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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이 달의 신간추천목록을 작성하려, 한달 동안 새로 나온 책을 훑어보고 있던 중에
단연 내 눈과 맘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중전공 과목인 사회학에 푹 빠져 본 전공을 제쳐두고 더 열심을 내어
공부했던 나의 전력 때문이리라. 1학년 신입생 시절, 심리학과 사회학 두 과목 중에
택일해 수강했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모든 친구들이 심리학을 택할 때
나와 몇몇 소수의 친구들만 사회학을 택했더랬다. (사회학은 딱딱해 보이는 반면에
심리학은 재미있어 보인다는 것이 다수 친구들의 선택 이유였지만 난 단언할 수 있다.
사회학은 심리학만큼 재미있다. 아니 어쩌면 심리학보다 더 재미있다고.)
심리학이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사회학은 막연히 사회를 공부하는 것일 거라는
얄팍한 배경지식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던 나는 수업계획표에 적힌 배울 내용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다. 꽁트부터 시작해 맑스니, 베버니, 뒤르케임이니 하는 사회학자들의
사상을 둘째 치고(이들을 이해하는데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후였고, 지금에서도 난 다 이해
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들이 건드렸던 사회의 여러 모습들; 노동, 종교, 이주, 교육, 시민, 성
등등의 각종 문제들을 배우는 것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 사회학 입문을 듣고나서
난 결정했다. 내가 대학에 와서 배워야 할 내용은 다 여기있구나. 무릎을 탁 치며
이중전공으로 삼을 것을 말이다.
비록 학문에 대한 흥미와 학점은 비례하지 않았지만, 사회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흡사
사회학 입문 첫 수업을 듣던 순간과 비슷한 감정을 받았다. 어쩌다 들었던 사회학 수업이
만들어놓은 지금의 내 모습처럼, 이 책의 저자 역시 '어쩌다'라는 그 순간의 선택이
그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저자는 어쩌다가 사회학을 만나게 되어서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어쩌다 이런 책을 쓰고,
나는 또 어쩌다 이 책을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
오스트리아 출신인 미국 사회학자인 저자 피터 버거는 루터파 사제가 되려다
이주한 미국 사회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사회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회학에
발을 내딛었다며 자신과 사회학의 첫 만남의 순각을 회고했다.
사회학을 공부하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란
자그마한 믿음을 내가 가졌던 것처럼 저자 역시 막연히 사회를 알 수 있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사회학을 선택한 것이다.
사회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을, 내가 속한 이 사회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인가.
사회를 알고자 할수록 알 수없는 미지의 영역은 불어나기만 하고,
도저히 갈피가 잡혀지지 않는 미궁 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나는
내가 사회학자가 될 운명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던 것 같다.
이런 지나한 과정마저도 즐기고 결국에는 이겨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사회와 사람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사회학자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피터 버거는 내가 생각해왔던 사회학자 상에 딱 들어맞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서전이라기엔, 사회학자로서의 피터버거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다뤄져있긴 하지만
그래도 난 감히 이 책을 피터버거의 자서전에 버금간다고 말하고 싶다.
어쩌다 사회학의 세계에 발을 내딛은 저자는 사회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사회와 사람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려는 열망은 절대 그저 주어질 수가 없다.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부을 수가
없다. 저자는 늘 그것에 관심을 두고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사회현상을, 사람들을 공부해나갔다.
사회학자라는 직업적 지위는 단지 저자의 꿈을 뒷받침해주었던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회학자 피터버그 안에는 피터버그라는 한 인간이 있었다.
그 인간은 젊어서도, 늙어서도 한결같이 세상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사회를 구성하는 그 모든 것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사회학을 알고있든, 모르든 간에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누구든, 피터 버거가 나눈
세상과의 대화속으로 초대받은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그 대화속에 끼어든다면 좋겠다.
피터버거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었다고 고백한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것일지 모른다.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당신이라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은 저자의 빛나는 눈망울과
그가 누빈 세상 속 흔적을 공유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이 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
보다 살아있는 사회학을 접하고 싶은 분들,
사회학이 뭐하는 학문인지 알고 싶으신 분들,
사회학이 무엇이든 관심없고, 세상과 사람이 궁금한 분들,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