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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평점 :
우연찮게(?) 선물받은 이 책을 들고 글 꽤나 읽는다는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됐었다. 그때 그 까다로운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책이 <철도원>이다. 아사다 지로 작가의 그 명성에도 불구, 난 아직 그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 프리즌 호텔 시리즈도 굉장히 좋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한번 읽어볼까 생각도 했다.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따스한 작가의 마음과 모든 것을 정화하는 눈물의 힘을 보여준다. 참고로 난 표제작인 "철도원"과 "러브레터"를 읽으며 울뻔했다.(공공장소라 자제했지만) 전체적으로 훈훈하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고르게 나타나지만 유독 "악마"는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확 와닿았던 이 세 단편을 소개할까 한다.
표제작인 "철도원"은 '기하12'의 폐기 한달 전부터 시작된다. 당시 '호로마이역 역장 오토마츠'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오토마츠는 젊었을 때 아이가 얼어죽었다. 낡은 역 안에서 놀고있는 아이를 보고 그 다음은 조금 커버린 아이, 그리고 열여덟의 아이를 본다.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 수 있었다.
기하 경적 소리는요, 듣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나요! <철도원>~철도원~48p
두 번째에 수록되어있는 "러브레터"도 내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포르노 숍 전무인 다카노 고로는 예전에 돈을 받고 호적을 판 일이 있다. 파이란이라는 여자는 중국에서 들어와 불법취업을 했다. 그 여자는 병을 얻어 죽게되고 고로에게 편지를 남긴다. 결혼, 고맙습니다. 셰셰 <철도원>~러브레터~p60 편지에서 한없이 고맙다고만 하는 파이란. 고로는 파이란의 죽음이 너무나도 사무친다. 결국 두 번째 편지를 받고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누구보다.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짜이. 안녕 <철도원>~러브레터~85p
"악마"는 이 단편집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사랑, 연민, 눈물로 짜인 이 단편집에 악마는 이질적으로 보였다. 어느 날 나의 가정교사로 '가게야마'가 온다. 나의 친구가 가정교사에게 잡혀먹었다고 생각한 나는 가게야마를 경계한다. 가게야마는 엄마와 불륜을 저지르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나는 집이 기운 것이 악마(가게야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후 집으로 돌아오자 수많은 쥐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부엌에는 쥐를 먹고 자란 커다란 쥐가 있다. 내가 악마로 믿었던 것은 저 괴물 쥐였<철도원>~악마~124p다
<철도원>을 다 읽고나서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추스릴 수 없었다.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그 명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멋진 단편집이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작가의 매력에 빠질 거 같다. 먹먹한 연민, 눈물. 그것으로 모든 것을 치유하는 것이 아사다 지로의 매력이 아닐까 섣불리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