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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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력이 없어.", "내겐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
책 표지에 적혀있는 이 책의 정의이다.

 사실 난 이 책을 처음 보자마자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열폭"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열폭'이란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로 사소하든 치명적이든 누구나 - 아무리 완벽해보이는 엄친아, 엄친딸도 말이다 -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열등감, 그 열등감을 타인 앞에선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자극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폭발해버리는 마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순간에 그것이 폭발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무척 궁금했다. 아마도 나 자신도 남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일 터이다.  모 방송에서 문제가 되었던 '루저발언'이 남성을 향한 것이었음에도 여자인 내가 기분 나빴던 건 내 작은 키 때문이었을 테다.  없는 척 하며 잘 숨겨왔던 나의 콤플렉스를 누군가 건들었을 때 말로는 못했지만 이만한 돌덩이가 가슴 속에서 방망이질 쳤던 건 진실은 때로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나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리라는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사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내가 예상했던 열폭의 순간은 없었고, 이야기 전개도 생각만큼 역동적이지 않았다. 각각 콤플렉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입장에서야 난처했던 상황들이 많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잔잔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풋냄새 나는 과일 같았다고나 할까. 주인공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서 30대 중반인 내 눈엔 이들의 어설픈 사랑이야기들이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에도 말이다. 그래도 굳이 이 책을 권하게 된다면 그 대상은 나처럼 결혼해서 애 키우느라 정신없는 서른 중반의 아줌마보다는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일 것이다. 책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감상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내가 대학 초년생일 때 서투르게 첫사랑을 시작할 무렵 이 책을 읽었더라면 감동의 폭은 한결 더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쉽다. 그러나 다행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잠시 나의 풋풋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고 메말라버린 감정이 소설 속 주인공과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얼마간은 촉촉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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