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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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서평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고운 빛깔의 조약돌을 발견해 한 땀 한 땀 소중히 닦듯이 #순우리말 을 정성스레 소개하는 책이다. 아름답고 보드라워서 입안에서 계속 굴리고 싶은, 잊었던 순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어떻게 잊은 채 안 쓰며 살았을 수가 있나? 정말이지 처음 듣는 생소한 순우리말이 많아 놀란다. 이 책은 단순히 순우리말을 단어장처럼 나열한 책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신효원 작가님의 따스하고도 우리 마음을 토닥이는 에세이에 반짝이는 순우리말이 글 곳곳에 심겨 있어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그래서 순수한 순우리말이 더욱 도탑게 느껴진다.


 요즘 글을 쓰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다 표현해줄 단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갑갑할 때가 많다. (내 어휘력이 안 좋은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던 순우리말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맛 #계절 #바람 #햇살 등을 표현하는 순우리말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가 없고, 특히 #웃음 #울음 #기대와실망 #불안 #슬픔 등 우리의 감정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을 보며 단어의 그 미묘한 차이로 어감이 달라지고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순간이 눈에 그려지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주변에 나처럼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을 글 속에 콕콕 심어 답답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해내기를! 🙂


#덧 #순우리말로시쓰기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순우리말을 콕콕 박아 따뜻하고 구순한 시를 쓰고 싶었다.

처음엔 아름다운 가을을 찬양하는 글을 쓰려 했다가, 올 한해를 계절과 함께 돌이켜 보는 글을 쓰려고 했다가, 결국에 쓰인 시는 어딘가 모르게 소슬하고 씁쓸한 시가 되었다. 시를 남긴다.


--

<군집>


솨솨-

나뭇잎들이 바람을 탄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이

서로 한데 줄지어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스-읍, 후-우

같은 방향으로 깊은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며 크게 숨을 뱉는다


올봄은 춥고 애면글면했다

봄이 가면 언제나 여름이 왔듯

애면글면하던 날들도 가뭇없이 사라지리란 걸 알았다

하지만 춥고 모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애먼 것들이 바람에 부딪혀 서로를 향해 남긴

깊고 날카로운 상흔이 남았다


은결든 자국은 아무는 법을 모른 채 여름을 보냈고

아물지 않은 채 가을이 왔다


솨솨-

높이 솟아 줄지어 있는 나무들이

다시 바람을 맞아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위해 그리 펄럭이는지

나뭇잎들은 빛과 바람에 반짝이며

세차게 펄럭인다


세차게 펄럭이는 나뭇잎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솨솨-

움푹 우므러들었다가

바람이 끝나면 그 무수한 나뭇잎들이

한껏 더 세차게 왜글거리고 부풀며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왜글거리는 나뭇잎들이 내는 소리가

한데 그러모아져

빽빽한 나무들이 내는 들숨과 날숨의

소리가 깊고 웅장해 찬란하기도

어딘가 소슬하기도 하다


출발을 알리는 것인지

다가옴을 알리는 것인지 모를

마치 배의 고동소리같다


저기 저렇게 나뭇잎들만 바람을 따라

부산히 반짝이고 펄럭이며 한 방향으로 

움-푹

들어갔다 다시 왜글거리며 흩어진다



-

#애면글면하다 :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다

#가뭇없이 : 눈에 띄지 않게 감쪽같이 사라지다

#은결들다 : 남모르게 상처가 내부에 생기다

#우무러들다 :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을 향해 줄어들며 모형의 변화가 일어나다

#왜글거리다 : 된밥이나 굳은 물건이 한꺼번에 부스러지고 흩어지다

#그러모으다 : 흩어져 있는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거두어 한곳에 모으다

#소슬하다 : 으스스하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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