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다이어리 - 연애보다 재미있는 압구정 이야기
정수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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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뉴욕, 도쿄... 수많은 도시들은 그들의 문학작품에서 사랑을 받지만 우리나라의 문학은 서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이 있는 작가분들의 이야기에서는 납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젊은 작가에까지 미친다는 것에 난 의아해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압구정 다이어리>는 서울의 '압구정'과 '청담동'을 사랑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옅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된장녀'들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너무나도 먼 이야기에 까마득한 기분이 들긴 했다. 하지만 한번쯤 이렇게 살고 싶다란 생각, 그 생각이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던 거 같다.

  정수현작가는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다른 한국문학과 많이 달랐다. 프로필부터 남달랐다. 순수문학은 맞지 않는다며 문창과로는 일류인 M대를 뒤로하고 방송쪽으로 향하고 머릿말에서는 문학성을 기대하지 말라는 도전적인 말을 남긴다. 그야말로 당돌한 젊은 작가다. 그 당돌함에서 난 매력을 느꼈다.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야자시간에 아이들 책상을 모두 돌았지만 모두 흥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중성이랄까. 사실 내가 가진 책은 아이들은 재미없다고 치부하곤 한다. 우리 문학이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문학도 좀더 가벼워지고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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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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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1시. 드러누운 모양의 반달이 동쪽 유리창을 통해 미소를 짓고 있다.
전등을 끄면 달에게 기도할 수 있을까. <1리터의 눈물>~72p 

  <1리터의 눈물>은 몇 년 전 서부터 친구들에게 들어온 이름이라 야자시간에 심심해서 친구의 책을 훔쳐 읽으면서도 거부감이 없었다. 그것보다 무지 슬프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눈에 딱 힘 주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교실 책상을 닦을 때의 즐거움은 낙서를 발견해 그 사람의 장점을 아는 것 <1리터의 눈물>~87p

  주인공 아야는 평범한 소녀였다.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병을 앓기 전까진 말이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말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아야는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일기를 써 나갔다.

걷는 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일입니다.<중략>
하지만 이 생활에 익숙해진다는 건 무섭습니다. 마음이 허공에 떠 있을 때가 있습니다. <1리터의 눈물>~112p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곤 한다. 그녀를 읽으며 느낀다는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자체가 미안해진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서일까. 오늘 서평은 길게 하고싶지 않다. 아야의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이고 싶다.

어딘가 넓은 곳에 가고 싶어
비좁은 곳은 이제 싫어
엄청난 압박을 느끼는 걸
추워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죽는 것만을 생각하다보니 무섭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어떻게도 할 수 없으니까.
살고싶다.
움직일 수도 없고, 돈을 벌수도 없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
이해해 주세요. <1리터의 눈물>~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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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죽음
기욤 뮈소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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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욤 뮈소에게 슬슬 질려가는 시기에 난 이 책을 꺼내들었다. 기욤 뮈소의 책은 비슷비슷한 구성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완전한 죽음에서도 잘난(이를테면 의사,변호사)사람들이 상처(누군가의 죽음)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래도 재밌게 읽히는 게 기욤뮈소의 책이 아니던가. 난 빠르게 이 책을 읽어나갔다.

남들한테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관심을 갖는 법이야<완전한 죽음>~227p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가렛 굿리치'는 네이선에게 죽음을 통보한다. 굿리치는 죽음을 편안캐해주는 매신저였다. 굿리치는 후회하지 않기위해서 아내와 다시 만나고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장인어른 부부와도 화해하게 된다. 하지만 죽는 것은 아내였다. 그리고 네이선은 매신저의 삶을 살게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백조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힘찬 숨소리와 함께 조만간 하늘로 날아오를테니 말이다.
다른곳을 향하여 <완전한 죽음>~417p

  추리기법으로 좇아간 이 서술은 흥미있게 자칫 진부할수 있는 스토리를 재밌게 이끌어갔다. 그게 기욤뮈소의 매력이니까. 평소 좋아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붙잡고 끌려다니는 거 보면.
  <완전한 죽음>은 초창기 소설로 알고있다. <구해줘>가 나오기 전, 그때의 기욤 뮈소도 매력있다. 역시 매력있는 작가다. 기욤 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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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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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기 시작하면서 쓰기 시작하고 가서 쓰고 와서 쓰는 게 소설 같다. 가고 오는 동안은 소설이 육화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행복해>~작가의 말~279p

  요즘 성석제 작가의 책을 많이 접하게 되는 거 같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참말로 좋은 날>~2009/02/16 - [리뷰하기] - 성석제 그의 변화~ 이었으니 거의 삼 주 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주 접하는 건 아니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시기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말로 좋은 날>에서 느낀 것과 상당부분 비슷했다. 그만의 문체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 좀더 서사적이 되었다는 것. 저번에도 말했지만은 난 성석제의 이 변화가 좋다. 그의 이야기가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어쨌든 그 외의 요소를 다 감안하더라도 재밌게 읽힌 소설이다.

  9개의 단편들을 나누어보자면 여행시리즈(편의상)와 그 외의 것들. 이번 단편집에서는 뭘 소개할까 많이 고민된다. 일단 표제작인 "지금 행복해"는 정해두고 여행시리즈에서 "여행" 그리고 "깡통"을 소개할까한다. 사실 모든 단편을 소개하고 싶다. 하지만 귀찮음과 시간관계상.

여기서 더 나가면 눈물이다. 이모티콘 눈물이 아니라 진짜로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릴 것이다. 내 아버지의 이름은 최상열. 지금은 눈물중독자다. <지금 행복해>~지금 행복해~75p

  표제작인 "지금 행복해"는 이 단편집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다. 언제나 어딘가 '중독'이 되어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와 친구하는 나. 중독되어 떠돌다가 결국 모든 부정적인 것에대한 중독을 뿌리치고 아빠는 눈물 중독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었던 삼각형은 다시는 생겨나지 않았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 위, 아름다운 둑, 아름다운 언덕 어디에서도. <지금 행복해>~여행~48p

  "여행"의 주인공 봉수는 호텔 나이트 가서 나이트 휘버를 즐겨보고 마장동 도살장도 가보고 싶어서였는데 너들 집이 그런 데서 좀 멀다보이까네 돈만 벌고 말았<지금 행복해>~여행~13p 기 때문에 무전여행을 결심한다. 봉수는 말이 많고 만재는 불평이 많으며 영덕은 말수가 적었다. 그렇게 셋은 위태로운 무전여행을 하다가 청년들을 만난다. 그들과 교류하려 노력하지만 결국은 시비가 붙으며 끝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양담배 일로 만재와 둘은 멀어진다.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난 것도 아니며 덤덤하고 담담한, 그 국수에 나는 이미 중독되었다.<지금 행복해>~깡통~264p

  "깡통"은 송기원의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라는 곳에서 성석제 작가가 아이디어를 얻어내 쓴 작품이다.(난 성석제작가 본인이라고 믿는다) 동업자에게 배신당한 '그'는 의자로 깔고 앉아도 될 정도로<지금 행복해>~깡통~25 7p 큰 깡통을 주워 노숙생활을 시작한다. 술에 찌든 생활을 하다 어느 날 허기진 배를 가지고 여러 집을 전전한다. 몇번의 푸대접 끝에 간 국수집. 국수집에서는 돈을 안 받겠다며 국수를 더 얹어주기까지 한다. 이십여년 후 그 깡동은 윤이 나게 손질된 채, 어느 가정집 거실의 장식장 속에 놓이게 되었다.<지금 행복해>~깡통~263p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석제는 문체를 버리면서 서사를 얻게 된 건 아닐까. 분명 그는 이야기꾼이었지만 소설가와는 조금 멀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성석제는 소설가와 가까워지고 있다. 그의 필담이 소설로 다가오는, 그 변화를 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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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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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찮게(?) 선물받은 이 책을 들고 글 꽤나 읽는다는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됐었다. 그때 그 까다로운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책이 <철도원>이다. 아사다 지로 작가의 그 명성에도 불구, 난 아직 그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 프리즌 호텔 시리즈도 굉장히 좋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한번 읽어볼까 생각도 했다.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따스한 작가의 마음과 모든 것을 정화하는 눈물의 힘을 보여준다. 참고로 난 표제작인 "철도원"과 "러브레터"를 읽으며 울뻔했다.(공공장소라 자제했지만) 전체적으로 훈훈하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고르게 나타나지만 유독 "악마"는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확 와닿았던 이 세 단편을 소개할까 한다.

  표제작인 "철도원"은 '기하12'의 폐기 한달 전부터 시작된다. 당시 '호로마이역 역장 오토마츠'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오토마츠는 젊었을 때 아이가 얼어죽었다. 낡은 역 안에서 놀고있는 아이를 보고 그 다음은 조금 커버린 아이, 그리고 열여덟의 아이를 본다.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 수 있었다. 


  기하 경적 소리는요, 듣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나요! <철도원>~철도원~48p


  두 번째에 수록되어있는 "러브레터"도 내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포르노 숍 전무인 다카노 고로는 예전에 돈을 받고 호적을 판 일이 있다. 파이란이라는 여자는 중국에서 들어와 불법취업을 했다. 그 여자는 병을 얻어 죽게되고 고로에게 편지를 남긴다. 결혼, 고맙습니다. 셰셰 <철도원>~러브레터~p60 편지에서 한없이 고맙다고만 하는 파이란. 고로는 파이란의 죽음이 너무나도 사무친다. 결국 두 번째 편지를 받고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누구보다.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짜이. 안녕 <철도원>~러브레터~85p

  "악마"는 이 단편집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사랑, 연민, 눈물로 짜인 이 단편집에 악마는 이질적으로 보였다. 어느 날 나의 가정교사로 '가게야마'가 온다. 나의 친구가 가정교사에게 잡혀먹었다고 생각한 나는 가게야마를 경계한다. 가게야마는 엄마와 불륜을 저지르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나는 집이 기운 것이 악마(가게야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후 집으로 돌아오자 수많은 쥐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부엌에는 쥐를 먹고 자란 커다란 쥐가 있다. 내가 악마로 믿었던 것은 저 괴물 쥐였<철도원>~악마~124p

  <철도원>을 다 읽고나서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추스릴 수 없었다.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그 명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멋진 단편집이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작가의 매력에 빠질 거 같다. 먹먹한 연민, 눈물. 그것으로 모든 것을 치유하는 것이 아사다 지로의 매력이 아닐까 섣불리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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