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평점 :
예술이 좋지만, 여전히 어려운 사람! 여기 모여라~!🙋♀️
인생을 오래 살아서, 오래도록 많은 그림을 보아왔고,
그 그림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
1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할미아트’가
우리 똥강아지들에게 따스하게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미술관에 간 할미>는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우리네 삶을 닮은 예술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책이다.
—
요즘과 같이 삶이 핍박해져 ‘사랑’이 없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삶을 닮은 예술을 더 가까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미술 입문서’, ‘미술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사실주의, 인상주의, 추상주의’와 같은 미술 용어와 역사 흐름을 모르더라도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입장으로서 저마다 그림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 그림을 통해 마음속에서 울컥하기도, 위로 받기도, 또는 삶의 경이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예술 작품을 잘 이해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미술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왜 하필 이 그림을 그렸을까?”하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니, ‘이 그림’보다는 ‘이 대상’이 적합하겠다. 왜 이 대상을 그렸을까?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휴대폰이 있다. 우리 손에 늘 있는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기념하고 기록하고 싶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한 장, 가족 여행 가서 부모님이 웃는 사진 한 장, 마음이 탁-! 트이는 너른 풍경도 한 장, 사랑스러운 강아지 사진도 한 장. 우리가 ‘어떤 대상’을 찍은 이유가 있듯, 화가들도 ‘그 대상’을 그림 속에 넣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할미가 화가들이 그 대상을 그린 이유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에드가드가 의 예쁘기만 한 발레리나 그림 속에서 무대 뒤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를 통해 돈 없는 여자 아이들의 성을 착취해 후원한 그 시대의 추악했던 ‘현실’을,
#푸키레프 의 <부당한 결혼>에서 눈이 빨갛게 부운 젊은 신부와 늙은 노인의 그림을 통해 19세기 러시아의 계약 결혼을 비판한 작가의 의도를,
자신의 살인죄를 용서받기 위해 목이 베어진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을 그린 #카라바조 의 의도를,
#이중섭 의 위풍당당했던 <덤벼드는 소> 그림이 1년 만에 갸냘프게 야윈 피 묻은 소 그림으로 변한 것을 보며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해 병든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
#기억에남는그림
#클로드모네 #수련
물결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빛의 반짝임. 그 위에 떠다니는 수련.
모네는 무려 30년 동안 연못 위에 떠다니는 수련만 250점 넘게 그렸다. 모네는 백내장에 걸려 시력을 거의 잃었을 때도 자신이 이전에 바라본 연못의 기억에 의지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모네는 죽기 전 <수련 연작> 여덟 점을 모두 국가에 기증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자신의 그림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기증할 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반드시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에, 인위적인 조명 없이 오직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하라"
모네는 자신이 연못 위의 수련을 한참이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것처럼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마치 자연 속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책에서 그의 작품을 보니 모네가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알 것 같다. 정말로 물결에 빛이 반사되어 일렁이는 연못과 그 위에 떠다니는 수련을 보면서 마음을 비워 자연의 편안함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