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정명섭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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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소설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시대적 상황을 소설의 줄거리를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흥미롭다. 이번에 읽게 된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도 그런 소설 중 하나였다.

 

변호사 선임의 권리.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의 반상의 법도가 지엄하고 평민들의 권리가 비교적 약했던 조선시대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노비소송 등 소송이 발생했을 때 일처리를 대신해주는 사람을 '외지부'라고 불렀다고 한다. 양반들이 소송사건에 휘말릴 경우 이를 대신 처리하는 노비인 '대송노'가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소송은 땅에 대한 것이다. 정명공주의 남편인 홍씨 일가에게 임금이 하사한 하의삼도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직접 갯벌을 개간하여 농토를 만들고 먹고 살아보자 몸부림치는 백성들, 그리고 그러한 백성들을 수탈하며 횡포를 부리고 힘들게 개간한 땅에서조차 힘 하나 안 들이고 도조를 거두어들이며 약탈을 하려는 양반과의 싸움. 이 책을 읽으며 초반에 든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 앞에서 정의가 약해지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외지부가 왕실을 상대로 싸우겠냐며 회의적인 사람들, 왕실을 상대로 하려는 것을 알고 소지조차 접수하지 않으려는 관리들, 재판 과정에서도 대놓고 양반의 편을 들려는 모습을 보이는 판관...... 신분제도가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현대사회 대한민국에도 조선시대와 같은 권력의 차별이 존재한다. 죄를 짓고도 돈을 갖고 있고 권력을 갖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법망을 빠져나간다. 그리고는 죄의식조차 갖지 않는다. 언제나 당하는 쪽은 약하고 가난하고 못 배운 자들이다. 그런 현실이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현대사회보다도 신분차별이 엄격한 조선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양반을 상대로 싸움을 하려는 자들의 노력이 더욱 값져보이는지도 모른다. 소송진행 과정에서 조선시대에는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그 나름의 법이 있고 나름의 정의가 있음도 알게 된다.

조선시대에도 제대로 정의가 지켜지고 백성들이 보호받고 있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권력에 의한 부당한 대우를 개선할 수 있고 정의를 실현할 방도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계속 읽었다. 양반들이 계속 억압하고 짓누르려 하지만 하의도 백성들은 굴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당당함에 아무리 양반이라도 굴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임금이라도 그들에게 극적인 자유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 그저 그런 일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구두약속밖에 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

 

 

역사는 반복되고 어느 시대에나 조금씩은 다른 형태로 권력의 횡포가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경도 먼 조선시대이고 꾸며낸 소설이지만 이 책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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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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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죽.으.려.고.한.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쿵하고 심장에 돌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존엄사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청원'이라는 영화를 통해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죽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보았고

'미 비포 유'라는 소설을 보며 자신이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때 죽음을 택하는 사람의 심정을 읽었다.

그런데 이건,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사랑하는 '엄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더욱 읽어보고 싶었다.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경험을 한 작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어느 날 신장투석을 거부하며 "그냥 가게 해다오. 가고 싶어"라며 자신을 보내달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한다. 저자와 언니는 어머니의 뜻을 존중해주려 하고, 아버지와 오빠는 거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치료를 하면 곁에 붙잡아둘 수 있는데도, 본인은 치료를 보내달라며 거부한다. 이런 상황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그래도 저자는 담담하게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같으면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렇기에 이 가족들의 결정이, 어느 누구보다도 어머니 밀리를 사랑하고 그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장투석을 그만두면서 어머니에게 주어진 시간은 14일.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생을 정리하기엔 어찌보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 저자는 이 14일 동안 줄곧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서서히 죽음에 다가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나간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어머니의 모습, 그런 그녀를 보며 묵묵히 견뎌내는 아버지의 모습. 어머니를 사랑했던 주변 사람들과, 어머니가 세상이 남겨둔 추억들이 얼마나 많고 아름답게 빛나는지.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는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글을 읽어나가는 동안, 애써 어머니 밀리의 모습에 나의 어머니를 겹치지 않으려 애쓰고,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 읽으려 이썼다.

하지만 결국,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죽음이기에, 그리고 이런 시간이 언젠가 내게도 찾아올 것을 알기에.....

 

 

미치 앨봄에게서 어머니가 받은 메세지, 그리고 14일 동안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들. 저자 리사 고이치의 어머니 밀리와 그의 주변 사람들은 죽음에 맞서지 않고 몸부림치지 않고 숭고한 의식처럼 닫담하게 받아들인다. 저 세상에 가서 파티를 하자며 천진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은 없다. 그래서 저자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를 일깨워주는, 그래서 슬프지만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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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0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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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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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제니 페이건의 소설 '파놉티콘'. 방황하는 열다섯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책이다. 성장기라고 하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밝은 내용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우울하기만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나이스는 소위 말하는 불량청소년, 그것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행을 하고 다니는 듯 보이는 소녀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스물세 군데 옮겨 다니다가 입양이 됐고, 열한 살 때 거기서 나와서 지난 4년간 스물일곱 번 옮겨다녔어."


주인공 아나이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대사이다. 아나이스가 방황하며 행하는 일탈행위들은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다. 마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욕설, 폭력, 흡연, 음주, 성적인 문란 등 청소년들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것들을 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행들은 현실상황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오는 좌절, 그로 인한 포기 상태로 보인다. 지긋지긋하게 시설을 전전하며, 위탁아동들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그들을 학대하며 양육보조금만 챙기려 하는 위탁모들 밑에서 뼛속 깊이 느끼게 되는 절망감과 불신. 그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아나이스는 경찰을 때려눕혀 혼수상태로 만든 혐의로 파놉티콘에 들어오게 된다. 파놉티콘은 200여 년 전에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원형 감옥이다. 수많은 일탈행위, 시설을 전전하던 아나이스가 도달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사춘기 소녀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시설이다. 모든 방문은 의무적으로 열어두게 되어 '비밀'이라고는 없는 공간.끊임없이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 아나이스를 사로잡는다. 탈출구라고는 머릿속으로 파리에 대해서, 불행하지 않은 가족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밖에는 없다.

 

'실험이 지켜보고 있다.'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고 감시자들이 눈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나이스는 파놉티콘에서 끊임없이 실험에게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체화된 감시자가 없어도 끊임없이 감시당하는 듯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어두운 부분을 끄집어내어 극대화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믿지 않는 어른, 믿어주기는 커녕 어떻게든 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기 위해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 그 시선 앞에서 아나이스와 파놉티콘의 아이들은 절망하고 방황한다. 감옥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는 결말부조차 해피엔딩은 아닌 것 같아서 입안이 씁쓸했다. 

 

 

 

읽으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사회의 치부로 생각하고 금기시되는 청소년들의 불량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마약, 폭력, 자해.... 정말로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들이 소설 속에서처럼 자행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우리나라는 이 책에서만큼 마약이 유통되고 어린아이들에게 이용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에서, 소설 속에서와 같은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소설을 읽다 보면 아나이스가 시설을 전전하며 비행을 저지르는 경위를 알게 되면서 무조건 아나이스만을 탓할 수 없게 된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양육지원금을 가로채려고 하는 양심없는 위탁모, 의지하던 위탁모 테리사의 죽음, 그녀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고비였던 위탁모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사건으로 흘러넘어가는 현실.... 이러한 것들에 소녀는 절망한다. 그녀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따뜻함을 마음 속에 유지하고 싶은 10대 소녀에 불과한데 말이다.  혹시 우리사회의 구조도 이와 같지는 않은지.......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을 거듭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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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 인물 vs 인물 - 이원복과 신병주의 시시콜콜 역사 토크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이원복 외 지음, KBS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제작팀 엮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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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비교를 통해 한국사 뿐 아니라 세계사까지 공부할 수 있어서 좋네요. 역사를 좀 더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접근해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사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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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 안경,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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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물건들이 조선에 처음 들어왔을 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왔을까를 생각해보면서 재미있게 한국 근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역사를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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