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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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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세월 속에 겹겹이 쌓여가는 무수한 추억, 기억은 자신의 수많은 감정을 일깨우고 자극한다. 어쩌면 추억이나 기억으로 이렇다 할 경계조차 구분할 수 없는 불분명한 그 감정들 속에서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아련함 혹은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지 않고 묵묵하게 지키며 살아온 누군가가 다른 지역에 살게 되었을 때 고향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추억이나 기억은 과거의 그 어떤 것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깊이 숨어있는 감정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향수를 뿌리면 처음에만 진한 향이 나고 시간이 흐르면 점점 은은해지면서 향이 옅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대부분 사람이 고향을 떠나면 향수병이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가슴 한쪽이 뭉클함을 느끼는 것처럼 과거의 그 무언가를 찾아서 하나둘씩 흔적을 모아서 기록하고 기억해 낸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과거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얼마 전에 방 정리를 하면서 옷장 깊이 고스란히 놓여 있는 앨범 몇 권을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청소하느라 급급했을 테지만 앨범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고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찍어서 모은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때의 모습이나 표정은 전혀 기억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나처럼 ‘박범신’ 작가도 그때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박범신’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가 그가 연재하고 있던 「촐라체」를 통해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알게 된 그의 작품은 그 이후로도 하나둘씩 챙겨서 읽어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의 작품을 읽을 때면 무언가 모르게 차분한 느낌을 많이 받아왔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게 된 그의 또 다른 작품은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_ 논산 일기 2011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키워왔던 꿈, 아픔과 슬픔, 행복, 사랑 등 그가 기억하여 담고 싶은 것들을 사진과 글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마치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하나둘씩 그리며 색칠로 마무리하며 마음속에 고이 담고 싶었던 기억이나 그리움, 풍경 등을 그가 직접 카메라에 담은 사진으로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닌 인간미가 느껴지는 한 사람으로 2011년 겨울의 기록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함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어쩌면 한 사람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느끼겠지만, 그 감정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한 사람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생각이나 심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의 옆에 한발 더 다가간 느낌이 들게 해주었고 그가 기록한 일기형식의 글을 통해서 그의 삶 일부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하루하루 썼던 일기를 잠시나마 떠올려본다. 그때는 일기 쓰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요즘은 하루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일기장에 글을 남기거나 인터넷의 개인 블로그에 끼적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하루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 보낸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뒤늦게 비로소 깨달으며 자기반성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여행이나 먼 곳을 가게 되면 자연스레 기록하게 되는 것이 일기가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 고향이라는 곳은 남아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라지거나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 아련히 기억되는 고향은 가장 소중하기도 하지만 그곳을 발판삼아 더 나아가게 해주는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한 사람으로 ‘박범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서 그의 많은 감정이나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새로운 그의 모습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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