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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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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알라딘 책이 도착했다는 택배안내 문자를 받고서, 얼른 집으로 달려가 확인하고픈 맘으로 가득했었다. 어떤 책이 왔을까 궁금해하며 소포를 뜯는 순간, 흠칫 놀란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책 표지부터 풍겨져 나오는 음산한 기운에 등줄기엔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듯 했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올 여름 내내 지독했던 열대야를 그나마 등골 오싹하게 보낼 수 있었기에, 알라딘에 뒤늦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뱀파이어라던가 드라큘라라던가, 아무튼간에 공포물과 관련된 것에는 문외한을 넘어 꺼려하는 나에게 이 책은 쿨매트보다도 더한 서늘함을 선사해줬기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던 것은, '뱀파이어'라는 주제로 이렇게 장대한 글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낼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고대에서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 그리고 지금 현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영역으로 변주된 뱀파이어의 역사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뱀파이어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를 읽고서, 뱀파이어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바닥인 나로서는 살아있는 육체에 흐르고 있는 피를 생명수 삼아 죽음도 삶도 아닌 그것의 연장을 일궈내는 뱀파이어에 대해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을까 했었다. 그러나 작가는 누구나 생각할 법한 차원의 뱀파이어 이야기를 넘어서,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다각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제시한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희생자와 악령 등의 이분법 논리는 뱀파이어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헝클어진다.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희생 제물 삼아 그것으로 영속해나가는 무서운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들은 고대 신화에서부터 종교를 통해서도 빗대어 찾아볼 수 있다. 계몽주의 시대 이성의 빛으로 인해 사그라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낭만주의 시대의 환상에 덧입혀져 더욱 매혹적인 형태로 거듭난 뱀파이어들의 존재는 인간의 죄와 공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상상력에 더해져 탄생한 만큼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과 공간에 따른 뱀파이어의 화려한 변주를 따라가는 이 책이 결국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뱀파이어라는 것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피상적인 물음이 아니다. 저자는 단 한번도 책에서 뱀파이어는 실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마치 실재하는 듯 글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뱀파이어를 생생히 기술하면서도 실존하는 뱀파이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글과 그림과 영화와 음악과 문학에 존재하는 뱀파이어를 찾아내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국은 뱀파이어라는 상상의 산물을 만들어낸 것은 인류 세계 속에서 살아나간 인간들의 감정과 생각과 나름의 철학과 논리가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뱀파이어가 진짜로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뱀파이어라는 것이 가지는 인간 세계속의 의미를 인류 문화사적으로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핵심을 가져가는 것이 될테니 말이다. 


덧. 뱀파이어의 존재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자신있게

     뱀파이어?그런게 어딨어-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잠을 청했지만,

     방문의 창을 넘어 내 피를 노릴것만 같은 뱀파이어와 다음 날 일어나보면 

     나도 그와 같이 되어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뒤척이던 밤이 있었음을 털어놓는다. 

     

무덤 속 망자들이 씹고 쩝쩝거리며 먹는 일에 관한 이 이야기가

폭염과 열대야로 지친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줄, 귀곡산장체험 뺨칠만한 책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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