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자부심 - 상실감, 수치심 그리고 새로운 우파의 탄생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종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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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책

-2030 젊은 사람들은 왜 우경화가 되고 있을까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무엇일까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견해를 좁혀야 할 것인가



 어크로스 300p북클럽의 마지막 책 #도둑맞은자부심 1부를 읽고 있다. 책을 받기 전부터 빨리 읽고 싶었다. 한국은 작년 12월 계엄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다. 민주당과 시민을 주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군을 동원한 대통령과 그에 동조한 보수정당을 보고도 6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많은 2030 젊은이가 이준석 정당을 포함해 국민의힘 보수정당에 표를 던졌다. 두려웠고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다. 특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람의 스토리에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가짜뉴스와 부정선거 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는 날에는 가슴이 꽉 막혔다. 한국 사회는 정치 얘기를 서로 잘 안 하니 몰랐는데 이번에 겪고 나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2030세대가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책적으로 싫어할 수도 있고, 그냥 이재명 대통령이 싫을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 목숨을 가지고 계엄을 내린 사람을 지지하는 당에 표를 준다는 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에 상처 받았을까. 나는 상처받아 그들을 더욱 날카롭게 비난했는지도 모른다. 비난이 그들에게 유독 더 큰 수치심을 가져다 주고 더 큰 분노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그 사실을 배운 후인데도 나도 이미 가시가 많이 돋쳐 마음이 여전히 곱게 나가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이 다행스럽게 정권을 잡았지만 5년 후를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국힘이 지금이라도 작년의 행태를 반성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서 불안감을 잠재우면 좋으련만 얼마 전 전당대회를 보니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더욱 참담하다. 국힘을 해체시키지 않는 이상 멀쩡한 당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2030의 감정을 이해할 수 밖에. 2030세대가 왜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싫어하는지 혹실드의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흑실드는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가난한 선거구에 속한 애팔래치아의 켄터키주 파이크빌로 향했다. 이 지역은 원래 중도 정치의 중심지였지만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주민의 80퍼센트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며 보수 지역으로 변모했다. 흑실드는 7년간 마을 주민과 이야기 나누며 이들을 움직인 건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주요한 감정 요인은 #자부심 과 #수치심 이었다. 특히 부당한 수치심. 세계대전 이후 석탄 산업으로 주민 대다수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던 파이크빌은 자신들의 자부심이었던 석탄 산업이 산업화의 종말과 함께 저물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가장 빈곤한 지역구가 됐다. 자부심이었던 자신의 숙련된 능력과 지식도 더이상 쓸모없는 것이 돼버리며 깊은 상실감과 함께 외부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도 받아내 수치심을 겪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수치심을 없애려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몽땅 부정하기로 한, 민족주의로 치닿는 악명 높은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WLM(백인 목숨도 중요하다), 네오나치단체 등 갖가지 극우 단체가 파이크빌로 행진하며 마을엔 폭풍이 몰아친다. (더구나 총기 소유도 가능한 동네다)



53p.

‘나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끼는 감정인 ‘죄책감’과는 달리 ‘수치심’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수치심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기존의 자기 부족감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고 정치적 호소의 기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타인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성공과 실패를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고, 때문에 수치심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쩌면 한국의 청년들이 극우화가 되는 것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가 만나 마음에 상처 입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은 상실감과 수치심을 겪은 애팔래치아 주민들은, 자신들처럼 백인 민족주의자가 되어 수치심을 다른 소수자와 이민자들에 대한 분노로 바꿔 떨쳐내길 바라는 극우 단체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부심의 역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치심을 이해하고 극복할 제3의 방식을 찾으려 노력한다. 자신의 상처 입은 마음을 애꿎은 다른 사람에게 분노로 돌리기 보다는 상실감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잘 살기를 바란다.


 “자신을 백인의 자부심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정치적 올바름의 희생자라고 생각한 매슈 하임바크가 추구하는 자부심은 진짜 자부심일까요? 만약 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매슈 하임바크는 어떻게 잃어버린 자부심을 회복해야 할까요?” - 어크로스 출판사가 만든 리딩 가이드 질문


 이 질문에 답을 해보려고 했지만 선뜻 답 하기가 어렵다. 가짜 뉴스에 너무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고 20세대는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30세대는 이미 자신의 신념을 고착해버린 듯하다. 단지 2030세대들이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은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갈수록 힘든 시대인 것을 안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잘 안 되는 것을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어느 순간에도 스스로를 가치 없이 여기지 말기를 바란다. 나중에 다 잘 풀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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