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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뒤집기 ㅣ 트리플 32
성수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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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넘어, 존재를 응시하는 문학의 손길
― 부서짐을 통해 완성되는 이야기, 혹은 다시 태어나는 삶
찻잔을 뒤집는 순간, 우리가 몰랐던 세계가 열립니다.
이 소설은 그것을 보여주는 은밀한 입구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존재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쓸모로만 평가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살아가는 모든 행위가 바로 ‘찻잔을 빚는 일’임을 이야기합니다.
"찻잔 뒤집기"는 지금 이 세계를 견디는 우리에게 조용한 손짓을 보냅니다.
낯선 감각을 두려워하지 말고, 찻잔을 뒤집어 보라고.
그 안에 담긴 세계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그 물음 끝에 찾아오는 어둠과 광휘의 공존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끝내 손에 쥘 수 있을까요.
세상의 기준으로는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지만,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존재. "찻잔 뒤집기"는 바로 그런 존재를 위한 찬가입니다.
성수나의 "찻잔 뒤집기"는 ‘쓸모’라는 틀에서 벗어나 존재의 본질을 묻는 세 편의 연작소설로, 사라진 강희와 그녀를 뒤쫓는 해진, 그들의 삶을 가로지르는 종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합니다. 각자의 상처와 소외 속에서도 서로를 통해 삶의 균열 너머 ‘재미’라는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이 인상 깊게 펼쳐집니다. 결국 ‘찻잔을 뒤집는다’는 상징은,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온 세계를 뒤엎고 보이지 않던 세계를 응시하려는 작가의 문학적 실험이자 존재론적 질문입니다.
성수나 작가는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후, 일관되게 ‘비틀린 세계’ 속의 인물들을 조명해 왔습니다. 실용성이나 효율성 같은 기준으로 재단되는 존재의 현실에서 탈주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탐문해온 작가입니다. "찻잔 뒤집기"는 그녀의 첫 연작소설로, 미세하지만 근본적인 질문들을 날카롭게 제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정서적 공명을 이끌어냅니다.
이 책은 일상적인 현실과 상상, 은유, 신비적 요소가 뒤섞인 ‘경계문학’에 가깝습니다. 환상문학 혹은 에소테릭 픽션에 익숙하다면 이해가 수월하지만, 철학적 질문(존재와 의미, 죽음과 재생 등)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흡수됩니다. 도자기, 흙, 찻잔, 하얀 돌 등의 상징이 반복되기에 상징 읽기나 메타포에 대한 감각이 있다면 작품의 세계를 더 깊이 음미할 수 있습니다.
찻잔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차원을 암시합니다.
도자기는 두 번 불에 구워야 완성되듯,
이 세계를 견디는 존재만이 영원에 닿을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하얀 돌은 죽음과 영원, 소외된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찻잔을 뒤집는 행위’는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복시키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기존의 가치, 쓸모, 기능 중심 세계를 해체하고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려는
시도를 뜻합니다.
“쓸모를 완전히 벗어난 아예 다른 무언가 말이야. 그게 재미있어.”
성수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쓸모’라는 외적 기준에 반기를 듭니다.
세상은 늘 존재를 기능이나 효율, 결과로만 판단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쓸모를 완전히 벗어난 존재야말로 진정한 생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존재와 실패, 감정과 죽음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독자들이 낯익은 세계의 질서를 뒤집어보도록 유도합니다. 찻잔을 뒤집는 순간,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의 미니어처’가 펼쳐진다는 상징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의도입니다.
성수나 작가의 연작소설 "찻잔 뒤집기"는 백자처럼 단단하고도 투명한 사유로 완성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쓸모’라는 사회적 척도를 뒤엎는 방식으로 존재의 가치를 재구성하려는 조용한 반항이고, 관계의 틈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질문이며, 무력하고 고단한 감정들에 대한 따스한 예우입니다. 작가는 ‘찻잔을 뒤집는다’는 은유를 통해 세계의 표면을 해체하고, 그 바닥에서 발견된 이름 없는 조각들을 정성스레 주워 담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 우리는 언제든 다시 빚어질 수 있다고.
세 편의 이야기 속에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강희에겐 자기만의 시차가 있었다.”
1장은 해진, 2장은 강희, 3장은 다시 해진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통해 독자는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감정과 시간 속에서 재구성하게 됩니다. 이 ‘시차’는 존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중층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해진’, ‘강희’, 그리고 ‘종서’.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쓸모’라는 규범적 시선에 파열을 일으키고, 그 바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말하는 건 가진 자의 특권”이라는 말처럼, 해진은 늘 스스로의 유용성으로 타인의 울타리 속에 존재해왔고, 강희는 애초에 유한한 삶 자체가 모든 쓸모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믿었습니다. 종서는 그 둘의 경계에서 타인의 죽음을 도우며, 역설적으로 ‘영원한 것’을 수집해왔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찻잔이라는 오브제에 있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도자기일 뿐이지만, 찻잔을 ‘뒤집었을 때’만 드러나는 무한한 공간, 어떤 계단, 빛의 잔재들은 모두가 보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은유로 읽힙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그것을 뒤집으면, 그 안엔 ‘재미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 말에서 ‘재미’는 기존 체계로 환원되지 않는 존재의 본질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찻잔 안의 세계는 ‘쓸모’를 잃고 비로소 발견된 자유의 장소입니다.
이 소설이 아름다운 건, 관계의 깊이를 ‘이해’나 ‘포용’이 아니라 ‘충돌’과 ‘무너짐’을 통해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강희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상징처럼 그려집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누군가의 테두리 안에 온전히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서술처럼, 해진과 강희는 서로를 동경하면서도 끝내 ‘타자성’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미완의 감정, 불완전한 연결, 도달하지 못한 손끝들이 이 소설의 정조를 결정합니다.
이처럼 관계의 실패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소설은 드물 것입니다. "찻잔 뒤집기"는
그 실패의 감정을 품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나마 진실에 닿으려는 인물들을 그립니다. 📌“산산이 조각난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관계도 있지 않을까”라는 문장처럼, 파괴 이후에야 열리는 감정의 진심을 작가는 예민하게 포착합니다.
이 책의 미학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특히 종서가 📌“그들은 자살을 위해 지구에 왔다”고 말하며 자신이 그 죽음을 ‘돕는다’고 인식하는 장면은 윤리적 충격과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죽음을 도운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존재들의 불가해성과 깊은 상처를 마주하게 합니다.
이 소설의 진정한 힘은 ‘부재’와 ‘침묵’에서 비롯됩니다. 찻잔은 비어 있지만, 그 안에는 세계가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끝내 상대의 세계에는 닿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묻습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닿을 수 없어도,
계속해서 관계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언젠가는 깨져버릴 도자기라는 점에서,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도자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깨지기 위해 굽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 사이로 흘러드는 마음, 남겨진 자가 붙잡는 온도,
찻잔을 뒤집는 마지막 순간의 손 떨림이 이 소설의 진심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끝은 이 정도였다. 강희가 내게서 앗아간 재미와 비밀과 선물이 눈앞에서 깨어지는 것. 강희가 늘 숨기려드는 실패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갖는 것.”
이 문장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했던 관계의 끝이 ‘소유’나 ‘이해’가 아닌 ‘마주 봄’이라는 사실을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누군가를 바라보고, 부러워하고, 이해하고, 닮고 싶어 하다가 끝내 멀어지는 감정의 파노라마를 세심하고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찻잔 뒤집기"는 우리가 삶을 통해 의미를 빚어내야 함을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증명해낸 이야기입니다. 찻잔의 안과 밖, 쓸모의 안과 밖, 죽음의 안과 밖에서 살아남은 이들. 그들이 보여주는 작고 고요한 저항은 우리에게 하나의 문을 남깁니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찻잔을 뒤집는 법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저도 그 찻잔을 조심스럽게 뒤집어보았습니다.
그 안엔 생의 조각들, 말이 되지 않는 감정들,
무너짐 이후에야 보이는 빛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당신도, 뒤집어볼 차례입니다.
이 책은 모든 ‘유예된 존재들’을 위한 위로이자, 사회의 경계 너머를 향한 시선입니다. 읽는 이의 삶에도 분명 찻잔 아래 숨겨진 세계가 있다는 걸, 성수나 작가는 그 섬세한 언어로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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