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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퇴사 장인과 소개팅 만렙, 32살의 두 여인의 자취일기.
혼자사는 30대 자취생인 내게는 친숙하기도 하고 공감이 갈만한 이야기 같아서 이 책이 왠지
펼치기도 전에 친숙하게 느껴졌다.
다섯 번 퇴사를 하고 여섯 번째 퇴사 준비를 하는 퇴사 장인 우영.
누가 봐도 참하고 예쁜 처자인데 소개팅 해서 남자만 만나면 두 달을 못 넘기고 헤어지는 구월.
소설 속 캐릭터인데도 내 친구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 나이대의 여자들이 흔히
겪고 있는 고민을 우영과 구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친한 친구와의 자취생활은 내가 꿈꾸는 생활이기는 하지만 해본 적이 없다. 아마 내 친구와
자취를 했더라면 우영과 구월 같은 생활을 하고 그녀들과 같은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하고 싶다는 충동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나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예전에는 글쓰는 것을 꿈으로 삼았던 적이 있어서 글을 쓰기 위해 퇴사를 희망하는 우영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현실의
나는 우영처럼 글을 쓰겠다고 당당하게 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우영의 퇴사는 극적이고 멋지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퇴사를 하는 중요한
일을 의논할 사람이 구월과 남자친구, 식구들 외에는 없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조차 그만 둘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한다. 퇴사해서 꿈을
이루겠다는 설렘보다는 당장 퇴사하면 생활비와 집세는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구월의 고민도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할 것이다. 딱히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연애를 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뜸해지는 남자친구의 연락문제는 익숙해진 건지 애정이 식은 건지 점점 그러려니 하게 된다. 나와 사귀다 헤어지는 남자는
헤어지고 나서 연애를 잘만 해서 결혼까지 한다. 구월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많은 30대 여성의 고민이 이렇지 않을까. 나도 연애로
고민하고 마음아파 하고 울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구월의 고민에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다.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기 싫어서, 결혼에 성공하기 싫어서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닐텐데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여성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수일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우영보다는 구월에 가까운 여자이다. 우영에
가까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혹은 그 두사람 모두일지도...... 그렇기에 그들의 자취방을 엿보는 것은 내 생활, 혹은 내 친구의 생활을 한
걸음 뒤에서 돌아보는 것 같은 익숙함과 낯간지러움, 쾌감을 준다. 그러면서 그들의 고민에 같이 가슴이 먹먹해지고 남일 같지가 않다.