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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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란 소설가는

처음들어본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대단한 이력을 가진 작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니, 남다른 무언가를 이야기에 담을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4월의 물고기]

눈길을 확 잡아끄는 제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충대충 읽어넘길 제목도 아닌 듯 한 느낌이었다.

노란 표지가 왠지 4월과 잘 어울린다고생각했다.

왜 제목에 [물고기]란 표현을 넣었을까.

 

선우는 꿈속에서 등댓불이 깜박거리듯 주둥이가 뜯겨나간 은빛 물고기가 피를 흘리며 팔딱팔딱 숨 쉬는 모스을 생생하게 보았다.

뜬긴 아가미 사이로 물고기의 흰 뼈가 보이고 고기의 숨결은 그곳에서부터 샘무러럼 뽀글뽀글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 숨결은 누군가의 맥을 짚은 것처럼 선우의 손가락에서 다시 생생하게 살아났다. 끔찍하도록 감각적인 꿈이었다.

 

난 이상하게

이 구절을 읽은 후 부터는

아가미 사이로 숨을 쉬며 물속을 돌아다니는 금붕어의 모습만 봐도 팔딱팔딱 고통스럽게 숨을 내쉬고있는 물속에서 나온 물고기의 처절한 모습이 생각난다.

어쩌면 이 꿈속의 물고기는 위태로운, 그러나 발버둥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연애로멘스를 뭘 그리 과대포장하며 광고를 했을까, 싶은 소설의 첫 부분들.

우연히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장을 더 넘길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점점 더해가는 긴장감과 음산하지만 뭔지모를 슬픈 그들이 위태로운 모습은, 역시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들만하구나.... 라고 안도를 하게 만든다.

 

얼마전,

요시다슈이치의 [악인]을 읽을때의 느낌이 불현듯 떠올랐다.

첫 시작은 단순한 살인사건, 그에 연루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왜 그리도 열광하는가, 였지만

점차,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과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주인공들의 삶을 더 파헤쳐주지 않는 작가가 미워질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악인,은 대체 어떤 사람을 부르는 말일까.

 

왜 나는 [4월의물고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악인]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전혀 다른 주인공과 전혀 다른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읽고난 뒤

뭔가 시원치않은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속으로 잔잔히 전해져오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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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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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에는 영화에 의해, 20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무참히 잠식된 것으로 보였던 '묘사'를 요사다 슈이치는 글로써 다시 소생시켰다. 이 작품으로 문학과 다른매체들 사이의 투쟁이 하나의 성과를 거두었다.

 <마이니치신문 0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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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멋진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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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서 말이야.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잖아. 그러면 뭐랄까, 내가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늘상 서로 붙어있으면 집사람이 숨막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난 침실로 들어와서 책을 읽는다고.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너무 밝아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다시 거실로 나가고.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거지."

 

요시다 슈이치가 말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삶이란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거란거. 실감한다고 한다면, 내가 조금 외롭고 처량맞아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손에서 놓은지 몇 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 역시, 함께 있고 싶어서. 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마음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사고.  

함께 있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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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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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무언가 모를 거부감이 있던 나는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완전히 매료되어 그의 또 다른 책들을 두서없이 읽기 시작했다.  

문장을 읽으면서 상상되는 이라부의 모습에 자꾸만 피식- 웃음이 일어나는 이야기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현대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정신적인 결함, 우리는 부정하고 싶지만 어쩐지 짠--해지게 만드는 단어 [외로움]과 관련된 이라부식 통쾌한 해결책. 

 

그러나, 

남쪽으로 튀어,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 못했다. 

'이라부'라는 황당한 정신과 의사는 우리주변에 늘 존재했으면 싶은, 걱정거리를 그와 함께 무작정 날려버리고 싶게 만드는 어린아이같은 상쾌함을 지닌 사람이지만, 왠지 온몸에 닭살이 오들오들 돋을 것만 같은 그의 행동들에 왠지모를 어색함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그러나, 

나,라는 외로운 사람은 나와 같은 고민으로 괴로운 사람은, 

실컷 웃으며 이라부식 즐거움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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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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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페이지에 담긴 서정과 서사.

흔들리며 그 자리에서 버티고 지켜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혹은 처절한 몸부림을 끝까지 완주한 내가 대견하다.

1969년 6월 19일 블룸스데이에,

우연이란 멋진단어로 만들어진 인생의 또다른 페이지를 때론 너무 아름다워서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빨려들어가듯, 때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도록 서정적인 감성으로 마구 사람을 흔들며,

슬프지만 강한 우정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채워진 이 이야기가

곧 그리워 질 것 같다.

 

작자는, 후기에도 올렸듯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는 사우스브로드 찰스턴을, 독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혹은 뇌수에 총을 겨누듯 섬뜩한 곳으로, 낭만과 인생이 어우러져 어딘가에 가까운곳에 손만 뻗으면 닿을듯이 묘사하고 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레오킹에게,

오로지 이날 1969년 6월 19일 블룸스데이에 서로 우연이라기엔 그들의 인생을 너무 깊게 파고든 일련의 만남은 우리 독자들에게까지 특별한 날짜가 되도록 만든다.

"이날 나는 어머니가 한때 천주교 예수서임회 수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아틀라스 이삿짐 트럭 한대가 우리 집 건너편 19세기 찰스턴 단독주택의 진입로로 후진해 들어갔다. 또 브로드 가 성당 뒤쪽에 있는 성 유다 고아원의 정문 앞에 두 명의 고아가 도착했다. 한편 [뉴스 앤 쿠리어]는 이스트 베이 가에 있는 러틀레지-베닛 저택에서 마약단속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연관성없는 사건들이 우리의 레오킹에게 일어난 6월 19일을 시작으로, [사우스브로드]는 여러가지 특별한 사건과 그 사건들이 갖는 유대속에서 서로에게 갖는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들의 우정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으면서, 작가가 남긴 감사의 말이 가장 지루했던 소설.

 

제임스조이스의 율리시즈에서 이름을 딴 레오 킹,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남자가 제임스조이스를 기리기위한 날인 블룸스 데이에 일생을 두고 그와 함께 웃고, 아파하고, 의지하고, 지켜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던 남부 특유의 흑백논쟁과 귀족들의 권위의식, 에이즈가 온 세계를 집어삼킬듯 했던 그 때, 또 미국 남부를 뒤 흔들어 놓은 허리케인의 급습과 그것을 극복해내는 사람들의 모습 등, 사우스브로드가 담고있는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지만 우리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때를 맞으면 우리를 엄습하는 조커의 장난질에서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이기때문에, 인간이기 때문에, 인생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레오킹과 아이크, 베티, 시바, 트레버, 몰리, 채드, 프레이저, 나일즈, 스탈라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드는 시바와 트레버의 아버지와, 위대한 유산이 생각나게 만드는 캐논 아저씨, 지독하게 냉철하게 느껴지지만 마음 한 곳을 짠하게 만드는 레오의 어머니 그리고 레오가 언급하는 모든 사람들 때문에 [사우스브로드]는 반짝반짝 빛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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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사냥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2
J.M.바스콘셀로스 지음, 박원복 옮김, 김효진 그림 / 동녘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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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속에 아담처럼 나를 잘 간직하렴, 이따금 나를 기억해 주기도 하고.

 

그건 어려울 거에요.

 

그가 깜짝 놀랐다.

 

나를 기억하는 게 힘들 거라고 ?

 

네. 왜냐하면 기억을 하려면 먼저 잊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

 

 

- 모리스아저씨와의 대화 중에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나이가 들어 다시 읽은 제제의 이야기는, 가슴 한켠에 뻥 하고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았다.

하염없이, 다스릴 수 없는 눈물이 비져나왔다.

그런 제제가 10대가 되어 겪는 이야기.

그의 정신적 지주인, 꾸루루 두꺼비 아담과,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며 만들어낸 모리스아저씨.

이들과 함께 대화하며, 이들과 함께 아픔을 견뎌내는 제제의 모습은 안쓰럽지만 대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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