조이스도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 자타공인 '문체 끝판왕'인 작가가 샤라웃을 한다는 점에서 플로베르에 대한 설명은 충분할 것이다.
《순박한 마음》(원제: 《세 가지 이야기》)은 플로베르의 유일한 단편집이자, 마지막 작품(《부바르와 페퀴셰》가 미완성이니)이다. 원제처럼 세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작품은 "사실주의 문학가, 환상애호가, 역사가로서의 플로베르"를 투영한다. 완전히 서로 다르게 보이는 작품들이 '구원'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현실과 종교의 영역으로 보이는 형이상학적 세계와의 조화가 '성스러운 구원'이라는 테마로 잘 어우러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플로베르 샘플러'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으로 플로베르를 시작해도 좋고, 다른 작품을 보고 이 작품으로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2016년에 문학동네에서 《세 가지 이야기》로 출간됐었다. 마침 집에 있어서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맛이 있었다. 플로베르의 작품을 번역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번역가의 문체를 비교하는 일이지만, 굳이 한다면 쏜살문고 판이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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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앵무새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우상 숭배 습관에 빠져들었다. 때때로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룰루의 유리 눈에 반사되면, 그 눈에서 커다란 광선이 나와 그녀를 황홀경에 빠트렸다."
"에센파 사람은 이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분이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작아져야 하는 것을." / 요카난의 머리를 들고 세 사람은 갈릴리 방향으로 갔다. / 매우 무거운 탓에 그들은 머리를 번갈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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