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
김인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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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아《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출판사에서 "이 책이 필요한 독자" 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다.

*미술관 도슨트 활동을 희망하는 예비 도슨트
*명료하고 체계적인 스크립트를 작성하고자 하는 도슨트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해설이 궁금한 미술 애호가
*스크립트 분석을 통해 예술 작품과 전시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히고 싶은 분
*미술관은 아니지만 여행지의 가이드나 사물·행사 등을 잘 설명하고 싶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 외 콘텐츠를 전달하는 작업의 일선에 있는 분

여기에, 하나 더.
나처럼 도슨트에 대해 어설픈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추가.


✏️ 왜 도슨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스크립트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단지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사항들을 전달하는 것이라 여겼다. 아마 도슨트를 자원봉사하는 분들로만 생각해서 그런 이미지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p. 22 우리나라는 1968년 시행된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슨트 제도가 최초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호암갤러리와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관에서 도슨트 제도가 시작되었고, 기관마다 전시해설사, 투어 가이드, 전문자원봉사자, 도슨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미술관 직원인 큐레이터와 자원봉사자인 도슨트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슨트는 미술관의 직원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공립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지위는 문화자원봉사자, 전문자원봉사자 등의 자원봉사자라는 역할로 인식된다. 소정의 활동비를 받긴 하지만 자원봉사자로서 도슨트라는 위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꺼이 나누는 역할이지 물질적인 재화를 바라는 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특정한 교육을 받고,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그날의 일지도 써야 되는 것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이다.

✏️ 이 책은, 도슨트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립트를 쓰기 위해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자료수집하는 과정에서 현장투어가 스크립트의 구조나 분량조절을 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무엇을 자료로 하여 써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 나가는지, 왜 큐레이터의 전시제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작품해설에서 어떤점이 고려되어 햐는지,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어떤 동선을 따라갈 것인지 등등 너무나 현실적인 설명들이 가득했다. 이만큼 친절한 해설서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 전시된 전시회들의 예시를 곁들여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았다.

✏️ 관람객을 상대로 한 것이니, 스크립트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작성한 스크립트를 어떻게 말로 소화해 낼 것인지도 설명하고 있다. 현장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도슨트로 설명하려고 준비중인데 다가온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던 경우나 두명이 설명을 듣다가 각각 다른 방향의 그림으로 갔다는 설명에서는 글을 보고 있는 나조차 당황스러웠다. 아...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그림을 볼 때는 나만의 방식으로 느껴봐야 한다는 주의라,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면, 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한번도 도슨트의 설명을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음에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한번 주의깊게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나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p. 287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것. 그것은 도슨트 해설의 가장 기본기조일 것이다. 백과사전처럼 많이 아는 것, 아는 것을 모두 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품이 쉽든 어렵든, 그것에 대해 도슨트가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해설 사이사이에 말줄임표나 띄어쓰기 같은 빈 공간을 마련해두고, 관람객이 스스로 숨 쉬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도슨트로서 실제 현장에 서기 위해 스크립트를 쓰고 말하는 것은 도슨트가 알고 있는 많은 정보 중에서 취사선택하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외의 도슨트 해설은 '적절한 작품 감상으로의 유도'라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말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동시에 그 말에 옭아매는 덫을 놓지 않는 해설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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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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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라이프 #마루야마마사키 #블루홀식스 #도서협찬
#일본소설 #강력추천

📚 마루야마 마사키《원더풀 라이프》

들어가기 전에 일단 강추!!!👍👍👍👍👍

✏️ 처음 접해보는 일본작가이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다.

✏️ 이 작품은 무력의 왕, 한낮의 달, 불초의 자식, 가면의 사랑이라는 소제목으로 번갈아가며 네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 커플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다시 앞으로 슬슬와서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미.
물론 책을 읽는 도중에도 혹시, 설마 하는 부분들이 간혹 등장하기는 한다.

✏️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그리고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내가 차이를 두고 배려하려는 부분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듯했다. 그냥 그럴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식속에 나도 모르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p. 215~216
복지 관게자들은 차별 없는 사회를 외치며 '이해'와 '지원'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린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모두가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게 익숙해지는 일이라고 도시하루도 늘 생각했다.
지금으로서 우리는 일반인들의 눈에 '기형적인 존재'다. 편견과 차별 이전에 애초에 자신들의 세게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기피한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눈에 띄는 곳에 존재해도 되지 않을까. 보이지 않으니 깨닫지 못한다. 만나지 않으니 알지 못한다. 우리 같은 장애인의 존재를. 당신들 건강한 사람들처럼 우리도 똑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웃고, 욕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사실을.

✏️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살해한 부모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언급하면서 나오는 문장들도 그 생각하는 결이 좋았다.

p. 314
어떤 사람에게 인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남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사건도......그러니까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햏고, 그래서 다들 동정도 하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겠져. 아니, 대부분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것저것 추측하거나 가타부타 이야기하지만, 살해된 아이가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게 현실이니......

✏️ 가끔 경제적 이유든 어떤 이유로든 어린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는, 또는 아이들을 먼저 죽이고 자신들도 뒤따라 죽는 사건들을 볼 때 내가 늘 가졌던 생각이다. 왜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을까. 그 아이들은 다른 미래가 있을수도 있고, 살고 싶을 수도 있는데, 왜 그 아이들의 생각은 부모조차도, 사회도 안중에 없는 것일까.

✏️ 작가는 소설속에 직장내 성희롱이라든지,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것이라든지, 건축에서의 배제예술을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툭 던져놓는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9.1이 넘는 거대지진으로, 사상자는 말할 것도 없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를 불러와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지진이다.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로도 연결될 수 밖에 없는.

✏️ 소설 속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다.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p.331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당신이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고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야 왜 이 소설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소설속의 인물들에게도, 현실속의 우리들에게도 이걸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를 하찮게 여길지 몰라도 사실 우리가 없는 이 세상은 더 의미없고 별볼일 없으므로, 우리의 존재가치는 대단하다고, 우리가 사는 이 삶이 멋진 인생 아니냐고 말이다.

✏️ 오늘밤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라는 영화를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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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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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데뷔작《숲과 별이 만날 때》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누르고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된 글렌디 밴더라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엘리스와 레이븐이라는 두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왜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한곳을 향하가는 여정이기에.

우선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숲이나 자연에서 위로를 얻었던 엘리스는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날에도 역시 숲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달된 비올라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엘리스는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이혼하고 쌍둥이 아이들은 남편에게 남겨둔채 혼자 숲으로 가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절반은 이해되고 절반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긴 하다. 잃어버린 아이도 있지만, 남아있는 쌍둥이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은, 방치한다는 느낌은 갖지 못하는 것일까. 죄책감이나 상실감이 더 큰 것인가. 저울질 할 수는 없는 감정들이지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한편, 레이븐이라는 아이는 넓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땅의 정령이 보내준 아이라고 한다. 그런 믿음속에서 지내던 레이븐은 숲에 놀러온 아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관심도 갖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

교차 서술되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으로 부터 받게 되는, 또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생기게 되는 아픔이나 상처, 슬픔이 어떻게 치유되어 가는가이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실한 마음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게 된 상처를, 흔적들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진부할지언정 따듯하다. 우리는, 아니 나만 봐도, 어떻게 풀어가면 그마나 나을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상황이 유지되거나 악화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런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지, 조금더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말이다.


p. 9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답자이 없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어느 주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조금이나마 내보내는 건 매우 중요했다.

p. 524
증오는 중독적인 감정이고, 자주 부추겨주어야 지속될 수 있었다.

p. 537
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상처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부패를 방지하는 방어벽을 만들어. 그러면 방어벽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또 다른 방어벽을 만들지. 놀랍게도 나무는 그렇게 세 개, 네 개까지 방어벽을 만들어가며 오래도록 생존을 이어가는 거야.

저 언덕 아래에 아름드리 상록 참나무가 있어. 몸통에 커다른 구멍이 뚫려 있지만 나무는 여전히 굳건하게 잘 자라고 있지. 방어벽 덕분에 상처가 더 이상 번지지 않아 계속 자랄 수 있는 거야. 비록 상처 부위에 텅 빈 구멍이 뚤리더라도.

p. 539
언제나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게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p. 578
"어떤 진실은 때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지."

p. 612
"이거봐. 넌 나 때문에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자기가 아끼는 사람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설사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니라는 걸 어쩌다 알았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까? 그가 홀로 괴로워하게 내버려둘까? 사랑은 엄지손톱에 박힌 가시처럼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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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장난은 없다 -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쓴 어른이 함께 해결해야 할 학폭 이야기
양이림 지음 / 쑬딴스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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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쓴 학폭 이야기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학폭의 정의나 유형, 법률적인 측면보다는 아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 피해장의 입장에서의 행동여부, 우리아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아이의 보호자라면 하는 입장에서 주로 서술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영화나 드라마,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모든 학교폭력이 악의 화신 같은 가해 학생에 의해 저질러질까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랄한 학교폭력이 학교를 지배하고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을까요?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벌하면, 학교와 사회로부터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는 평화로워지고 안전할까요?
제가 경험한 교육현장, 학교폭력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끼리의 갈등과 다툼이었고,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었으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또래 사이에서 장난처럼, 놀이처럼, 문화처럼 이루어지는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런 행동들이 오고 가며 때로는 가해자가 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더 글로리>같은 드라마, 영화 혹은 언론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점은 모두가 압니다.

하지만 내가 장난으로 한 행동이, 습관처럼 뱉은 욕설이, 별명을 부르는 것이, 뒷담화를 한 것이 왜 학교폭력이 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친구와 조금 다투었을 뿐인데, 조금 놀린 것뿐인데, 사귀던 과정에서 스킨십을 했을 뿐인데, 유행하는 놀이를 했을 뿐인데, 호기심으로 했을 뿐인데, 친구를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 아이가 먼저 잘못했는데, 전통과 문화에 따른 것뿐인데 왜 학교폭력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왜 학교폭력인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변화가 없습니다. 억울할 뿐입니다.


✏️ 책의 제목에서도 시사하고 있듯이, 괜찮은 장난은 없다. 친구사이에 뭐, 장난인데 뭐, 이런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행위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쾌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행위자의 생각처럼 장난은 아닌 것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모바일 도박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게 어떤식으로 학폭의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혹시나 있다면 그냥 학생 개인의 몫으로 여겼는데,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간지나는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 쉽게 돈을 버는 곳을 찾고, 그것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도박으로 연결되는 것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거기서 잃어버린 돈을 보충하기 위해, 친구들로 부터 돈을 빌리고, 심지어 '총판'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거기서 다시 일부수입을 얻는 과정이었다. 연쇄적인 고리에 끊임없는 수렁. 과연 아이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게 가능한 것인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주위의 어른들이 제때 알고 나설 수 있는 문제인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사진을 합성하는 '지인능욕'이라든지,  다른 사람의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이 그 사람처럼 행사하는거라든지, 이별의 과정에서 잘못된 스토킹문제, 사는 곳이 달라서 겪게 되는 차별의 문제, 그냥 흘린 뒷담화 등 이해하기 힘들다고 해서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들이 많았다.


✏️ 그런 생각도 들었다. 누리는 게 많아진 세대에, 그것 자체가 독이 되는 요소들도 있다고 말이다. 가끔 딸아이가 나의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참 좋은 세상에서 살았구나~라는 말들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좋았다. 분명 그 시대에도 문제들은 있었을텐데 말이다. 무엇이 지금의 모습들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을 세상속으로 내보내고 있는 어른들도 "자신들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p. 168
타인의 잘못에 잘못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면 좋겟습니다. 타인의 잘못을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 208~209
자신에 대한 험담과 비난에 직면하고 심지어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 누구라도 큰 상처를 받고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이 무서운 것은 말의 전파성 때문입니다.

누군가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이 천리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들리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는 나쁜 아이라고 다른 친구에게 한마디 했는데,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그 애는 참 나쁜 아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 듣는 거죠. 이처럼 말은 전파성이 너무 강해 일단 부정적인 말이 퍼지면 당사자가 실제 그런 사람인지와 관계없이, 당사자가 아무리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해도 이미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당사자는 마음이 어떨까요?


✅️ p.219~220
차별과 혐오는 왜 문제인가요? 왜 그렇게 차별과 혐오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걸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차별과 혐오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편견으로 다름을 차이로 변질시키고, 그 차이를 근거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그 차별과 혐오에 기초하여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왜 그들은 비이성적인 증오와 적개심을 드러내며 특정 대상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별과 혐오를 자신도 모르게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재화된 차별과 혐오가 개인을 넘어 커다란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이념과 만나 정당화되었을 때, 엄청난 범죄가 평범한 개인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의 조그만 편견과 차별, 그에 기초한 혐오를 경게해야 합니다.


✏️ 저자의 표현대로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의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들에 대해 의식하고,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인다면 적어도 조금은 나아진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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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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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킨 #과학잔혹사 #해나무출판사 #도서협찬 #과학사 #기초과학책추천 #교양과학 #과학책추천

📚 샘 킨 《과학잔혹사》

"미치광이 과학자는 논리나 이성이나 과학적 안목이 부족해서 미치광이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너무 철저히'하려고 하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이 문장이 어쩌면 이 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장일 것이다.

샘 킨은 12장에 걸쳐, 역사적으로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진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어 온 과학의 뒷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의 나는, 주어진 결과들에만 신경을 쓸 뿐 과거에 어떠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설령, 그 과정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된거구나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거나 그정도가 다였다. 조지 엘리엇의《미들마치》에서도 의사였던 리드게이트가 해부학공부를 하면서 시체를 구하지 못하여 무덤에서 사체를 꺼내왔다는 표현들이 나왔었다. 그때에도 그 시대는 그랬구나, 무서웠겠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정도의 생각이 스쳐갔을 뿐이었다. 그 이면을 보지 못했었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과학은 더 발전할텐데,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른 방식으로", "지금은 인정되거나 이해되는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간과한다면.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서 나치 의사들이 죄수를 대상으로 얼음물 속에 담근 행동이든, 노예제도의 인프라와 경제에 기반해서 수집되었던 연구표본이든, 교류가 왜 직류보다 치명적인지 확인시키기 위해 동물한테 실험을 한 것이든, 그로 인해 진전된 전기의자에서 사형수가 처참하게 죽어간 상황에서도 다음에는 이런 일은 없을거라며, 더 나아질거라고 표현하는 것이든, 매독물질을 일부러 몸에 침투시켜 그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든, 무수히 나열되는 상황들이 사실은 우리 역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샘 킨은 그저 지나온 과학의 역사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글 자체는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 실질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방법이 하나밖에 없을 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에 어긋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덧, 샘 킨...이름이 너무 익숙하다 했다.《사라진 스푼》의 저자였네...어쩐지...최근에 아이에게 읽힌다고《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을 장바구니에 담아놨었다. 생각난 김에 데려와야지...!!!

p. 18
합리화 문제 외에 과학적 범죄를 독특한 것으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에는 돈이나 권력이나 뭔가 더러운 것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오직 과하자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한 범죄들 뒤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동기가 있다. 사람은 그만큼 복잡하니까. 하지만 이 범죄들은 무엇보다도 파우스트처럼 지식을 갈구하는 충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p. 436~437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이 인용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코웃음쳤다. 과학자가 착하건 말건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발견이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을 쓰고 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세계에 대한 사실들의 집합체이며, 그 집합체에 뭔가를 추가하려면 발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은 그것을 뛰어 넘어 더 큰 것이기도 하다. 과학은 세계에 대해 추론하는 사고방식이자 과정이자 방법으로, 우리의 희망 사항과 편견을 드러내고 그것을 더 심오하고 신뢰할 만한 진실로 대체하도록 도와준다......그리고 과학이 얼마나 긴밀한 사회적 과정인지를 감안하면, 인권을 유린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함으로써 사회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거의 항상 결국엔ㄴ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과학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취약하게 함으로써.

p. 439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범죄이다. 새로운 기술이 우주 탐사이건, 첨단 컴퓨터 기술이건 유전공학이건 인류 사회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수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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