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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모든 것을 (총5권/완결)
Kata Konayama / 코믹 레인 / 202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 정체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만화입니다.
주인공인 모구모는 외형은 소녀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남자이이이나 스스로는 남자라고 인식하지도 않고 여자라고도 정의하지 않는 가치관을 지닙니다. 그런 모구모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소원을 적어 텐자쿠 에 걸고 그 소원을 본 다른 주인공 테츠에게 권유를 받아 여장남자 메이드 카페일을 하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게 됩니다.
이 만화는 별 다섯개를 기준으로 스토리는 1점 내지 2점 정도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없습니다.
성 정체성과 관련된 등장인물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성적 지향성도 섞여 있기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다면 동일시 되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지만 일단 스토리적으로 중요한건 그건 아니고, 이 만화의 문제라면 스토리 상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것이 주인공인 모구모와 모구모로 자기만족 하던 여자아이 둘 밖에 없는데 이 갈등 구조에서 성 정체성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못 하며 메인 인물의 이야기도 엉성합니다.
여장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는 귀여운 옷을 입고 싶어 할 뿐인 정체성 자체는 남자라서 별 문제는 없습니다. 남자도 입을수 있는 귀여운 옷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작중 스토리에서 별 큰 영향은 없습니다.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는 고민이 있기에 문제를 보이고 이야기를 연결시킬 것 같지만 사실상 별 문제 없이 넘어갑니다. 이미 남자이지만 트렌스젠더가 된 롤모델인 테츠의 누나가 있기에 스토리 상에서는 별로 주제가 되지 못 합니다.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는 다소 품고 있는 고민이 있긴 하지만 그건 주인공 모구모의 이야기에 묻혀 지나가는 형태로만 소비됩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스토리상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주인공이 문제를 직면하게 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여자아이 본인도 문제를 직접 마주하며 나아갈 결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나마 주인공 다음으로 좀 조명이 되는 편입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기에는 다루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인 성 정체성을 결정하지 못 하는 주인공 모구모가 이 만화의 주 내용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5권 분량의 만화에서 주인공이 가진 문제를 풀어내는데는 여러모로 허술하고 엉성합니다.
우선 모구모와 테츠의 관계의 변화에서 서로를 의식하고 좋아하는 과정이나 마음을 확인하는 부분이 매우 빈약하고 대충 넘어가기에 왜 그렇게 되는지는 공감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저 스토리상에서 이 두 사람이 커플이 되어야만 다음 진행에서 흐름이 이어지기에 엮여진 느낌만 강할 뿐입니다.
주인공 모구모의 성 정체성은 주인공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데, 작중 여장남자 메이드 카페 이름이 퀘스쳔인걸 보면 성정체성이 퀘스쳐닝이라 여겨지긴 합니다. 다만 주인공이 스스로 이해하지 못 하는 것과는 별개로 독자는 주인공을 이해해야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는데 작중 주인공을 이해하게 만드는 사건의 배치가 좀 안 좋아서 후반부에나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 할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문제입니다.
초반부는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넓히기도 힘든데 그렇다고 또 다른 주인공인 테츠는 이해나 설명을 돕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자신의 형이 갖고 있던 문제를 경험한 과거에 비추어 현재의 모구모를 도우려는 성향이 주된 행동을 결정 할 뿐 주인공을 이해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모구모는 모구모니까 또는 모구모라서 좋아하는거야 등 오히려 독자 입장에선 더더욱 이해와 동떨어진 말로 모구모의 멘탈 격려에만 집중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세계관, 모구모와 테츠 두 사람만의 세계관에만 집중 할 뿐인지라 독자는 안중에도 없고 이야기는 늘어지고 좀처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 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연애 만화로도 성 정체성 만화로도 어중간한 형태입니다.
이야기의 갈등이 풀리는 형태도 좀 어설픈데 등장인물들의 이해심이 넓거나 아예 없는 둘 중 하나의 극단적인 형태와 갈등이 맥없이 풀려버리고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식으로 흘러가는 점들이 여러모로 엉성합니다. 그리고 모구모의 성 정체성은 가족과의 문제 해결만 중심으로 진행 될 뿐 모구모 본인의 진짜 정체성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갑니다. 해결 할 수 없거나 할 마음이 없기에 가족 갈등으로 넘겨버린듯 싶기도 합니다. 성 정체성은 내가 무엇인지가 문제인데 가족에게 인정을 받는 이야기로 끝내는건 일종의 논점 이탈이 아닌가 싶어요.
성 정체성이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이야기 구조로서, 성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을 떼어놓으면 두 주인공이 서로 만나 가까워지는 일련의 전개가 너무 형편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치사한 것이 만화이기에 가능한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모구모의 변성기 수준은 그림과 글자만 봐서는 독자가 이해 할 수 없으며, 여장을 한 모구모의 모습은 그림이기에 예쁘게 그려지니 거부감이 적을 뿐입니다. 성 정체성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 때문에 이에 익숙치 않은 독자 입장에선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혼란스럽죠. 사실 별 내용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게 만약 드라마나 영화라고 한다면 아마 보는 사람은 주인공 이전에 대부분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아무리 배우를 잘 꾸며놔도 그림처럼은 표현하기도 힘들뿐더러 남자 배우가 여장을 소화 해 내더라도 목소리에서 결국 고정관념의 벽을 넘기란 힘들기에 목소리를 표현하지 않는 만화를 보는 것과 같은 시선은 가지지 못 할 것입니다. 어딘가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죠. 만화이기에 테츠가 모구모를 좋아하는 부분이 빈약해도 그럴싸하게 느껴질수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라면 충분한 서사가 없이는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기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이 만화는 서사적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며 내용면에서도 얄팍하니까요.
다만 테츠가 왜 모구모를 좋아하느냐는 것에 대한 물음에 대해 독자의 시점에서는 그림체가 예뻐서 라는 판단이 납득 될 정도로 그림은 예쁘게 그려내기는 합니다. 스토리는 뒷전으로 두고 단순하게 여장남자물로 본다면 보는 재미는 어느 정도 충족됩니다. 오히려 그 경우에는 스토리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제대로 다루지도 못 하는 성정체성 이야기가 분량만 잡아먹으니까요.
제대로 된 성 정체성 담론을 원한다면 만족 할 만한건 못 됩니다. 뻔한 가족 갈등을 통해 해피엔딩을 억지로 끌어낼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스토리의 재미는 무시하고 성 정체성 이야기만 해대는건 더더욱 사양이긴 하지만요.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메세지만 집어넣는건 그저 아집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