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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등항 메리로즈 (총3권/완결)
리츠 미야코 / 학산문화사 / 2025년 7월
평점 :
그리운 사람 에드거를 만나기 위해 이국의 항구인 등항을 찾은 주인공 아젤리아. 부푼 기대를 안고 발을 디딘 등항은 예상과는 달리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위험한 일들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런 해프닝 속에서 만난 어거스트와 함께 에드거의 비밀을 확인하며 등항이란 장소와 점차 익숙해져 가는 이야기.
거짓말풀이 수사학 만화가의 작품이라 기대하면서 구매하였지만 역시 3권이라는 짧은 권수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는 안 팔려서 빠른 종결이 되어 버리는 퀄리티가 애매한 만화일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거짓말풀이 수사학과 크게 차이는 없다. 등장인물의 행동 원리는 존재하나 목적성이 희박하여 이야기가 방황하고 표류한다. 거짓말풀이 수사학에서 목적성이 희박하더라도 미스터리물로서 사건을 접하고 풀어나간 과정을 즐기면 되기에 작가의 스타일이 심하게 문제 되진 않았는데, 이 등항 메리로즈라는 만화는 미스터리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등항이란 장소에서 오래 머물러야 할 당위성도 부족하며, 무엇보다 등항이란 장소가 그리 긍정적이지 못 하다 보니 꾸준히 호감을 갖게 만들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
주인공 아젤리아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은 행동원리를 지니기는 하지만, 고유의 캐릭터 개성과 목적성이 없다보니 이야기를 스스로 견인하질 못 한다. 특히나 캐릭터성이 너무 부족한데 1차적인 반응만 지닐 뿐 그 이상이 없다 보니 이야기가 단순해지며 그저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예컨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 한다 란 특징은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개입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좋은 특징이나, 이것을 1차원적으로 그저 참지 못 하고 화를 낸다에 그치면 사건이 터질 때 마다 화만 낼 뿐인 단순한 캐릭터가 되고 만다.
이를 고유의 캐릭터성과 풀이 방식을 통해 불의에 화가 나면서도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 나간다는 특징이 있었어야 했다.
거짓말풀이 수사학은 그런 점에서 거짓말을 감별할 수 있는 소녀와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탐정의 조합으로 단순히 개입하는게 아니라 문제를 고유의 방식으로 풀며 활약 할 여지가 있었다.
반면 등항 메리로즈는 그렇지 못 했는데, 어거스트라는 캐릭터는 도박을 통해 블러핑과 사기를 사용하여 선한 사람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긴 하지만 이야기에 엮이는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고, 반면 직선적인 여주인공 아젤리아는 모든 사건에 대놓고 개입을 하나 문제를 해결 할 실력은 부족한 주제에 일단 행동부터 하고 본다. 그러나 주인공 보정으로 행동이 어찌되었든 모든 결과가 주인공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지는터라 보드 게임에서 주사위가 연달아 높은 값이 나오는 것처럼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사건 외적인 부분에서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부분도 부족한데, 사건이 없는 한가로운 시간에서 등장인물들이 소소하게 고유의 캐릭터성과 연관된 이야기가 존재하질 않아 이 캐릭터는 이런 성격입니다를 제대로 설명하질 못 한다. 추가로 컷 낭비가 지나치게 심해서 그림을 표현하는데만 신경쓰고 캐릭터를 표현하는데는 등한시하고 있다. 거짓말풀이 수사학과 비교하면 등항 메리로즈는 이야기는 늘어지는데 정작 내용을 채우는 부분은 적고 볼 것도 없다.
등항이란 장소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 한 것도 문제인데, 등항이 서양과 동양이 한 곳에 모이는 이국적인 장소라고는 하지만 그런 고유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 하고 그저 사기나 시비, 범죄 사건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부정적인 모습만 꾸준하게 드러난다. 장소가 위험하다 보니 캐릭터를 지지해줄 배경이 위태한데, 원래 위태한 배경에서 생존이나 극복을 테마로 삼는 이야기도 아니다 보니 불필요할 정도로 부정적인 요소가 작품을 즐기는데 방해를 하고 있다. 제목에 떡 하니 적을 정도면 매력적인 요소를 강조해도 모자른데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니 작가가 대체 뭘 표현하고 싶었던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인공이 등항에 온 본래의 목적이 1권에서 해소가 되고 더는 등항에 있을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그저 표류할 뿐이고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아치에너미 같은 등장인물은 별로 두각을 내지 못 한채 의미없는 추가 등장인물들만 집어 넣다가 3권에서 부랴부랴 이야기를 정리하듯 나오느라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조악하다. 3권이야 급하게 마무리짓기 위해 그렇다곤 쳐도 1권에서 등항에 온 목적이 해소되는 것은 매우 아마추어적인 점인데, 사실 거짓말풀이 수사학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부분이다. 단지 거짓말풀이 수사학은 등항과는 달리 주인공이 옮긴 장소가 살기 안정적인 곳이고, 주인공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을 잘 사용하기 위한 목적을 해결하는 과정이 단순하게 끝날 일이 아니어서 티가 덜 나는거지 그 외의 사건들에서 이야기의 해소는 매우 싱겁게 끝나는 편이라 에피소드를 다루는 방식에서 등항 메리로즈와 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거짓말풀이 수사학이 가볍게 보는 작품 그 이상이 되지 못 한 것처럼 등항 메리로즈 또한 가볍게 보는 만화에 그칠 뿐이다. 단지 내용과 구성이 더 안 좋았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작가인 미야코 리츠의 만화는 거짓말풀이 수사학이 특이하게 잘 나온거지 그 외의 만화들은 전부 3권 내로 종결되어 그리 잘 뽑힌 만화들은 없는 듯 싶다. 등항 메리로즈는 거짓말풀이 수사학 이전의 만화라곤 쳐도 거짓말풀이 수사학 이후의 만화조차 길게 나오는게 없다보니 아무래도 작가가 자신의 성공한 작품에서 배운게 없이 능력의 한계를 넘지 못 하고 고만고만한 것만 뽑아내는게 전부가 아닌가 싶은데 이러면 좀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기 힘들다.
작화라도 좋았다면 좀 보는 맛이 있었을지도 모르나, 등항이란 이국적인 장소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 하고 의복이나 음식, 사람이 사는 모습,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채워 주는 점도 없어 보는 맛이 없다.
거짓말풀이 수사학 이후의 만화가 정발되어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3권 완결이다 보니 그다지 기대는 안 된다. 짧게 끝나도 온전히 끝나는 이야기를 이루었다면 모를까 허겁지겁 이야기를 마무리짓다 보니 모양새가 빠지는 내용이 되어 있고, 거짓말풀이 수사학도 마지막 내용이 좀 아쉬운 점이 있던터라 이 작가는 발전이 좀 없다 싶어 못 미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