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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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서평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고운 빛깔의 조약돌을 발견해 한 땀 한 땀 소중히 닦듯이 #순우리말 을 정성스레 소개하는 책이다. 아름답고 보드라워서 입안에서 계속 굴리고 싶은, 잊었던 순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어떻게 잊은 채 안 쓰며 살았을 수가 있나? 정말이지 처음 듣는 생소한 순우리말이 많아 놀란다. 이 책은 단순히 순우리말을 단어장처럼 나열한 책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신효원 작가님의 따스하고도 우리 마음을 토닥이는 에세이에 반짝이는 순우리말이 글 곳곳에 심겨 있어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그래서 순수한 순우리말이 더욱 도탑게 느껴진다.


 요즘 글을 쓰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다 표현해줄 단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갑갑할 때가 많다. (내 어휘력이 안 좋은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던 순우리말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맛 #계절 #바람 #햇살 등을 표현하는 순우리말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가 없고, 특히 #웃음 #울음 #기대와실망 #불안 #슬픔 등 우리의 감정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을 보며 단어의 그 미묘한 차이로 어감이 달라지고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순간이 눈에 그려지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주변에 나처럼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을 글 속에 콕콕 심어 답답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해내기를! 🙂


#덧 #순우리말로시쓰기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순우리말을 콕콕 박아 따뜻하고 구순한 시를 쓰고 싶었다.

처음엔 아름다운 가을을 찬양하는 글을 쓰려 했다가, 올 한해를 계절과 함께 돌이켜 보는 글을 쓰려고 했다가, 결국에 쓰인 시는 어딘가 모르게 소슬하고 씁쓸한 시가 되었다. 시를 남긴다.


--

<군집>


솨솨-

나뭇잎들이 바람을 탄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이

서로 한데 줄지어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스-읍, 후-우

같은 방향으로 깊은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며 크게 숨을 뱉는다


올봄은 춥고 애면글면했다

봄이 가면 언제나 여름이 왔듯

애면글면하던 날들도 가뭇없이 사라지리란 걸 알았다

하지만 춥고 모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애먼 것들이 바람에 부딪혀 서로를 향해 남긴

깊고 날카로운 상흔이 남았다


은결든 자국은 아무는 법을 모른 채 여름을 보냈고

아물지 않은 채 가을이 왔다


솨솨-

높이 솟아 줄지어 있는 나무들이

다시 바람을 맞아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위해 그리 펄럭이는지

나뭇잎들은 빛과 바람에 반짝이며

세차게 펄럭인다


세차게 펄럭이는 나뭇잎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솨솨-

움푹 우므러들었다가

바람이 끝나면 그 무수한 나뭇잎들이

한껏 더 세차게 왜글거리고 부풀며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왜글거리는 나뭇잎들이 내는 소리가

한데 그러모아져

빽빽한 나무들이 내는 들숨과 날숨의

소리가 깊고 웅장해 찬란하기도

어딘가 소슬하기도 하다


출발을 알리는 것인지

다가옴을 알리는 것인지 모를

마치 배의 고동소리같다


저기 저렇게 나뭇잎들만 바람을 따라

부산히 반짝이고 펄럭이며 한 방향으로 

움-푹

들어갔다 다시 왜글거리며 흩어진다



-

#애면글면하다 :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다

#가뭇없이 : 눈에 띄지 않게 감쪽같이 사라지다

#은결들다 : 남모르게 상처가 내부에 생기다

#우무러들다 :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을 향해 줄어들며 모형의 변화가 일어나다

#왜글거리다 : 된밥이나 굳은 물건이 한꺼번에 부스러지고 흩어지다

#그러모으다 : 흩어져 있는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거두어 한곳에 모으다

#소슬하다 : 으스스하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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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부심 - 상실감, 수치심 그리고 새로운 우파의 탄생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종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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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책

-2030 젊은 사람들은 왜 우경화가 되고 있을까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무엇일까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견해를 좁혀야 할 것인가



 어크로스 300p북클럽의 마지막 책 #도둑맞은자부심 1부를 읽고 있다. 책을 받기 전부터 빨리 읽고 싶었다. 한국은 작년 12월 계엄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다. 민주당과 시민을 주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군을 동원한 대통령과 그에 동조한 보수정당을 보고도 6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많은 2030 젊은이가 이준석 정당을 포함해 국민의힘 보수정당에 표를 던졌다. 두려웠고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다. 특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람의 스토리에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가짜뉴스와 부정선거 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는 날에는 가슴이 꽉 막혔다. 한국 사회는 정치 얘기를 서로 잘 안 하니 몰랐는데 이번에 겪고 나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2030세대가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책적으로 싫어할 수도 있고, 그냥 이재명 대통령이 싫을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 목숨을 가지고 계엄을 내린 사람을 지지하는 당에 표를 준다는 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에 상처 받았을까. 나는 상처받아 그들을 더욱 날카롭게 비난했는지도 모른다. 비난이 그들에게 유독 더 큰 수치심을 가져다 주고 더 큰 분노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그 사실을 배운 후인데도 나도 이미 가시가 많이 돋쳐 마음이 여전히 곱게 나가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이 다행스럽게 정권을 잡았지만 5년 후를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국힘이 지금이라도 작년의 행태를 반성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서 불안감을 잠재우면 좋으련만 얼마 전 전당대회를 보니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더욱 참담하다. 국힘을 해체시키지 않는 이상 멀쩡한 당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2030의 감정을 이해할 수 밖에. 2030세대가 왜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싫어하는지 혹실드의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흑실드는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가난한 선거구에 속한 애팔래치아의 켄터키주 파이크빌로 향했다. 이 지역은 원래 중도 정치의 중심지였지만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주민의 80퍼센트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며 보수 지역으로 변모했다. 흑실드는 7년간 마을 주민과 이야기 나누며 이들을 움직인 건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주요한 감정 요인은 #자부심 과 #수치심 이었다. 특히 부당한 수치심. 세계대전 이후 석탄 산업으로 주민 대다수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던 파이크빌은 자신들의 자부심이었던 석탄 산업이 산업화의 종말과 함께 저물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가장 빈곤한 지역구가 됐다. 자부심이었던 자신의 숙련된 능력과 지식도 더이상 쓸모없는 것이 돼버리며 깊은 상실감과 함께 외부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도 받아내 수치심을 겪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수치심을 없애려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몽땅 부정하기로 한, 민족주의로 치닿는 악명 높은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WLM(백인 목숨도 중요하다), 네오나치단체 등 갖가지 극우 단체가 파이크빌로 행진하며 마을엔 폭풍이 몰아친다. (더구나 총기 소유도 가능한 동네다)



53p.

‘나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끼는 감정인 ‘죄책감’과는 달리 ‘수치심’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수치심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기존의 자기 부족감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고 정치적 호소의 기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타인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성공과 실패를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고, 때문에 수치심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쩌면 한국의 청년들이 극우화가 되는 것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가 만나 마음에 상처 입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은 상실감과 수치심을 겪은 애팔래치아 주민들은, 자신들처럼 백인 민족주의자가 되어 수치심을 다른 소수자와 이민자들에 대한 분노로 바꿔 떨쳐내길 바라는 극우 단체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부심의 역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치심을 이해하고 극복할 제3의 방식을 찾으려 노력한다. 자신의 상처 입은 마음을 애꿎은 다른 사람에게 분노로 돌리기 보다는 상실감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잘 살기를 바란다.


 “자신을 백인의 자부심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정치적 올바름의 희생자라고 생각한 매슈 하임바크가 추구하는 자부심은 진짜 자부심일까요? 만약 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매슈 하임바크는 어떻게 잃어버린 자부심을 회복해야 할까요?” - 어크로스 출판사가 만든 리딩 가이드 질문


 이 질문에 답을 해보려고 했지만 선뜻 답 하기가 어렵다. 가짜 뉴스에 너무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고 20세대는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30세대는 이미 자신의 신념을 고착해버린 듯하다. 단지 2030세대들이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은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갈수록 힘든 시대인 것을 안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잘 안 되는 것을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어느 순간에도 스스로를 가치 없이 여기지 말기를 바란다. 나중에 다 잘 풀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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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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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좋지만, 여전히 어려운 사람! 여기 모여라~!🙋‍♀️


인생을 오래 살아서, 오래도록 많은 그림을 보아왔고,

그 그림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

1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할미아트’가

우리 똥강아지들에게 따스하게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미술관에 간 할미>는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우리네 삶을 닮은 예술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책이다.



 요즘과 같이 삶이 핍박해져 ‘사랑’이 없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삶을 닮은 예술을 더 가까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미술 입문서’, ‘미술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사실주의, 인상주의, 추상주의’와 같은 미술 용어와 역사 흐름을 모르더라도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입장으로서 저마다 그림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 그림을 통해 마음속에서 울컥하기도, 위로 받기도, 또는 삶의 경이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예술 작품을 잘 이해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미술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왜 하필 이 그림을 그렸을까?”하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니, ‘이 그림’보다는 ‘이 대상’이 적합하겠다. 왜 이 대상을 그렸을까?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휴대폰이 있다. 우리 손에 늘 있는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기념하고 기록하고 싶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한 장, 가족 여행 가서 부모님이 웃는 사진 한 장, 마음이 탁-! 트이는 너른 풍경도 한 장, 사랑스러운 강아지 사진도 한 장. 우리가 ‘어떤 대상’을 찍은 이유가 있듯, 화가들도 ‘그 대상’을 그림 속에 넣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할미가 화가들이 그 대상을 그린 이유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에드가드가 의 예쁘기만 한 발레리나 그림 속에서 무대 뒤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를 통해 돈 없는 여자 아이들의 성을 착취해 후원한 그 시대의 추악했던 ‘현실’을,


#푸키레프 의 <부당한 결혼>에서 눈이 빨갛게 부운 젊은 신부와 늙은 노인의 그림을 통해 19세기 러시아의 계약 결혼을 비판한 작가의 의도를,


자신의 살인죄를 용서받기 위해 목이 베어진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을 그린 #카라바조 의 의도를,


#이중섭 의 위풍당당했던 <덤벼드는 소> 그림이 1년 만에 갸냘프게 야윈 피 묻은 소 그림으로 변한 것을 보며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해 병든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기억에남는그림

#클로드모네 #수련


 물결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빛의 반짝임. 그 위에 떠다니는 수련.

모네는 무려 30년 동안 연못 위에 떠다니는 수련만 250점 넘게 그렸다. 모네는 백내장에 걸려 시력을 거의 잃었을 때도 자신이 이전에 바라본 연못의 기억에 의지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모네는 죽기 전 <수련 연작> 여덟 점을 모두 국가에 기증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자신의 그림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기증할 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반드시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에, 인위적인 조명 없이 오직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하라"


 모네는 자신이 연못 위의 수련을 한참이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것처럼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마치 자연 속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책에서 그의 작품을 보니 모네가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알 것 같다. 정말로 물결에 빛이 반사되어 일렁이는 연못과 그 위에 떠다니는 수련을 보면서 마음을 비워 자연의 편안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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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격차 -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김지원.민정홍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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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자다.”


점점 더 긴 글 읽기가 귀찮아지고, 책을 잡은 지 10분도 안 돼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책의 부제가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이지만,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읽지 않는 어른은 어떻게 점점 더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대한민국에 문해력을 처음 알린 <EBS 문해력 시리즈>의 두 피디가 다시 학교를 찾았다. 문해력을 되찾고 싶다면 문해력에 대한 오해 먼저 타파하라!



---#기억에남는부분


1.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일 뿐일까??

OECD에서는 ‘문해력’을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 직접 쓰고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해당된다고 정의했다. 타인의 정보와 생각, 의도, 감정을 이해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또한 문해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문해력이 낮아지고 점점 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우리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직장 내에서 문서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정보 처리도 더뎌지며 보고서 작성과 같은 쓰기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직업이나 연봉뿐 아니라 자존감, 건강, 수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그야말로 우리의 전 생애에 걸쳐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2. ‘읽기’는 타고난 능력일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듣기’와 ‘보기’는 할 수 있지만, ‘읽기’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읽기는 원래 힘들다. ‘읽기 능력’은 언제든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가역적 능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한 개인의 생애 안에서 얼마든지 발전하거나 사라질 수 있고 이를 반복한다. 때문에 ‘읽기’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읽기를 게을리하면 점점 더 읽기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되어버린다.



3. 내 아이가 글을 잘 읽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읽기의 유창성’을 확인하라고 한다. 특히 국어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게 하면 유창하게 읽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문장을 의미 단위로 ‘제대로 끊어서 읽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나누고 전체 문장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판단해 호흡을 조절하며, 띄어 읽어야 할 부분은 띄우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면서 읽는 것을 말한다.(144p) 사실 읽기의 시작점은 소리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최나야 교수는 유아기의 문해력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음운론적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4. ‘소리 내어 읽기’는 글 읽기가 힘든 어른에게도 효과적이다!

성인 또한 난독을 의심할 정도로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고 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한국어 토픽 시험을 준비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지문의 수준이 한국인이 읽기에도 상당히 어렵다. 학생들 스스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오는데, 왜 답이 되는지를 알아도 지문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내가 주어, 목적어, 술어 등 ‘의미 단위’로 정확히 끊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해서 읽어주면, 이게 이런 내용이었느냐며 그때서야 이해한다. 우리가 영어와 중국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로 ‘의미 단위’로 읽는 법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5. 유튜브로 배운 지식, 정말 괜찮을까?

같은 정보를 각기 다른 매체(줄글-읽기, 오디오-듣기, 영상-보기)로 얻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동영상’을 봤을 때 “집중도 잘 되고 정보를 쉽게 얻는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뇌의 활성화는 가장 미미했다. ‘줄글’을 읽었을 때는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계속 읽었던 부분을 반복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집중하기 위해 추론 능력을 사용하는 뇌의 전두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전두엽 은 뇌의 기능을 총망라하는 아주 중요한 부위이다.

‘ADHD’와 관련된 주의력 유지 기능, ‘우울증’과 관련된 감정 조절, 공감, 충동 억제 기능, ‘치매’와 관련된 고등 인지 기능과 기억력, 논리적 사고, 추론 능력을 돕는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동영상과 오디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는 있어도 그만큼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리여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 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을 보는 것은 논리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돕는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정보를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날엔 얻기 힘들었던 정보를 영상 하나로 효율적으로 얻게 된 시대는 매우 축복이지만, 재앙이다. 개인과 집단이 가짜 정보로 이익을 얻게 되면서 교묘히 편집한 영상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리 모두는 더욱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사람들은 시각적인 자료가 더해지면 ‘근거’가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앞 뒤 사실 관계를 자세히 따져 보면 가짜 정보인 경우가 많다. 책을 읽지 않고 영상으로만 정보를 얻으면 #확증편향 도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습할 때 영상과 오디오 같은 시청각 자료는 집중을 돕는 장점이 있어도 ‘보조 수단’으로 이용해야 하지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학창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땐 이해가 아주 잘 되지만 금새 까먹었던 것처럼, 학습은 결국 학습자 스스로가 정보를 다시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논리적, 비판적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한줄평

다행히도 '문해력'은 계속 읽고 노력할수록 다시 습득된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책읽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되며, 아이들에게도 강제가 아닌 즐거운 책읽기의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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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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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투표 전에 단 한 권의 책만 읽고 간다면?”이란 주제로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으로 읽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
⁣⁣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이란 부제가 달린 #친애하는슐츠씨 는 인류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무지 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무지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사회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차별 받는 사람들 옆에서 부단히 목소리를 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
한국 사회에도 지금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 우리 모두가 지금 꼭 <친애하는 슐츠씨>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6개월 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혐오를 자극해 표심을 얻으려고 우악스러운 말 표현을 서슴지 않던 정치인들과, 또 그에 정말로 선동되는 사람들을 보고선 한국 사회가 병이 매우 깊다고 생각했다. 노인 혐오, 여성 혐오, 장애인과 빈곤층 등 약자 혐오, 중국인 혐오, 이주민&다문화 혐오, 성소수자 혐오. 타인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 기반한 혐오가 너무 광범위해서 다 말할 수가 없다.⁣⁣
⁣⁣
질 나쁜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뇌회로를 잘 알고 이용하기 위해 ‘빼앗긴다’는 프레임을 강조한다. 노인을 위한 법안은 젊은이들의 것을 빼앗는다는 프레임을, 여성을 위한 법안은 남성의 것을 빼앗는다는 프레임을, 장애인을 위한 법안은 일반 시민의 편리와 예산을 빼앗는다는 프레임을, <세계인권선언>에서 명시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되어야 할 건강권리’에 대해서도 중국인에게만 적용하면 빼앗긴다는 프레임을(심지어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비자를 발급 받는 모든 외국인은 일을 안 해서 소득이 없더라도 매달 11-13만원씩 건강보험료 납부가 의무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장에 대한 법안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프레임을.⁣⁣
⁣⁣
모두가 자신의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나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발전 가능성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한국 사회가 참 우려스럽다. <친애하는 슐츠씨>를 읽고 우리도 이 ‘무지’를 이해하고 우리의 눈을 가리는 차별과 혐오, 편견을 걷어내 모두를 포용하고 이해심 있는 더 나은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만이 사회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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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p.⁣⁣
휴먼은 모든 사람에게 발언할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변화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고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실패한 사회운동이 얼마나 많을까. (…) 모두 절박한 사람들이 벌이는 시위들이지만 대부분은 국민의 관심 밖에 있다. 그렇게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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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p.⁣⁣
“경험 많은 사람의 정직한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사회는 대중을 속이려는 사람들이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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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다루는 우리의 편견을 깨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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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까지 여성의 바지와 옷에 주머니가 달리지 않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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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의 종류와 성염색체가 일치하지 않아 차별을 겪은 #간성인 세계 육상선수 #캐스터세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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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존재를 지우려는 미국 사회에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운 장애인 운동가 #주디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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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완벽해야 한다는 편견, 특히 여성 피해자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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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스누피로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를 그린 #찰스슐츠 가 미국인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일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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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은 치어리더만 하고 스포츠 활동이 권장되지 않던 1970년대 미국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피너츠’에 등장하는 모든 여학생들을 스포츠에 열심이고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1968년 처음으로 흑인 아이 프랭클린을 등장시켜 흑인들도 평범하게 생활하고 사랑하고 걱정하고 뉴욕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편견을 없애고 흑인 아이들도 백인 아이들과 융화돼서 놀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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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서평단 #박상현⁣
#연대 #이해 #배려 #공감 #차별⁣⁣
#사회운동 #장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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