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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얼마나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인지 혀가 내둘러지는 많은 상과 기록을 가진 책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추측도 불가.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문구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걸작인지, 피하고 싶은 문제작인지 읽어보고 판단하라는 듯한 소개 문구가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 키웠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올바른 욕망'이라는 말은 왜 나오는 걸까?!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 머릿속을 채운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디게 읽혔다. 쉽게 덤빌만한 책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사건이 이어질지 감도 잡히지 않은채 이야기가 이어지니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초반을 지나고나니 드디어 조금씩 이야기 진행이 이해가 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히로키의 아들은 등교거부 중인 히키코모리다. 아니 일반작으로 내가 아는 완벽한 히키코모리라 보기는 힘든 것 같긴 하지만 거의 그에 준한다. 그런 아들이 평범한 학생으로 일반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틀(예를들면 문제없이 초,중,고를 지나 대학을 입학하고 졸합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하길 바라는건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고 있는 생각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가 하려는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아내와 다투는 부분에선 양쪽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었다. 다만, 아이가 왜 집안에 틀어박힌건지 한번이라도 제대로 이해해보려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가정사에 머리 아플 그가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건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다양한 페티시즘을 논하는 이야기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독특한 페티시즘을 가졌다면, 누군가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을거라 짐작한다. 그저 감추거나 혼자 즐기거나. 한마디로 사각지대에 놓인 성소수자들인 것이다. 대체 이런 성벽은 왜 생기는걸까. 그들 스스로도 짐작도 이해도 안될 것 같다. 왜 자신이 남들과 다른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했을 그들이, 그럼에도 나 역시 이해하는게 좀 힘들다. 역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이해하는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이런 페티시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바로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소개 문구들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사회가 정한 선에서 벗어나거나 기준이 되는 사람들의 생각과 규칙을 벗어난 소수의 사람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외면 받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처럼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본 잘못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많다. 분명 기준에서 벗어났을 뿐, 특수 페티시즘을 잘못된거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너무 일반적이기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각이나 생각으로 바라볼 수 없을 뿐이다. 어쩐지 생각이 엉키는 느낌이다. 어느 누가 이런 부분에 대해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을까.
결말 부분에 이르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거였다고?! 절대 피하고 싶은 문제지만, 피하기만 해선 안되는 문제를 끄집어낸 놀라운 소설임이 분명하다. 세상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다양한 취향이 있다. 언젠가는 사회 전체가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논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작년에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우리나라 개봉을 앞두고 있단다. 어쩌면 화제의 문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이런 문제를 담아낸 이야기라니. 작가의 대범한 시도에 놀라고, 감탄을 안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