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책세상 세계문학 2
안네 프랑크 지음, 배수아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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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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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Frank Tagebuch, 불멸의 문학에 온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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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키운 건 (슬프게도) 팔할이 전쟁이다. 대항해시대부터 천조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애써 좋게 보면, 이런 전쟁의 모순을 다루는 '전쟁 문학'이라는 장르도 탄생했으니, 농담이 아니라 최소 오할 정도는 전쟁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이 당연해지는 유일한 순간이 전쟁인 만큼 이를 다루는 전쟁 문학의 비극성도 강력해진다. 다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판타지가 아닌 이상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에 전쟁 문학의 결말(혹은 절정)이 조금은 뻔하다.

그러나 이런 짧은 생각을 《안네의 일기》가 바꿔줬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릴 때 읽었던 '청소년용' 《안네의 일기》가 아닌 '2021' 《안네의 일기》말이다. 소설가 조해진의 독후감처럼 "'안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안네'는 뻔하지만 '안네의 일기'는 뻔하지 않다. 이 책을 처음 보고 놀랐던 건 (표지가 생각보다 이쁘게 나온 것도 있었지만) '일기장'의 두께 때문이다. 내가 알던 그 일기장은 고작해야 100페이지 정도였는데, 496쪽 분량의 일기를 썼을 줄이야. 그 나머지 396쪽에 뻔한 이야기들이 뻔하지 않게 담겨 있었다.

이전까지는 《안네의 일기》의 문학적 가치를 '전쟁이라는 비극의 생생한 사춘기 소녀의 기록'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머지 396쪽에 담긴 이야기를 본 이후로는 '비극 속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는 저자의 엄청난 표현력'에서 찾았다. 수백 편의 일기에 담긴 섬세하면서도 거칠 것 없는 진솔한 표현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현실이 맞물리면서, 일기를 읽을 수록 그 뻔한 결말이 제발 다가오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청소년의 시각에서 조명한 것치고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발상이 눈에 띈다.

앞에서 《안네의 일기》를 '전쟁 문학'의 예로 들기는 했지만, 어느 문학 작품보다도 순수한 이 작품을 '전쟁 문학'이라는 정치적 요소가 다분한 틀에 가두지 않는 편이 좋겠다. 어떠한 정치적 해석도, 논란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결말도 모두 잊어버리고 한 소녀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자.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은 전쟁도, 소녀의 얼굴에 비친 전쟁도 절대 뻔하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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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난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난 아직 인간 내면의 선함을 믿기 때문이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한 십여년만 지나면 벌써 우리 유대인들이 이런 은신처에 숨어 살면서 여기서 먹고 자고 다 했다면, 굉장히 이상한 얘기처럼 들리지 않겠니. 비록 내가 너에게 이곳 생활을 꽤 시시콜콜히 말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단다."

"내 인생을 현재의 1944년까지 고성능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옛날 집에서 살 때가 인생의 화창한 봄이었어. 그러다 1942년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 사건은 엄청나고도 갑작스러운 전환이었고, 그다음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싸움과 비난과 갈등의 연속이었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안네의일기 #안네프랑크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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