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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격차 -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김지원.민정홍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5월
평점 :
“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자다.”
점점 더 긴 글 읽기가 귀찮아지고, 책을 잡은 지 10분도 안 돼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책의 부제가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이지만,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읽지 않는 어른은 어떻게 점점 더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대한민국에 문해력을 처음 알린 <EBS 문해력 시리즈>의 두 피디가 다시 학교를 찾았다. 문해력을 되찾고 싶다면 문해력에 대한 오해 먼저 타파하라!
---#기억에남는부분
1.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일 뿐일까??
OECD에서는 ‘문해력’을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 직접 쓰고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해당된다고 정의했다. 타인의 정보와 생각, 의도, 감정을 이해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또한 문해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문해력이 낮아지고 점점 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우리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직장 내에서 문서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정보 처리도 더뎌지며 보고서 작성과 같은 쓰기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직업이나 연봉뿐 아니라 자존감, 건강, 수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그야말로 우리의 전 생애에 걸쳐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2. ‘읽기’는 타고난 능력일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듣기’와 ‘보기’는 할 수 있지만, ‘읽기’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읽기는 원래 힘들다. ‘읽기 능력’은 언제든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가역적 능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한 개인의 생애 안에서 얼마든지 발전하거나 사라질 수 있고 이를 반복한다. 때문에 ‘읽기’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읽기를 게을리하면 점점 더 읽기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되어버린다.
3. 내 아이가 글을 잘 읽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읽기의 유창성’을 확인하라고 한다. 특히 국어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게 하면 유창하게 읽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문장을 의미 단위로 ‘제대로 끊어서 읽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나누고 전체 문장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판단해 호흡을 조절하며, 띄어 읽어야 할 부분은 띄우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면서 읽는 것을 말한다.(144p) 사실 읽기의 시작점은 소리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최나야 교수는 유아기의 문해력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음운론적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4. ‘소리 내어 읽기’는 글 읽기가 힘든 어른에게도 효과적이다!
성인 또한 난독을 의심할 정도로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고 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한국어 토픽 시험을 준비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지문의 수준이 한국인이 읽기에도 상당히 어렵다. 학생들 스스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오는데, 왜 답이 되는지를 알아도 지문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내가 주어, 목적어, 술어 등 ‘의미 단위’로 정확히 끊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해서 읽어주면, 이게 이런 내용이었느냐며 그때서야 이해한다. 우리가 영어와 중국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로 ‘의미 단위’로 읽는 법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5. 유튜브로 배운 지식, 정말 괜찮을까?
같은 정보를 각기 다른 매체(줄글-읽기, 오디오-듣기, 영상-보기)로 얻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동영상’을 봤을 때 “집중도 잘 되고 정보를 쉽게 얻는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뇌의 활성화는 가장 미미했다. ‘줄글’을 읽었을 때는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계속 읽었던 부분을 반복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집중하기 위해 추론 능력을 사용하는 뇌의 전두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전두엽 은 뇌의 기능을 총망라하는 아주 중요한 부위이다.
‘ADHD’와 관련된 주의력 유지 기능, ‘우울증’과 관련된 감정 조절, 공감, 충동 억제 기능, ‘치매’와 관련된 고등 인지 기능과 기억력, 논리적 사고, 추론 능력을 돕는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동영상과 오디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는 있어도 그만큼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리여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 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을 보는 것은 논리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돕는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정보를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날엔 얻기 힘들었던 정보를 영상 하나로 효율적으로 얻게 된 시대는 매우 축복이지만, 재앙이다. 개인과 집단이 가짜 정보로 이익을 얻게 되면서 교묘히 편집한 영상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리 모두는 더욱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사람들은 시각적인 자료가 더해지면 ‘근거’가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앞 뒤 사실 관계를 자세히 따져 보면 가짜 정보인 경우가 많다. 책을 읽지 않고 영상으로만 정보를 얻으면 #확증편향 도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습할 때 영상과 오디오 같은 시청각 자료는 집중을 돕는 장점이 있어도 ‘보조 수단’으로 이용해야 하지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학창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땐 이해가 아주 잘 되지만 금새 까먹었던 것처럼, 학습은 결국 학습자 스스로가 정보를 다시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논리적, 비판적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한줄평
다행히도 '문해력'은 계속 읽고 노력할수록 다시 습득된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책읽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되며, 아이들에게도 강제가 아닌 즐거운 책읽기의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